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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을 앞두고 있는데... 초등생 아이가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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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9월 04일 13:00 프린트하기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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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丙申년 새해, 불안한 젊음을 위한 신경인류학 에세이

 

▶고민

오랜 갈등과 고민 끝에 배우자와 헤어지기로 하였습니다.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그동안의 갈등과 고통을 생각하면 서로에게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막상 결정을 하고 나니, 주변의 시선도 걱정되고, 부모님께도 미안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정말 걱정입니다. 혹시 삐뚤어지는 것은 아닐까요? 부모가 이혼하면, 나중에 자식도 이혼할 확률이 높다고 하던데, 정말 그런가요?

 

○ 정신과 전문의가 답합니다!

1. 이혼은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다.
2. 부모의 이혼을 경험하는 자녀들은, 적지 않은 심리적 충격과 스트레스를 받는다.
3. 그러나 많은 경우에 있어서, 자녀에게 이혼이 미치는 악영향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4. 이혼 가정의 자녀라도 충분한 관심과 적절한 양육을 받는다면, 대개는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 ‘이혼은 있을 수 있는 일’...거의 모든 문화권에서 나타나

 

이혼은 장려할 만한 일은 분명히 아닙니다. 점점 높아지는 이혼율로 인해, 여러 가지 사회적인 고민과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죠. 하지만 이혼율 증가의 순기능(?)도 있습니다. 이혼, 그리고 이혼한 가정에 대한 따가운 사회적 시선이 점점 누그러지고 있기도 합니다. 물론 이러한 변화의 기미에도 불구하고, 이혼에 대한 전반적인 사회적 분위기는 그리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혼은 거의 모든 문화권에서 관찰되는 보편적인 현상입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 이혼은 자유 시민의 권리였습니다. 물론 종종 법원의 허락이 필요하기는 했습니다만….

 

구약성경에서도 이혼에 대해서 ‘수치스러운 일이 있어 그를 기뻐하지 아니하면 이혼 증서를 써주고’라며 언급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요셉도, 마리아와 이혼을 하려고 한 적이 있었습니다(하지만 꿈에 나타난 천사가 말렸죠). 중세 유럽에서는, 이혼에 대한 기록이 정말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상당수는 정치적인 이유였습니다만.


우리나라도 역시 기나긴 이혼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삼국유사나 삼국사기에도 이혼에 대한 기록이 종종 발견되며, 고려시대에도 이혼은 드물지 않은 일이었다고 합니다. 성리학적 질서가 지배한 조선은 이혼을 엄격하게 규제했지만, 그렇다고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혼에 대한 조선의 법은, 비록 여성에게 더욱 불공평했지만, 각자 서로에게 이혼을 요구할 수 있는 조항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부인이 바람을 피우거나 혹은 남편이 장모를 때렸다면, 이혼당할 수 있었습니다. 서민들은 이혼을 할 때, 저고리 깃을 잘라 서로에게 주었다고도 합니다. 나비처럼 생긴 깃을 가지고, ‘나비’처럼 자유롭게 훨훨 날아갔다고 하네요.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면서, 처음부터 이혼을 염두에 두는 사람은 없겠습니다만, 현실에서는 분명 이혼으로 끝을 맺는 일도 적지 않습니다. 대부분 정말 괴롭고 고통스러운 경험입니다만, 한편으로는 적지 않은 커플들이 이혼을 통해서 서로의 삶이 오히려 더 나아졌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도저히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이혼도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혼은 생각보다 상당히 흔한 일입니다. 역대 대통령 중, 두 분은 이혼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현 러시아 대통령도 심지어 재임 중에 이혼을 했고, 현 미국 대통령의 어머니는 무려 두 번이나 이혼을 했습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혼을 ‘장려’하는 문화는 물론 어디에도 없습니다만, 이혼이 전혀 없는 사회도 역시 없습니다. 이혼은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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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에 대한 걱정 때문에...

 

이혼은 있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쉬운 일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이혼을 생각하는 부모의 가장 큰 고민은 바로 자녀에 대한 것입니다. 사실 자녀에 대한 여러가지 걱정으로 인해서, 파탄적인 결혼생활을 억지로 유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이혼한 가정의 자녀에 대해서 좋지 않게 보는 선입관이 있습니다. 학창 시절에 같은 잘못을 해도, 이혼 가정의 자녀라고 하면 ‘역시 그러니까, 그렇군’ 하는 식의 반응을 보이고는 합니다.

