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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판 ‘냉정과 열정 사이’ 초록 은하는 변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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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판 ‘냉정과 열정 사이’ 초록 은하는 변신 중?

2016.08.01 10:00

은하의 ‘색’에 주목한 적 있는가. 우주에는 우리은하 외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은하가 존재한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은하들의 색깔은 대부분 빨간색 혹은 파란색이다. 별은 표면온도에 따라 빨간색, 노란색, 흰색, 초록색, 파란색 등 색이 다양한데, 왜 이들을 품은 은하는 유독 두 가지 색깔로 보이는 걸까. 흰색이나 초록색 은하는 왜 적은 걸까.

 

다양한 은하. 품고 있는 별의 온도에 따라 색이 다르다. 가운데 초록색 은하 사진은 영국 더럼대 연구진이 초록색 은하가 드문 이유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나온 시뮬레이션 이미지다. - ESA/NASA&Hubble/ESO/Public domain 제공
다양한 은하. 품고 있는 별의 온도에 따라 색이 다르다. 가운데 초록색 은하 사진은 영국 더럼대 연구진이 초록색 은하가 드문 이유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나온 시뮬레이션 이미지다. - ESA/NASA&Hubble/ESO/Public domain 제공

천문학자들이 참여한 ‘슬론전천탐사(SDSS)’는 우주의 거대 구조를 실측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천문 관측 프로젝트로, 1998년부터 본격적으로 탐사를 시작했다. 프로젝트 초기에만 10만 개 이상의 은하의 색에 대한 자료를 모을 수 있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은하의 색깔이 빨간색과 파란색에 편중돼 있고, 노란색, 초록색, 흰색 은하는 매우 드물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은하를 관측하기 시작한 때부터 수많은 천문학자들이 품은 의심이, SDSS의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천문학계에서는 이 은하들을 각각 ‘빨간 계열(Red sequence)’과 ‘파란 모임(Blue cloud)’이라고 부른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걸까.

 


늙은 빨간 은하, 젊은 파란 은하?


은하의 색깔은 은하의 가장 기본적인 특성이다. 은하를 구성하는 별이 주로 색을 결정한다. 은하는 최소 100만 개 이상의 별들로 이뤄져 있는데, 이 거대한 별의 군집이 만드는 빛의 색깔이 곧 은하의 색깔이다.


우리가 별을 관찰하는 시점의 별 색깔은 주로 표면온도와 화학 성분에 좌우된다. 먼저 화학 성분을 보자. 별 표면의 대기에 무거운 원자가 많으면 별은 빨간색으로 보일 가능성이 크다. 수소와 헬륨을 제외한 중원소는 대개 뜨거운 플라즈마 상태로 별 표면의 대기에 존재하는데, 그 에너지 상태에서는 별이 내는 빛 중 파란빛을 흡수한다. 중원소 전자의 에너지 준위가 파란색 대역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별이 아무리 파란빛을 많이 방출해도 대기 중 중원소가 이를 모두 흡수해 버리기 때문에 결국 빨간색으로 보인다.


그러나 별의 색깔에 훨씬 더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별의 표면온도다. 약 1만K(1K은 영하 약 273℃)를 기준으로 이보다 뜨거우면 일반적으로 별은 파랗게 보인다. 표면온도는 별이 나이가 들면서 계속 변하는데, 보통은 나이가 들수록 차갑게 식는다(예외도 있다. 나이가 더 많이 들어 초거성 단계를 거친 뒤, 마치 회춘하듯 다시 뜨거워지는 경우도 있다). 특히 무거운 별들은 나이가 10억 년 이상이 되면 표면온도가 떨어지면서 빨간색 별로 바뀐다.


