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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차별, 백인/남성이 지적하면 개선 효과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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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7월 26일 13:00 프린트하기

 

pixaba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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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차별은 ‘성’에 기반해서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거나 남성과 여성에게 서로 다른 처우가 어울린다고 정당화하는 개인 또는 조직의 태도, 믿음, 행동 등을 총칭한다(Swim & Hyers, 2009). 안타깝게도 한국은 각종 지표에서 성차별 정도가 심각하며 여성의 인권이 낮은 편에 속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성 인권 수준이 낮고 여성의 사회 진출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등 성차별 정도가 클수록 남성도 그에 따라 받게 되는 불이익들이 존재한다. 경제적인 짐을 상대적으로 많이 지게 되는 것이나, 성 고정관념이 견고한 사회일수록 부인과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는 소위 가정적인 남성들이 직장에서 조롱과 괴롭힘(harassment)을 많이 당한다는 발견 등의 예가 있겠다.


또한 고전적인 남성성에 대한 강요(‘남자는 울어서도 안 되고 강하게 행동해야 한다’, 다른 말로 ‘감정적인 공감과 표현, 케어는 여성의 몫이다’)들이 남성들로 하여금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하게 만들고, ‘화’라는 공격적인 감정만 권장하며, 공감능력이나 관계적 기술을 기르지 못하게 하고 결과적으로 다양한 관계에서 고립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견해들도 있었다. 양쪽 성에게 다 족쇄를 채우는 성차별에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 알아보도록 하자.

  

Ask, answer, announce (묻고 답하고 공표하라)


첫 번째는 매일매일의 삶을 둘러싸고 있는 성차별에 대해 ‘인식’하려 노력하는 것이다(Stangor et al., 2003). ‘이것은 성차별적인 생각/믿음/발언/행동인가?’라고 질문하고 그에 답하려 노력하는 것이다.

 

예컨대 다 함께 연극을 하는데 ‘의사’라는 역할을 누가 맡을지 떠올렸을 때 자연스럽게 남성들이 떠올랐다든가, ‘해당 분야의 권위자’의 강연이라고 해서 갔는데 여성이어서 놀랐다든가, 여성이니까 당연히 게임을 못 할 줄 알고 한참을 설명해줬는데 알고보니 나보다 레벨이 훨씬 높은 사람이었다든가, 당당히 자기표현을 하는 남성은 카리스마 있고 멋있어 보이지만 그런 여성은 부담스럽다든가 이런 경험들을 할 때 ‘왜’ 이런 경험들을 하는지 이런 반응들이 ‘바람직한’ 것인지 자문하라는 것이다.


단지 ‘성별’에 근거해서 판단한 것이라면 이는 성차별적인 태도가 맞다. 여성 또한 이런 태도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따라서 우리 모두 늘 자신의 고정관념과 차별적 태도에 대해 자문해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똑같이 ‘화’를 냈을 때 남성이 화를 내면 남녀 모두에게 있어 ‘열정적’이고 ‘진정성’ 있어 보인다는 평가를 받지만, 여성이 화를 내면 역시 남녀 모두로부터 ‘감정적’이고 따라서 ‘믿을만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는 연구가 있었다(Salerno & Peter-Hagene, 2015). 고정관념이 우리 모두의 안에 깊게 숨쉬고 있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차별에 대해 묻고 답하는 인식 단계를 끝냈으면 그 다음은 ‘대응’하는 단계이다(Stangor et al., 2003). 바로 이것은 성차별이니 옳지 않다고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행동하는 단계이다. 특히 관계적 상황에서 차별적 언행을 들었을 경우 사람에 따라 정색하고 성차별임을 지적할 수도 있겠고, 또는 시니컬한 유머로 받아치는 등 다양한 대응이 가능하겠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상당히 많은 여성들이 이 단계에서 ‘침묵’하고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는데 우선 해당 상황/사회에서 성차별을 고발했을 때 고발자에게 돌아오는 비용(cost)이 얼마나 큰지가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

 

예컨대 인종차별을 지적하는 흑인이나 성차별을 지적하는 여성들에 대해 오버한다, 감정적이다, 징징댄다, 자기중심적이다, 문제아다, 냉정하다 등의 평가가 부여되는 경우들이 종종 보고된다고 한다(Becker et al., 2014). 심지어 때로는 심한 모욕이나 협박이 동반되기도 한다. 피해자의 고발을 이런 식으로 받아들이는 사회라면 차별의 대상자들은 더더욱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요인은 여성들의 자기 검열이다. 펜실베니아 주립대학의 연구자 자넷 스윔(Janet Swim) 등은 남성들에 비해 여성들이 자기 자신보다 ‘외부’의 요구에 맞춰 자신을 ‘희생’하며 무엇보다 사람들과의 관계를 우선시 하는 등 전통적으로 감정노동적 측면에서 착취되어왔다고 본다.

