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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한 내몸 노출 싫어! 여름이 얼른 지나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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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한 내몸 노출 싫어! 여름이 얼른 지나갔으면...

2016.08.06 10:00

▶ 고민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땀이 주르륵 흐르는 여름입니다. 하지만 이 삼복더위에도 저는 긴 팔에 긴 바지를 입고 다닙니다. 옷을 겹쳐 입어도 확연히 드러나는 축 늘어진 뱃살. 수영복을 입은 저를 상상하면, 한숨부터 나옵니다. 다이어트도 운동도 안 해본 것은 아니지만, 원래 살찌는 체질인지 별무소용입니다. 친구들이 바다로, 계곡으로 같이 놀러가자고 청합니다만, 괜히 외모몰아주기에 동원되는 것 같아서 거절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pixabay 제공
pixabay 제공

○ 정신과 전문의가 답합니다!


● 바쁜 분들을 위한 네 줄 요약
1. 인간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2. 아름다움은 종종 다양한 긍정적 자질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3. 그러나 아름다움의 사회문화적 기준은 시대에 따라 변해왔다.
4.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즐기는 모습이, 바로 ‘아름다움’이다.


외모에 대한 관심은 남녀를 가리지 않습니다. 보통은 여성들이 외모에 더 많이 관심을 가진다고 생각합니다만, 사실 외모에 대한 관심은 성별보다는 연령에 따른 편차가 더 심합니다. 사춘기 전의 어린 아이나 나이 지긋한 중년은 외모에 대해서 그리 큰 비중을 두지 않습니다.

 

물론 건강한 육체에 대한 관심이야 나이가 들어도 변함없겠습니다만, 소위 ‘섹시한’ 몸매나 ‘예쁜’ 얼굴에 대한 관심은 나이가 들면서 급격하게 줄어듭니다. 어린 아이들도 그렇습니다. 몸매가 볼품없다면서 워터파크를 마다하는 꼬마녀석을 본 일이 있나요?


사실 외모가 무슨 소용입니까? 예쁘고 날씬하다고 해서, 어디서 떡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실제로 찰스 다윈은 공작새의 길고 아름다운 꼬리를 볼 때마다, 몹시 괴로워했다고 합니다. 공작새의 꼬리가 화려한 것은 사실이지만, 생존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먹이감이 되기 쉬워지는 불리함만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찰스 다윈은 1859년, 이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종의 기원’을 출판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예쁜 사람을 좋아하고, 또 예뻐지려고 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진실입니다. 도대체 왜 그러는 것일까요?

 
1871년, 드디어 다윈은 이에 대한 멋진 설명을 담은 ‘인간의 유래’라는 책을 냅니다. 생존에 불리한 형질이라고 하더라도, 이성이 선호한다면 선택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생존에 유리한 형질이 선택되는 현상을 ‘자연선택’이라고 하고, 이성이 원하는 형질이 선택되는 현상을 ‘성선택’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수컷 공작이 아름다운 꼬리를 가지게 된 것은 바로, 암컷 공작이 그것을 ‘좋아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간단한 설명이죠? 하지만 유럽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 자연선택설에 비해서, 성선택설은 이후 수십년 동안 학계에서 별로 인기가 없었습니다.

 

학자들이 성선택설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데에는 몇 가지 복잡한 이유가 있었지만, 그 중 한 가지는 ‘왜 이성이 그런 형질을 좋아하게 되었는가?’를 명쾌하기 설명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아마 긴 꼬리가 있으면, 잘 날기도 어렵고 거추장스러워서 쉽게 잡아 먹힐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생존에 불리한 긴 꼬리가 있지만, 그래도 거뜬히 살아남지 않느냐? 내가 이렇게 우수하다.’라는 식으로 자신의 자질을 과시하려는 것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를 핸디캡 이론(the handicap hypothesis)이라고 합니다.

 

암컷 공작은 수컷의 꼬리를 보고 반한 것이 아니라, 불리한 긴 꼬리에도 ‘불구하고’ 잘 살아가기 때문에 반한다는 것입니다. 다른 말로 값비싼 신호 이론(costly signaling theory)라고 하기도 하는데, 인간의 이타심이나 협력 혹은 신앙심 등을 이 이론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가설입니다.


물론 아름다움은 그 자체로 좋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많은 학자들은 우리가 아름답게 여기는 형질들이 사실 내적 자질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항아리형의 몸을 가진 여성이 매력적인 것은, 출산과 양육의 가능성을 시사하기 때문이라는 등의 설명입니다. 좌우가 균형 잡힌 얼굴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도, 건강한 재태기와 영유아기를 보냈다는 증거라는 것이죠. 깨끗한 피부가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기생충이 감염되지 않았다는 의미라는 것입니다. 상당히 그럴 듯 합니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아름다움을 전부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미의 기준은, 단지 신체적인 자질 이상의 사회문화적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호리호리한 몸매가 아름다운 것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진화론적 계급이론에 의하면, 오랫동안 인류는 풍만한 몸을 아름답게 여겼다고 합니다. ‘비만’은 성공적인 지위 투쟁의 결과였고, 높은 신분의 사회적 상징으로 기능해 왔습니다.