그렇다면 특정 시점에 은하를 구성하는 별들이 어떤 상태기에 파란 은하와 빨간 은하로 양분되는 걸까. 가장 유력한 가설은 ‘나이 차이’다. 파란 은하에는 10억 살보다 젊은 별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설명이다. 이 말은, 최근 10억 년 사이에 빨간 은하에서는 새로운 별이 거의 생성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새로운 별이 탄생하려면 아주 차갑고 밀도가 높은, 주로 분자로 이뤄진 가스가 필요하다. 이 가스가 자체 중력으로 밀도를 높여 가면, 어느 순간 스스로 빛을 낼 수 있는 별이 된다. 파란 은하는 지난 10억 년 동안 이런 조건을 자주 만났던 반면, 빨간 은하는 거의 접하지 못한 것이다.

 

은하의 색등급도 은하의 색과 광도를 기준으로 분포를 살펴보면 빨간색과 파란색에 편중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그 중간 단계인 초록색 은하는 매우 드물다. - ESO(W), 과학동아 제공
은하의 색등급도 은하의 색과 광도를 기준으로 분포를 살펴보면 빨간색과 파란색에 편중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그 중간 단계인 초록색 은하는 매우 드물다. - ESO(W) 제공

빨간 은하에 아기 별이 드문 이유


왜 이런 현상이 생겼을까. 구체적인 가설 몇 가지를 살펴보자. 먼저 은하 중심부에 초거대 블랙홀이 있어 별 생성을 막았다는 가설이 있다. 이를 ‘초거대 블랙홀 반응’이라고 부른다. 빨간 은하는 파란 은하보다 일반적으로 더 무겁고 더 밝다. 빨간 은하가 파란 은하보다 훨씬 더 무거운 초거대 블랙홀을 중심부에 갖고 있다는 뜻이다. 이 블랙홀이 가스를 격렬하게 빨아들이면 강력한 빛과 바람, 제트가 발생하는데(과학동아 7월호 기획 ‘활동성 은하핵’ 참조), 이 때문에 별의 재료가 되는 가스를 은하 외부로 잃어버리거나 가스가 응축되지 못했을 수 있다.


가볍고 어두운 빨간 은하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경우는 중심부의 초거대 블랙홀의 활동이 약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주변 환경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과학자들은 이 같은 은하가 무거운 은하들 사이를 떠돌아다녔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무거운 은하 주변의 가스는 매우 뜨겁다. 만약 질량이 작고 자체 중력이 작은 은하가 이 가스 사이를 돌아다니면, 은하 내부로 뜨거운 가스가 빠르게 밀려 들어올 수 있다. 그 결과, 은하 내부에서 별을 만들 수 있는 차갑고 밀도가 높은 가스가 밀려나 버렸을 가능성이 있다.

 

두 은하가 병합하는 경우, 별이 격렬하게 만들어지면서 매우 밝고 파랗게 보인다. - Public domain 제공
두 은하가 병합하는 경우, 별이 격렬하게 만들어지면서 매우 밝고 파랗게 보인다. - Public domain 제공

밝은 은하는 보통 빨간색이지만, 예외적으로 밝으면서 파란 은하도 있다. 은하가 서로 충돌하거나 병합하는 경우라고 추측할 수 있다. 이 경우, 많은 양의 가스가 고밀도로 압축되면서 별 탄생이 손쉽게 일어날 수 있다. 이런 은하는 다른 은하보다 파랗고 아주 밝게 보일 가능성이 있다.


SDSS 관측 결과를 보면, 빨간색과 파란색 은하 외에 아주 일부 초록색 은하가 관측된다. 초록색 은하는 차갑게 식어 빨간 빛을 내는 별들과 매우 뜨거워서 파란 빛을 내는 별들이 적절하게 섞여 있는 은하라고 볼 수 있다. 즉, 빨간 은하가 파란색으로 전환되거나 파란 은하가 빨간색으로 전환되는 중간 과정의 은하다(물론 초록색을 꾸준히 유지하며 진화한 은하일 가능성도 있다). 초록색 은하가 드물다는 이야기는, 빨간 은하와 파란 은하가 전환되는 과정이 매우 빠르게 일어난다는 뜻이다. 은하의 색이 바뀌는 과정이 이토록 빠르다는 사실은 큰 미스터리다.