 

따라서 여성들은 불편하고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원만한 분위기’를 위해, 여성은 상냥하고 친절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에 때문에 속 마음을 숨기고 연기하곤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들의 연구에 의하면 이런 식의 자기검열이 심한 여성들은 성차별적인 언사를 지각해도 겉으로 잘 대응하지 않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자들은 이를 성차별에 대한 자가침묵 효과(Self-silencing to sexism)라고 불렀다(Swim et al., 2010).


따라서 연구자들은 차별의 대상자들이 차별을 지적함으로써 불이익을 보지 않도록 하는 것, 피해자들이 자기검열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더 적극적인 대응에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차별을 받는 당사자보다 제 3자들이 발언했을 때 더 큰 반향을 불러온다는 발견들도 있었다. 예컨대 흑인/여성이 각각 인종차별과 성차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보다 백인/남성이 이들을 지적하는 것이 더 ‘진정성’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사람들로 하여금 덜 공격적으로 받아들이며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데에도 더 효과적이었다고 한다(Czopp & Monteith, 2003). 따라서 차별을 받는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옆에서 함께 이야기 해주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대응의 효과


앞서 살펴본 것처럼 차별에 대응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차별이 공고한 사회일수록 각종 ‘저항’들이 따라오고 따라서 넘어야 할 허들이 높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 그 허들은 넘을 가치가 있는 허들이 될 것이다.


험난한 과정이지만 이 허들을 넘는 과정에서 얻는 장점들이 존재한다(Becker et al., 2014). 우선 그간의 차별에서 오는 울분을 토로하는 행위 자체의 장점이다. 인종차별이나 성차별 등에 적극적으로 대응할수록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자존감과 자신감이 높아지며 삶의 만족도도 향상되는 등 전반적으로 코핑(coping) 효과가 크다고 한다. 또한 차별하는 사람뿐 아니라 지켜보던 ‘제 3자’를 일깨우는 효과 또한 매우 크다고 한다.


차별에 대응하는 사람은 무기력하지 않고 유능(competent)하다는 평가를 얻기도 한다고 한다. 차별을 지적했을 때 이를 계기로 서로에 대한 더 깊은 이해와 노력으로 나아갈 경우 관계가 개선되는 효과도 나타난다고 한다.


오랜 차별에 억압받아온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하는 과정에서 숨통을 트고 앞으로 살아갈 힘을 얻는 것만으로도 큰 의의가 있다는 것이다.

 


비관적이기보다는 긍정적이며 사람과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더 적극적으로 대항한다는 연구가 있었다(Rattan & Dweck, 2010).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고 싸워 온 사람들이 있기에 지금 우리가 누릴 수 있는 많은 것들이 있다. 우리는 이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간 들려지지 않았던 목소리들이 들려오길, 빛이 여는 길을 함께 걷는 우리들이 되길 바래본다.

 


※ 참고문헌
Swim, J. K., & Hyers, L. L. (2009). Sexism. In: T. D. Nelson (Ed.), Handbook of prejudice, stereotyping, and discrimination (pp. 407–430). New York: Psychology Press.
Stangor, C., Swim, J. K., Sechrist, G. B., Decoster, J., Van Allen, K. L., & Ottenbreit, A. (2003). Ask, answer, and announce: Three stages in perceiving and responding to discrimination. European Review of Social Psychology, 14, 277-311.
Salerno, J. M., & Peter-Hagene, L. C. (2015). One angry woman: Anger expression increases influence for men, but decreases influence for women, during group deliberation. Law and Human Behavior, 39, 581-592.
Becker, J. C., Zawadzki, M. J., & Shields, S. A. (2014). Confronting and reducing sexism: A call for research on intervention. Journal of Social Issues, 70, 603--614.
Swim, J. K., Eyssell, K. M., Murdoch, E. Q., & Ferguson, M. J. (2010). Self‐Silencing to Sexism. Journal of Social Issues, 66, 493-507.
Czopp, A. M., & Monteith, M. J. (2003). Confronting prejudice (literally): Reactions to confrontations of racial and gender bias.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29, 532–544.
Rattan, A., & Dweck, C. S. (2010). Who confronts prejudice? The role of implicit theories in the motivation to confront prejudice. Psychological Science, 21, 952-959.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한 주를 건강하게 보내는 심리학을 다룬 <심리학 일주일>을 썼다.

 

시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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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작소개
과학동아와 dongascience.com의 인기 작가, ‘지뇽뇽’의 신작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가 출간됐습니다. 세상은 ‘나’를 참 힘들게 합니다. 왜 아파야 청춘이고,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는 걸까요? 그냥 있는 그대로, 평온하게 나를 사랑하는 방법은 없는 걸까요? 내 맘속을 들여다 본 듯, 공감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지뇽뇽 작가의 말에 귀기울여보세요. ‘나’를 사랑하며 행복해질 방법에 대해 함께 고민해드립니다.


지뇽뇽 심리학 칼럼니스트

imaum02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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