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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나라에 의해 자결을 강요 받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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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나라에 의해 자결을 강요 받는다면?

2016.08.23 21:00

어느 곳으로 눈을 돌리든 포근한 에메랄드 빛 바다가 그득하게 펼쳐진 오키나와. 동양의 하와이라고 불릴 만큼 아름다운 자연과 가슴 설레는 낭만이 공존하는 이곳은 국내에서도 꽤 수요가 높은 인기 여행지이다. 그래서인지 이곳은 휴식과 낭만을 만끽하러 온 여행객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끝없이 펼쳐지는 투명한 바다와 잔잔한 파도의 일렁임은 바쁜 일상에서 지치고 각박해진 마음을 녹이기에 충분했다. 

 

김효정 에디터  제공
파란 하늘빛으로 물든 오키나와 해안-김효정 에디터  제공

하지만 이러한 평화스러움의 이면엔 아이러니하게도 슬픔이 공존하고 있었다. 오랜 시간 동안 오키나와를 괴롭혔던 침략과 전쟁의 아픈 역사가 곳곳에 서려있기 때문이었다.

 


●침략과 전쟁의 상처가 있는 오키나와


오키나와는 과거 ‘류큐왕국’이라는 이름의 독립국가였다. 그러나 세력이 약한 탓에 늘 중국과 일본의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고, 17세기부터는 일본 본토의 간섭과 잦은 침략에 신음하다 19세기에 이르러 오키나와 현으로 강제 병합되고 만다. 비극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2차 세계대전으로 10만 여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것도 모자라 전후엔 미국령이 되어 27년간 미국의 통치를 받게 되는데, 오키나와가 일본에 반환된 것이 1972년이었으니 무려 1600년대부터 시작된 침략과 전쟁의 역사가 지금으로부터 약 40여전 전까지 진행형이었던 것이다.

 

특히 전쟁 당시 일본군이 오키나와의 민간인들에게 자결을 요구했다는 것은 비극의 극치이다. 오키나와 사람들을 국민이라 여기기 않아 신뢰하지 않았던 일본군은 이들이 미군에게 투항하여 일본군의 정보를 흘릴 것이라 의심하고 이 같은 만행을 자행했다고 한다. 실제로 1945년 4월 오키나와 요미탄손 치비치리 동굴에서 일어났던 주민 85명의 집단 자결사건은 제국주의에 의한 강제된 죽음이었다.

 

치비치리 동굴 앞에 위치한 ‘치비치리가마(동굴)의 노래’ - 환경재단  제공
치비치리 동굴 앞에 위치한 ‘치비치리가마(동굴)의 노래’ - 환경재단  제공

●이제는 많은 이들을 위로하는 오키나와


많은 슬픔이 서려있는 오키나와지만, 지금은 오히려 일상에 지치고 마음에 빗장을 걸고 사는 많은 이들을 대자연의 이름으로 위로한다. 직사광선으로 떨어지는 송곳처럼 날카로운 햇빛도 오키나와에서는 장애물이 되지 않는다.

 

길가에 무심히 피어있는 꽃마저 힐링포인트가 된다.  - 김효정 에디터  제공
길가에 무심히 피어있는 꽃마저 힐링포인트가 된다.  - 김효정 에디터  제공

바닷물에 빠져 절인 배추처럼 축 늘어진 면 소재의 운동화가 두 시간 만에 완벽히 마를 정도로 엄청난 더위였지만 다양한 인종의 외국 여행객과 일본 현지 관광객들은 오키나와의 자연 앞에서 감사함을 느꼈다. 특히 ‘아름다운 바다’라는 뜻의 츄라우미 수족관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로 국내 방송에도 여러 번 소개된 곳인데, 어린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반짝거리는 눈으로 해양생물들의 움직임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집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8.6 m 길이의 거대한 고래상어가 가장 유명하다  - 김효정 에디터  제공
8.6 m 길이의 거대한 고래상어가 가장 유명하다  - 김효정 에디터  제공

 

김효정 에디터  제공
스토리텔링으로 해양생물들을 이해하는 데에 최적의 조건을 제공한다. -김효정 에디터  제공

분명히 상처는 있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 앞으로도 완벽하게 치유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오키나와는 계속해서 사람들에게 이야기한다. 인간이 잔인한 마음으로 저질렀던 비극을 다시는 되풀이 하지 말라고. 그리고 평화가 가져다 주는 아름다움이 이토록 크다는 것을 말이다.  

 

 

※편집자주: ‘피스&그린보트’는 한국의 환경재단과 일본의 비정부기구(NGO)인 피스보트가 함께 주최하는 환경과 평화, 공존을 위한 아주 특별한 여행입니다. 2005년 광복 60주년을 기념해 첫 돛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약 8000여명의 한일 시민들이 환경과 평화, 인간 공존을 위한 다양한 체험과 교류를 하며 국적을 뛰어넘는 우정을 나누었습니다. 2016년엔 9회를 맞이하여 지난 7월 30일부터 8월 7일까지 8박 9일의 일정을 마쳤는데요, 혼자만 알기엔 아쉬운 피스&그린보트와의 의미 있는 추억을 지금부터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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