 

별 생성을 막는 다양한 메커니즘 별이 탄생하려면 차고 밀도가 높은 가스가 필요하다. 그런데 은하가 무거운 은하 사이를 돌아다니는 과정에서 은하 외부의 뜨거운 가스가 빠르게 유입돼 은하 안의 가스를 밀어내거나(①) 중심부의 초거대 블랙홀이 격렬하게 활동해 차가운 가스를 파괴하거나 날려버리는 경우(②) 별을 못 만들게 될 수 있다. 이런 현상들이 일어나면 별 생성이 빠르게 억제되면서 파란 은하가 초록색 은하 단계를 빠르게 지나 빨간 은하로 전환될 수 있다. - 과학동아 제공
별 생성을 막는 다양한 메커니즘 별이 탄생하려면 차고 밀도가 높은 가스가 필요하다. 그런데 은하가 무거운 은하 사이를 돌아다니는 과정에서 은하 외부의 뜨거운 가스가 빠르게 유입돼 은하 안의 가스를 밀어내거나(①) 중심부의 초거대 블랙홀이 격렬하게 활동해 차가운 가스를 파괴하거나 날려버리는 경우(②) 별을 못 만들게 될 수 있다. 이런 현상들이 일어나면 별 생성이 빠르게 억제되면서 파란 은하가 초록색 은하 단계를 빠르게 지나 빨간 은하로 전환될 수 있다. - 과학동아 제공

초록색 은하 드문 이유 밝혀질까


이 미스터리를 밝히기 위해 많은 천문학자들은 은하가 태어나고 진화하는 과정에서 위의 다양한 현상이 얼마나 빈번하게, 또 얼마나 광범위한 공간에서 작동하는지 연구 중이다. 이 같은 현상이 동시에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상황도 있다. 예컨대, 초거대 블랙홀을 품은 은하가 무거운 은하 주변을 빠르게 돌아다니는 상황을 상상해 보자. 초거대 블랙홀의 활동 때문에 이 은하 중심부의 차갑고 밀도가 높은 가스는 은하 외곽부로 흩어진다. 동시에, 무거운 은하 주변의 뜨거운 가스가 초거대 블랙홀을 지닌 은하 내부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외곽부의 가스를 밀어낸다. 이렇게 효과가 중첩되면서 별 생성이 빠르게 억제되고, 결과적으로 파란 은하가 매우 급격하게 빨간 은하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가설만 많을 뿐, 답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은하의 색깔 변화를 결정하는 여러 현상 가운데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그리고 어떤 조건에서 어떤 현상이 작동하는지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하다. 다만 이런 다양한 과정이 은하의 색깔에 기여하는 정도에 따라 특정 시점에 빨간 은하가 잠시 파란색이 되기도 하고, 또 반대로 파란 은하가 빠르게 혹은 느리게 빨간 은하가 될 수도 있다.


최근 천문학자들은 보다 먼 우주를 관측해 우주의 나이와 은하가 존재하는 다양한 환경에 따라 빨간 은하와 파란 은하, 그리고 그 사이의 초록색 은하의 분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연구 중이다. 또,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가상으로 만들어진 은하들 각각의 역사를 추적해 색깔이 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보는 연구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제기된 가설 중 어떤 것이 실제로 더 영향을 주는지 검증하는 것도 중요한 연구 주제다.


앞으로 은하 진화의 관점에서 은하의 현재 모양과 크기, 밝기, 그리고 색깔의 상관관계를 밝히려는 연구가 계속될 것이다. 새로운 관측과 시뮬레이션 연구가 종합적으로 해석될 때, 비로소 은하의 색깔 뒤에 숨은 더 큰 신비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멀지 않은 미래에 은하의 형성과 진화 원리, 그리고 우주의 역사에 대한 인류의 이해가 한 단계 더 큰 도약을 하기를 기대해 본다.

 

 

※ 필자소개
신민수 http://astromsshin.github.io 한국천문연구원 은하진화연구그룹 선임연구원.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관측 자료의 비교 분석, 기계학습을 활용한 대용량 자료 분석 등의 방법으로 다양한 천체물리학 문제들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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