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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자의 문화산책]“당신의 정자에 투표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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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자의 문화산책]“당신의 정자에 투표하세요”

2016.08.07 18:00

'제3회 사이언스 나이트 라이브(SNL)' 프로그램 중 하나인 '프로듀스 1억1'. 흰 옷을 입은 출연자들이 '정자'를 연기하고 있다. - 변지민 기자 제공

 “오디션에 지원한 1억 마리의 정자 연습생 중 단 한 마리만 난자를 만나 수정할 수 있습니다. 생존시간은 앞으로 4시간. 머리와 꼬리에 있는 미토콘드리아로 힘차게 난자의 세포벽을 뚫어주세요!”

 

6일 저녁 서울 강남의 JBK 컨벤션홀. 정자 역할을 맡은 출연자들이 머리로 비닐 막(난자의 세포벽을 형상화)을 뚫는 동안 관람석에선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지난 4월 인기리에 종영한 걸그룹 멤버 선발 프로그램인 ‘프로듀스 101’을 패러디해 정자들이 경쟁을 벌이는 동안 관람객들은 마음에 드는 정자에게 투표해 ‘1등 정자’를 뽑았다.

 

이 행사는 성인 대상 과학코미디쇼인 ‘제3회 사이언스 나이트 라이브(SNL)’. 제 20회 대한민국과학창의축전 행사의 하나로 미래창조과학부가 주최하고 한국과학창의재단 주관, 주한영국문화원 후원으로 열렸다.

 

이날 공연은 클럽처럼 어두운 공간에 형형색색의 조명이 돌아가고 관람객들은 선 채로 칵테일을 마시며 쇼를 보는, 독특한 콘셉트로 진행됐다.  2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온라인 신청을 받은 뒤 선착순 300명을 무료 초청했다. 

 

이날 행사에선 난자에 염색체를 전달할 정자를 선발하는 ‘프로듀스 1억1’을 비롯해 과학 용어들을 랩으로 풀어내는 ‘쇼 미 더 사이언스’, 죽은 영혼을 불러들인다는 강령술의 비밀을 과학적으로 파헤치는 ‘강령술의 비밀’, 인터넷방송 아프리카TV의 방송 프로그램 중 하나인 ‘곽방 TV’를 현장에서 중계하는 등 다양한 공연이 이어졌다.

 

'제3회 SNL'의 일환으로 과학방송 ‘곽방 TV’ 현장중계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 변지민 기자 제공

공연을 이끈 10여 명의 출연자는 ‘페임랩(FameLab) 코리아’ 수상자들로 대부분 이공계 출신들이다. 현직 석·박사과정 연구원도 있다. 페임랩 코리아는 3분 이내로 과학적 주제를 재미있게 발표하는 대회로 한국과학창의재단과 주한영국문화원이 2014년부터 매년 개최하고 있다.

 

이름에 ‘과학’이 들어가지만, SNL에선 과학지식을 깊이 다루지 않고 ‘양념’처럼 곁들인다. 예를 들어 양자역학에 관해 이야기한다 해도 상보성의 원리, 불확정성 원리 등을 자세히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관객에게 작은 상자를 건네며 “내부에 비싼 술과 값싼 음료수가 50% 확률로 중첩돼 있다”고 넌지시 한 마디 던질 뿐이다. 이날 공연을 관람한 윤푸빗 이미지헌터빌리지 대표는 “어려운 말을 쓰지 않고 재미있게 일상 언어로만 풀어내 좋았다”며 “이렇게 흥미를 일으키면 관심 있는 사람은 개인적으로 더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NL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19금’을 내건 과학 공연이다. 공연 중 성관계나 음주에 대한 이야기도 자유롭게 한다. 작년 공연 때는 “지나친 성적 묘사 등 다소 무리한 설정을 해 관람하기 불편했다”는 일각의 비판도 있었지만, 올해는 비교적 수위조절을 잘해 자리를 잡았다는 평이다.

 

SNL은 2014년 서울 충정로 ‘상상유니브’의 소규모 공연장에서 대학교 동아리 공연처럼 조촐하게 1회 공연을 시작했다. 2회 때는 규모를 키워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과학계 인사들을 초청해 성대하게 공연을 열었다. 공연을 기획한 김재혁 한국과학창의재단 연구원은 “계속 다양한 시도를 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제3회 SNL'의 일환으로 과학실험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 변지민 기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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