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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우면 난폭해진다, 진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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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우면 난폭해진다, 진짜일까?

2016.08.09 13:00

연일 더위가 기승이다. 이런 더위라면 지나가다 누군가와 툭 부딫히는 것 만으로도 살인이 날 것이라고들 농담삼아 이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로 그럴 가능성이 있다면 어떨까?


심리학자 Craig Anderson에 의하면, 더위는 사람들의 화와 공격성을 부추긴다고 한다(Anderson, 2001). 많은 조사 결과들이 다른 계절보다 ‘여름’에 살인, 폭행 등의 범죄들이 더 많이 나타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하지만 단순히 다른 계절보다 여름에 사람들이 자주 또 더 오래 활동하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또 다른 조사들에 의하면 같은 여름이라도 더 더운 여름에, 또 평년보다 기온이 대체로 높았던 해에 살인, 폭행 등의 범죄들이 더 많이 일어났다고 한다. 즉 더위가 다른 요소들과 상관없이 그 자체로 사람들의 공격성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에서는 몇몇 예외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기온이 높은 지역에서 그렇지 않은 지역에 비해 강력범죄들이 많이 발생하는 경향을 나타난다고 한다. 이러한 결과는 인구 수, 사회경제적 요인, 지역의 문화적 특성 등을 통제하고서도 유효했다고 한다(Anderson et al., 2001).

 

pixaba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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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80년대에 이루어진 한 연구에 의하면, 더운 날씨에 도로에서 에어컨을 쐬고 있었던 운전자들에 비해 에어컨을 쐬고 있지 않았던 운전자들이 더 공격적으로 경적을 울리는 경향을 보였다고 한다(Kenrick & MacFarlane, 1984). 더위가 당신으로하여금 도로의 무법자가 될 가능성을 다소 높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더위를 느낀 경찰관들이 덥지 않았던 경찰관들에 비해 범죄 용의자를 더 위협적이고 공격적으로 지각하고, 더 높은 확률로 무기를 꺼내들었다고 한다(Vrij et al., 1994). 더울 때는 조금만 건드려도 더 큰 감정적 반응과 함께 폭발할 수 있으며 경찰관도 예외는 아님을 보여준다.


최근의 한 연구에 의하면 ‘야구 경기’도 더운 날 할 수록 투수들이 공으로 상대방 타자를 맞추는 폭투가 더 잦았다고 한다(Larrick et al., 2011).


이런 현상에 대해 연구자들은 이미 더워서 잔뜩 짜증이 나 있는 상태에서 언짢은 일을 만나게 되면, 짜증이 더해지기도 할뿐 아니라 언짢은 일을 만남으로써 자신의 분노를 ‘전가’할 대상을 얻게 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일례로 사람들에게 당신이 지금 짜증나는 이유가 더위 때문이라고 명확하게 알려주면 더위때문에 공격성이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문명사회에서 인간이 단순히 ‘덥고 짜증나서’라는 이유로 타인을 치거나 심하게는 살해하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또 스스로도 용납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공격의 합리적인 이유가 될 만한 언짢은 일이 나타나면 (앞 차가 운전을 거지같이 한다거나 상대팀 선수가 플레이를 지저분하게 한다는 등) 기다렸다는 듯이 이 분노가 다 너 때문이라며 더위로 인해 쌓였던 분노를 함께 얹어 맘껏 화를 폭발시키는 것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이렇게 감정을 전가하는 프로세스는 많은 경우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 예컨대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약물을 주사했을 때 그 상태를 전가할 마땅한 설명이나 대상이 없었던 사람들은 별 탈 없이 지나갔던 반면, 때마침 누군가가 작은 실수를 했다든가 해서 현재 감정을 설명할 무언가를 찾게되면 ‘저 사람이 날 화나게 했다’며 크게 분노하게 된다는 연구들이 있었다.


‘심장이 빨리 뛰고 있다 + 불편하다’ 까지라면 별 감정 반응이 일어나지 않지만 여기에 + ‘그럴싸한 설명(누군가 실수를 했다)’이 붙는 순간, 자신은 지금 그 사람의 실수 때문에 화가 난 것이라는 ‘해석’이 붙게 되고 감정을 분출하는 자유를 누리게 된다는 것이다.


보통 어떤 원인이 감정에 선행된다고들 생각하지만 우리의 감정 반응과 인식이란 이렇게 ‘사후 해석’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더위때문에 짜증이 난 상태이지만 여기에 다른 ‘설명’이 붙게 되면, 얼마든지 더위 외의 다른 대상을 향해 화를 분출 할 수 있고 그 사람 또는 그 사건 때문에 짜증이 난 것이라고 스스로 납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마구 화를 내고 나면 실제로 좀 시원하게 느끼게 되는지 좀 궁금하기도 하다.


공격성이 높아지기 쉬운 나날들이다. 혹시 요즘들어 화가 잦아졌다든가 사람들과 싸우는 일들이 흔해졌다면, 혹시 다른 것보다 나의 더위 때문은 아닌지 생각해보는 것도 좋겠다. 에어컨을 만들어 주신 캐리어 선생께 감사를 드리며, 아마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선생이 인류사의 폭력을 줄이는데 큰 역할을 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해본다.

 

 

※ 참고문헌
Anderson, C. A. (2001). Heat and violence. Current Directions in Psychological Science, 10, 33–38.
Kenrick, D.T., & MacFarlane, S.W. (1984). Ambient temperature and horn-honking: A field study of the heat/aggression relationship. Environment and Behavior, 18, 179–191.
Vrij, A., van der Steen, J., & Koppelaar, L. (1994). Aggression of police officers as a function of
temperature: An experiment with the Fire Arms Training System. Journal of Community and Applied Social Psychology, 4, 365–370.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한 주를 건강하게 보내는 심리학을 다룬 <심리학 일주일>을 썼다.

 

시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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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작소개
과학동아와 dongascience.com의 인기 작가, ‘지뇽뇽’의 신작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가 출간됐습니다. 세상은 ‘나’를 참 힘들게 합니다. 왜 아파야 청춘이고,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는 걸까요? 그냥 있는 그대로, 평온하게 나를 사랑하는 방법은 없는 걸까요? 내 맘속을 들여다 본 듯, 공감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지뇽뇽 작가의 말에 귀기울여보세요. ‘나’를 사랑하며 행복해질 방법에 대해 함께 고민해드립니다.
Larrick, R. P., Timmerman, T. A., Carton, A. M., & Abrevaya, J. (2011). Temper, temperature, and temptation: Heat-related retaliation in baseball. Psychological Science, 22, 423-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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