 

사실 귀족들도 종종 굶어 죽던 시절에, 살찌도록 먹는다는 것은 대단한 일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대로 먹지 못해서, ‘불가피하게’ 날씬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근대에 접어들며 음식이 풍부해지자, 낮은 계층의 사람들도 충분히 ‘뚱뚱해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풍만한 몸이 가지는 상징적 기능이 점점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날씬한 몸이, 바로 아름다움의 기준이 된 것은 아닙니다.


서구 근대 사회에서는 철저한 자기관리와 근면, 절제, 금욕과 같은 가치가 상당히 부각되었습니다. 이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었습니다만, 아무튼 점점 날씬한 몸이, 개인의 내적 자질을 상징하는 아름다운 과시재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입니다. 식욕을 절제할 수 있다면, 다른 것은 보나마나 철저할 것이라는 식이죠. 그리고 신문이나 방송 등의 매스미디어는 이러한 새로운 미의 기준을 사회 전반에 급속도로 확산시키는 역할을 했습니다.


흔히 아름다움은 주관적인 것이라고 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아름다움을 수치로 나타내거나, 수학공식으로 계산하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름다움의 기준이 백인백색으로 완전히 다른 것은 아닙니다. 미추에 대한 평가는 조금씩 다르지만, 그래도 대개는 얼추 비슷한 편입니다. 이를 철학적으로는 상호주관성(intersubjectivity)이라고 하는데, 대상에 대해서 개인들이 가지는 주관적인 관점의 공유된 상태를 말한다고 합니다(더 자세한 철학적 설명은, 제 수준을 넘기 때문에 생략하겠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아름다움의 기준은 사회적으로 공유하는 어떤 가치에 대한 집단적인 판단에 상당히 영향을 받습니다. 날씬한 몸에 부여하는 아름다움이라는 사회적 가치는 현대 서구사회에서 강력하게 유지되고 있고, 앞으로도 상당기간 굳건할 것 같습니다. 매체에서는 날씬한 대상에게 지속적으로 아름다움의 가치를 부여하고 있고, 각 개인들도 또한 그러한 상호주관성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 너무 어려운 이야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아무튼 날씬함이 이미 아름다움의 기준이 되어버렸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날씬해지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는 암울한 결론일까요? 물론 그렇지 않습니다. 앞서서 핸디캡 이론을 말씀드린 것이 기억나시는지요? 네. 눈치 빠른 독자분이라면 알아차리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의 늘어진 뱃살은 분명 핸디캡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름을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터무니없이 길기만 한 꼬리, 아니 늘어진 뱃살을 가지고도, 전혀 지장없이 즐거운 여름을 즐길 수 있는 멋진 사람이라는 ‘값비싼 신호’를 보내주십시오. 뱃살을 출렁이면서도 멋지게 살아가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면, 아름다움에 대한 상호주관성이 바뀔지도 모릅니다(가능성은 희박합니다만).


에필로그

 

사실 늘어진 뱃살이 값비싼 신호로 작용한다는 식의 설명은, 이론적으로 딱 들어맞는 것도아니고,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은 물론 더더욱 아닙니다(^^). 하지만 무슨 상관입니까? 여름은 짧고, 젊음은 더 짧습니다. 올 여름이 당신의 삶에서 가장 젊은 여름입니다. 당장 바다로 떠나십시오. 몸매 걱정은 일단 접어두고, 신나고 즐거운 여름 휴가 보내시길 바랍니다. 여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편집자주: 살림살이 좀 어떠십니까? 뉴스를 보면 도처에 안좋은 소식 뿐입니다. 젊은이들은 취업 걱정, 중장년 층은 노후 걱정에 노심초사합니다. 경제, 정치 심지어 날씨까지 우리 편은 없어 보입니다. 본지는 인류학을 전공한 박한선 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우리가 한번쯤 고민할 법한 주제를 선정, 지면을 통해 상담을 해드립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마음에 품고 사는 고민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 필자소개
박한선. 경희대 의대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이대부속병원 전공의 및 서울대병원 정신과 임상강사로 일했다. 현재 성안드레아병원 정신과장 및 이화여대, 경희대 의대 외래교수를 지내면서, 서울대 인류학과에서 정신장애의 신경인류학적 원인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행복의 역습'(2014)을 번역했고, '재난과 정신건강(공저)'(2015) 등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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