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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톤음료, 도핑검사 걱정없는 에너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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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톤음료, 도핑검사 걱정없는 에너지원?

2016.08.01 17:35

도핑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달렸습니다. 만약 불법 행위로 도핑을 한정한다면, 당연히 도핑이 아니죠. 하지만 다른 사람에 비해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뚜렷한 의도를 갖고 주요 영양소가 아닌 물질을 섭취한다면, 도핑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 테리 그레이엄, 캐나다 궬프대 생리학자. 운동선수들의 카페인 섭취에 대해.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이번 주 토요일부터 리우하계올림픽이 시작되면 잠 못 이루게 하는 열대야가 오히려 고마울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이 기간 동안 낮에는 비몽사몽으로 지내겠지만….


그런데 이번 올림픽은 어느 때보다도 어수선한 것 같다. 솔직히 별 탈 없이 제대로 치러질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지카바이러스 창궐은 그렇다고 쳐도 현지의 불안한 치안상태로 선수들조차 안전하지 않다는 얘기도 들리고(오늘 아침에도 한 중국선수가 짐을 다 도둑맞았다고 한다) 여전히 공사 중인 경기장이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한다.


내우외환이라고 바깥쪽도 어수선하기는 마찬가지다. 전체주의의 악습을 버리지 못하고 국가가 나서 선수들에게 약물을 먹이고 소변을 바꿔치기하는 ‘귀부인 칵테일’ 작전을 벌인 러시아는 그 사실이 폭로되면서 이번 올림픽에 나오지 못할 위기에 몰렸다.

 

막판에 IOC(국제올림픽위원회)가 “각 경기 연맹에서 개별적으로 출전 금지 여부를 결정하라”고 한발 물러서면서 육상, 역도 등 일부 종목에서만 참가가 불허됐다. 이에 대해 IOC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높지만, 러시아를 완전히 뺄 경우 리듬체조 등 인기종목이 휘청거려 안 그래도 이번 올림픽 흥행을 걱정하는 IOC로서는 어쩔 수 없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pixabay 제공
pixabay 제공

카페인, 2004년 금지 약물 목록에서 제외돼


스포츠가 과학이 되면서 선수들의 수준이 상향평준화됨에 따라 많은 경우 경기력을 1퍼센트, 2퍼센트만 끌어올릴 수 있어도 메달 획득 여부와 색깔이 바뀔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약물복용의 유혹을 떨쳐내기 어려운 이유다. 물론 도핑 약물을 밝혀내는 기법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처럼 소변을 바꿔치기 하지 않는 한(러시아 말고 이런 짓을 할 나라가 또 있을까?) 약물을 쓰면 걸리기 마련이다.


그런데 경기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모든 약물이 금지돼 있는 건 아니다. 대표적인 예가 커피나 차에 들어있는 카페인이다. 카페인이야 정신을 각성시키는 약물일 뿐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드는 독자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카페인이 운동선수들의 경기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이미 100여 년 전에 나왔다.

 

실제 기준량이 엄청나서 그렇지 카페인도 엄연히 도핑검사 목록에 있는 약물이었다(소변 1밀리리터 당 12마이크로그램으로 커피 수 십 잔을 마셨을 때 양). 그러나 2004년 금지 약물 목록에서 제외됐는데, 카페인의 함량이 기준치보다 훨씬 낮을 때 최고의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인 측면이 크다.


카페인의 효과는 마라톤이나 사이클처럼 지구력이 중요한 선수들에게 두드러진다. 2009년 발표된 메타연구결과를 보면 카페인을 섭취하면 운동 수행 능력이 평균 3퍼센트나 개선된다. 10킬로미터를 40분에 완주할 수 있는 사람이 카페인을 섭취할 경우 무려 72초를 단축할 수 있다는 말이다. 다만 카페인의 효과는 개인차가 커서 심지어 역효과를 보는 사람도 있다.


미국 저널리스트 머리 카펜터의 책 ‘카페인 권하는 사회’를 보면 경기를 앞두고 자신만의 ‘카페인 전략’을 세우는 선수들이 많다고 한다. 예를 들어 사이클 선수 켄트 보스틱은 평소 카페인을 절제해 내성이 없게 만든 뒤 경기 당일에만 비바린(카페인 알약) 반 알과 커피 한 잔을 마신다. 그 결과 동료들이 “어떻게 경기 당일만 되면 그렇게 더 빨라지느냐”고 물을 정도라고. 이번 올림픽 참가자들 가운데도 카페인 전략을 세운 선수들이 꽤 있을 것이다.

 

우리 몸은 굶주려 체내 포도당이 고갈되면 지방세포에 저장해둔 지방산을 케톤체로 분해해 이용한다. 이를 ‘굶주림 케토시스(starvation ketosis)’라고 부른다. 최근 케톤체를 섭취해 체내 포도당이 부족하지 않을 때 세포내 대사와 운동수행능력의 변화를 알아본 연구가 발표됐다. 연구자들은 이를 ‘영양 케토시스’라고 불렀다. - 셀 대사 제공
우리 몸은 굶주려 체내 포도당이 고갈되면 지방세포에 저장해둔 지방산을 케톤체로 분해해 이용한다. 이를 ‘굶주림 케토시스(starvation ketosis)’라고 부른다. 최근 케톤체를 섭취해 체내 포도당이 부족하지 않을 때 세포내 대사와 운동수행능력의 변화를 알아본 연구가 발표됐다. 연구자들은 이를 ‘영양 케토시스’라고 불렀다. - 셀 대사 제공

운동수행능력 2% 개선


학술지 ‘셀 대사’ 7월 27일자 온라인판에는 카페인처럼 영양소가 아닌 물질이 아니라 영양소인 물질을 섭취함으로써 운동수행능력을 2퍼센트 정도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즉 운동 전 또는 운동 중에 ‘케톤음료(ketone drink)’를 마시면 운동능력이 개선된다는 얘기다. 보통 영양소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인데 케톤음료는 굳이 말하자면 지방으로 분류해야겠지만 실제 몸속에서 작동하는 방식을 보면 그렇게 보기도 어려운 측면이 있다. 


