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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자매는 라이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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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7월 23일 18:00 프린트하기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은 어떤 관계일까. 혈육이자 1촌 관계인 부모거나 자식일까, 육친이 아니기에 촌수(寸數)가 따로 없지만 살을 맞대고 사는 배우자일까, 큐피드의 화살을 맞아 시력을 잃어가는 연인일까, 인생의 모범이 되어 자신을 가르치고 이끌어준 스승이나 선배일까, 크고 작은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정다운 벗일까, 공통의 가치관 실현을 위해 함께 일을 도모하는 동지나 교도일까.

 

pixaba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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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역시 동물이기에 생물학적으로 자기 존재 유지 다음으로는 ‘유전자 복제’가 최우선적일 테니 ‘부모’보다도 ‘자식’에 대한 애착이 더 강할 게다. 그래서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속담도 생겼겠지만, 자식이든 부모든 본원적으로 천륜지정(天倫之情) 관계이기에 이 물음에서 제외한다면, 그다음 순서로는 촌수대로 2촌인 형제자매일 것이다. 물론 이 역시 본원적 유전 관계망에서 떼어낼 수는 없다. 더욱이 유전학적으로 보면 형제자매야말로 세상에서 자신과 가장 유사한 유전자로 신체를 이루고 있다. 그런 점에서는 부모보다도 더 가까운 신체적 동질 관계인 것이다.


그래서 이 땅의 슬픈 역사―분단 현실의 직접 당사자인 이산가족이 상봉할 때면 헤어졌던 형제자매가 부둥켜안고 흐느끼다가 간혹 혼절까지 하게 되는 장면을 보고는 우리는 안타까운 마음에 덩달아 눈시울을 적시곤 한다. 그런 반면, 우리는 주변에서 형제자매 사이가 원만하지 않아 갈등하는 장면을 목도하거나 종종 듣게 된다. 혹은 그들의 갈등이 팽팽한 긴장감까지는 표출되지 않더라도 마치 타인인 양 서로 무관심하거나 그만도 못해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발견하곤 한다.


그렇듯 형제자매끼리 불편한 관계가 되기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형제자매끼리는 친밀해지기보다는 불편한 관계가 될 가능성이 더 많은 건 아닐까. 그들 사이의 척력(斥力)은 태어나서 처음 경험하게 되는 생존경쟁에서 비롯된 동물적 심리에서 기인한 건 아닐까. 마치 어미 새가 물어온 먹이를 둥지의 새끼 새들이 서로 먼저 먹겠다고 입을 크게 벌리고 소리치는 장면을 우리가 TV에서 수십 번은 봐온 것처럼 말이다.


또는 그 불편한 관계는 물질적 문제가 아니더라도 아이 때 자신이 형제보다 부모의 사랑을 더 받고 싶은 욕망이 각인된 후 성인이 되고도 그 욕망의 얽힌 실타래를 풀지 못한 채 굳어진 심리 현상의 작용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혹은 먼저 태어난 형제자매가(혹은 부모가) 나중에 태어난 동생에게 계급적 관계를 강요함으로써 부당함에 저항하는 동생과의 대립적 관계가 서로를 겨냥하게 된 경우도 적지 않을 듯하다.

 

pixaba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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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상당수의 형제자매는 가족과 함께 동거하고 있는 동안이든 각자 독립하여 떨어져 있든 사이좋게 살아간다. 간혹 형제임에도 각자 타고난 성격이 달라 종종 사소한 마찰을 빚기도 하지만 그런 거슬림은 생활의 잡음 정도로 여겨 큰 갈등으로 확장되는 경우는 드물다. 그것은 피와 살을 나눈 육친이라는 근본적 동질성을 서로 잘 알기에, 그리고 평생 확정된 그 관계가 불편해지면 가족 관계의 큰 틀이 망가질까봐 서로의 모서리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마음먹은 결과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다큐멘터리를 보면 뭉클해 한다. 어린 동생의 목에 수건을 두르고 얼굴을 씻겨주는 달동네 소녀가장의 깡마른 팔뚝을 보고. 그리고 산더미 같은 쓰레기 매립장에서 새벽 3시까지 재활용품을 골라내 생계를 이어가는 아프리카의 어느 가족의 딸아이가 제 키보다 더 큰 짐을 지고도 짐보다 더 무거운 졸음의 무게에 늘어지는 어린 동생의 짐까지 도맡는 모습을 보고.


만약 그 두 영상 속의 불우한 남매들이 훨씬 좋은 환경에서 성장했더라면 어땠을까. 어쩌면 인간의 형제애는 삶의 결핍과 위기 속에서 함께 살아내려고 서로를 다독이면서 피어나는 꽃이 아닐까. 그런 짠한 삶을 바라보면서 비로소 우리는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 필자 소개
윤병무. 시인. 시집 <5분의 추억>과 <고단>이 있으며, 동아사이언스 ‘스페셜’ 코너에 [생활의 시선]을 연재하고 있다.

 

※ 편집자주
뉴스를 보다보면 무엇인가를 분석해서 설명을 해주는 내용이 대다수입니다. 그래야 원인을 정확하게 찾고, 대책을 세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가끔은 고개를 들어 사물을 그대로 보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대상을 온전히 바라보면 분석한 내용을 종합할 수 있는 통찰력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시인의 눈으로 일상을 바라보는 ‘생활의 시선’을 매주 연재합니다. 편안한 자세로 천천히 읽으면서 감정의 움직임을 느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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