 

소위 ‘결혼 시장’에서도, 부모의 이혼경력은 엄청난 감점 요인입니다. 심지어 장래 자녀의 혼사가 막힐까 걱정하여, 서류상의 혼인관계만 유지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부모가 이혼을 하면, 초기에 자녀들은 종종 불안이나 분노 반응을 보입니다. 충격을 받고, 부모에 대한 불신감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개 1년 안에 이러한 부정적 감정 반응은 해소됩니다. 정서상, 혹은 행동상 부적응을 지속되는 경우는 흔하지 않습니다. 어떤 경우 오히려 더 편안해 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특히 부부간의 불화가 아주 심했던 경우에는, 이혼 이후의 평화가 긍정적인 작용을 하기도 합니다.

 

●이혼 후 부모의 행동이 중요


아이들에게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이혼 자체가 아니라 이혼 이후의 보호자가 보이는 행동입니다. 상당수의 부모는 이혼 후 심각한 우울이나 불안을 경험하고, 일부는 술이나 약물에 의존하게 되기도 합니다. 부모가 정서적으로 불안정하다면, 아이들에게 적절한 양육을 제공하기 어렵습니다.

 

부모 중, 가능한 건강한 쪽에서 아이의 양육을 담당하는 것이 좋습니다. 둘 다 사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제 삼자의 양육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분명히 설명해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관심과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고 해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해주면 됩니다.

 
이혼 가정의 자녀가, 일반 자녀보다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더 많이 보인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일부는 결국 건강한 이성 관계를 맺지 못하고, 결국 자녀의 결혼도 파탄에 이른다고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혼은 대물림된다고 하기도 하죠. 실제로 이혼 가정의 자녀가, 일반 가정에 비해서 보다 높은 심리적 어려움을 보이는 것은 어느 정도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차이는 ‘별로’ 크지 않습니다. 상당수의 이혼 가정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거나, 사회적 편견의 희생양이 되기도 하지요. 이러한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이혼 가정의 자녀가 보이는 정서적 어려움은 일반 가정의 자녀에 비해서 ‘약간’ 높을 뿐입니다. 이혼 가정의 자녀들 대부분은, 고맙게도 아주 건강하게 자라줍니다.


많은 연구자들은 이혼 가정의 자녀가 겪는 정서적 어려움이나 행동상의 문제가 대개 부적절한 양육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혼 이후 양육을 맡게 된 부모는, 종종 자녀에게 아주 엄격해집니다. 아버지 없는, 혹은 어머니 없는 집 아이라서 말썽을 부린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은 겁니다.

 

반대로 지나치게 너그러운 부모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이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 원하는 대로 다 해주는 것입니다. 보통은 지나친 허용과 과도한 통제 사이를, 그네 타듯이 왔다갔다하고는 합니다. 이러한 비일관적인 양육은 정말 피해야 할 일입니다. 아이를 어떻게 대할지 고민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늘 변함없이 해주는 것입니다.


도저히 불가피한 경우라면, 이혼을 통해서 고통스러운 결혼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부부관계가 종결되어도, 부모관계는 결코 종결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녀 양육에 대한 더 큰 관심이 필요합니다. 아이에게 ‘충분히 좋은 어머니’ 그리고 ‘충분히 좋은 아버지’가 되어준다면, 그들이 한 집에서 같이 사는지 여부가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에필로그

 

이혼을 생각하고 있다면, 아이들에게 어떤 배려를 해줄 수 있을지 먼저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일단 이혼이 되고 나면, 이러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훨씬 어려워 집니다. 재정적인 부분은 물론이고, 정서적인 면에서 자녀 양육을 어떻게 분담할 지 충분히 논의해야만 합니다. 그런 깊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서로에 대해서 더 잘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죠. 그러면 더 좋은 일입니다. 사실 인류학적 의미에서, 결혼은 일종의 전략적 동맹입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는 동맹을 깨는 것 보다 유지하는 편이 훨씬 유리합니다.

 

※편집자주: 살림살이 좀 어떠십니까? 뉴스를 보면 도처에 안좋은 소식 뿐입니다. 젊은이들은 취업 걱정, 중장년 층은 노후 걱정에 노심초사합니다. 경제, 정치 심지어 날씨까지 우리 편은 없어 보입니다. 본지는 인류학을 전공한 박한선 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우리가 한번쯤 고민할 법한 주제를 선정, 지면을 통해 상담을 해드립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마음에 품고 사는 고민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 필자소개
박한선. 성안드레아 병원 정신과 전문의/ 신경인류학자. 경희대 의대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이대부속병원 전공의 및 서울대병원 정신과 임상강사로 일했다. 성안드레아병원 정신과장 및 이화여대, 경희대 의대 외래교수를 지내면서, 서울대 인류학과에서 정신장애의 신경인류학적 원인에 대해 연구 중이다. 현재 호주국립대(ANU)에서 문화, 건강 및 의학 과정을 연수하고 있다. '행복의 역습'(2014)을 번역했고, '재난과 정신건강(공저)'(2015), ‘토닥토닥 정신과 사용설명서’(2016) 등을 저술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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