케톤은 탄소원자와 산소원자가 이중결합을 이루고 있는 부분을 포함하고 있는 분자를 가리킨다. 보통 음식으로 섭취하는 영양소는 아니고 우리 몸에서 만든다. 즉 간에서 지방세포에 저장돼 있던 지방산을 분해해 아세토아세테이트나 히드록시부티레이트(엄밀히 말하면 케톤이 환원된 형태다) 같은 분자를 만드는데 이를 ‘케톤체’라고 부른다.


인체에서 케톤체는 비상식량이다. 즉 평소 주된 에너지원인 포도당이 부족해질 경우 몸은 이를 보충하기 위해서 케톤체를 만든다. 몸의 세포들은 혈중 지방산을 가져다 쓰기도 하지만 뇌로 들어가는 혈관은 지방산을 통과시키지 않기 때문에 포도당이 떨어질 경우 케톤체가 유일한 대안이다. 역으로 포도당이 풍부할 경우 간은 케톤체를 만들지 않기 때문에 둘은 서로 만날 수 없는 사이인 셈이다.


한때 유행했던 ‘황제다이어트’가 바로 몸이 케톤체를 쓰게 하는 다이어트법이다. 즉 탄수화물이 거의 없는 식단으로 혈중 포도당의 농도를 떨어뜨려 지방세포가 저장하고 있던 지방산을 소진하는 것이다. 단식을 해도 바로 굶어죽지 않는 것 역시 케톤체로 버티기 때문이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연구자들은 체내 포도당이 부족하지 않을 때 케톤체가 존재하면 몸의 대사가 어떻게 반응할지 알아보기로 했다. 즉 섭취할 경우 히드록시부티레이트 두 분자로 분해되는 케톤에스테르 분자를 합성해 이를 음료에 탔다. 물론 동물실험으로 안전성을 검증했다.


사람들에게 몸무게 1kg 당 573밀리그램 수준(체중 60kg인 경우 34그램)으로 케톤에스테르를 섭취하게 한 뒤(케톤음료의 형태로) 다양한 강도로 운동을 하게 한 결과 전체 산소 소모량의 16~18%가 히드록시부티레이트 산화에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근육세포에 있는 미토콘드리아가 세포내호흡으로 만든 에너지의 상당 부분이 케톤체에서 비롯됐다는 말이다.


다음으로 연구자들은 당분과 케톤에스테르가 6:4로 들어 있는 음료와 당분만 100퍼센트 들어있는 음료를 준비한 뒤 사이클 선수들의 운동수행능력을 측정했다. 두 음료의 칼로리는 똑같았지만 30분간 사이클을 탄 결과 케톤에스테르가 포함된 음료를 마실 경우 평균 411미터 더 갔다. 30분에 20km 정도를 가므로 2퍼센트 정도 향상된 결과다. 경기라면 순위가 바뀔 수 있는 수준이다. 그렇다면 케톤음료는 어떻게 운동수행능력을 향상시켰을까.


앉아 있거나 걷는 수준의 온화한 활동을 할 경우 우리 몸에서 연료(포도당)는 별 무리없이 완전연소, 즉 미토콘드리아에서 산화가 일어나 이산화탄소와 물로 바뀐다. 그러나 운동을 할 경우 에너지 수요가 늘어나므로 포도당의 일부가 젖산으로 바뀌는 불완전 연소가 일어난다. 그 결과 근육세포에는 젖산이 쌓이면서 근육이 피로를 느낀다는 가설이 있다. 그런데 케톤음료를 마실 경우 근육세포의 에너지원이 다양해지면서 젖산이 덜 만들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뉴스에 따르면 케톤음료는 1년 내에 상용화될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될 경우 머지않아 케톤음로도 카페인음료처럼 운동선수들이 경기력 향상을 위해 섭취하는 게 기본이 될지도 모르겠다.


이번 리우올림픽참가선수들(또는 관계자들) 가운데 케톤음료에 대한 정보를 알고 연구팀에 부탁해 케톤음료를 구한 사람이 있다면 그 덕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금지약물도 아닐뿐더러 몸속에서 케톤체로 바뀌므로 흔적도 남지 않는다.) 물론 글 앞에 인용한 테리 그레이엄의 말처럼 “다른 사람에 비해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뚜렷한 의도를 갖고 주요 영양소가 아닌 물질을 섭취한다면 도핑”이라고 보면 좀 반칙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 필자소개
강석기. 서울대 화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지내고 있다. 지은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4권, 2012~2015),『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나』(2014)가 있고, 옮긴 책으로 『반물질』(2013), 『가슴이야기』(2014)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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