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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영랑호] 영랑의 마음이 머무는 석호로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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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영랑호] 영랑의 마음이 머무는 석호로의 여행

2016.08.25 15:00

5개월 만에 영랑호를 다시 찾았다. 지난 번엔 아버지와의 추억을 회상하며 나를 돌아보는 여정이었다면, 이번엔 석호인 영랑호의 지난날을 돌아보고, 현재는 어떠한 지를 들여다보는 여정이다. 찬란하던 때가 있었고, 시련의 연속인 때가 있었던 영랑호. 그 여정을 따라가 본다.

 

마음을 정돈시켜주는 영랑호 풍경. - 고종환 제공
마음을 정돈시켜주는 영랑호 풍경. - 고종환 제공

●영랑이 반한 호수, 시련을 맞다!  


영랑호는 18개 석호 중에서 유일하게 호수 명에 사람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신라시대 화랑인 영랑이 발견한 호수라는 의미에서 이름 지어졌지만, 그보다 그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은 호수라는 것이 더 의미가 크다. 가는 걸음을 멈추게 했고, 무술대회에 나가야 하는 것조차 잊게 했다.

 

그저 바라만 봐도 감흥을 주는 비경이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중환의 <택리지>에서 영랑호를 구슬을 감추어둔 듯 신비롭고 아름다운 곳이라고 표현한 것을 보면 그 역시 이 호수에 매료됐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때까진 그랬다.

 

무더위를 이겨내고 있는 흰뺨검둥오리들. - 고종환 제공
무더위를 이겨내고 있는 흰뺨검둥오리들. - 고종환 제공

세월이 흘러 호수의 주변 환경이 달라졌다. 달라진 주변 환경에 호수도 변해야 했다. 영랑호는 도심 속 호수가 되었다.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개발은 불가피했을 터. 영랑호는 주변 인구가 증가하고 도심이 커짐에 따라 농지와 택지 등으로 점차 매립되고, 일주도로가 만들어지면서 호수 규모가 줄어들고 말았다.

 

2005년 신축 준공한 영랑정. 정자 명칭은 시민 공모를 통해 이름 지어졌다. - 고종환 제공
2005년 신축 준공한 영랑정. 정자 명칭은 시민 공모를 통해 이름 지어졌다. - 고종환 제공

인근에 들어선 콘도, 아파트, 골프장의 하수가 호수에 유입되면서 수질은 갈수록 악화되었다. 악취가 심해지자 호수를 찾는 발길도 뚝 끊겼다. 해수 순환로와 생태이동통로가 단절되면서 기수호(바닷물과 민물이 섞여 있는 호수)로서의 기능마저 상실했다. 그 피해는 호수에 살던 생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철새들은 쉴 곳을 잃었고, 조개류, 곤충류, 수초류는 점점 죽어가고, 물고기들도 떼죽음을 당했다.

 

바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철새들. - 고종환 제공
바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철새들. - 고종환 제공

호수의 위기는 곧 도심 환경의 위기였다. 영랑호를 되살리고자 지난 1993년부터 영랑호 정화사업이 시작된다. 신수로 유지 준설, 호안 정비, 오니 준설, 친자연형 수변 조성, 영랑호 수변 하수차집관거공사, 도류제 설치공사 등 차례차례 정화사업이 진행되었다. 한번 훼손된 자연을 회복시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 것은 물론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고 오랜 시간이 걸렸다.

 

영랑호의 면적변화. 옛 문헌에 의하면 영랑호 주위가 30여 리(약 12km)에 달했다고 한다. 현재는 약 7.7km다. - 원주지방환경청 제공
영랑호의 면적변화. 옛 문헌에 의하면 영랑호 주위가 30여 리(약 12km)에 달했다고 한다. 현재는 약 7.7km다. - 원주지방환경청 제공

수질은 점차 좋아지기 시작했다. 영랑호는 다시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휴식처가 되었다. 하지만 또 다른 위기를 맞았다. 해수 순환을 위해 트인 하구가 도리어 잉어, 붕어의 생존을 위협했다. 이들은 담수성 어류다. 소금기가 있는 물에서는 살 수 없다. 해수가 유입되면서 급격히 염분이 높아지자 이들은 상류 장천천 쪽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그곳이 그나마 살 수 있는 곳이어서다. 하지만 그곳 역시도 수심이 낮고 비좁아 살아가기 힘들었다.

 

2011년에 추진되어 2015년 6월 준공된 영랑호 습지 생태공원. - 고종환 제공
2011년에 추진되어 2015년 6월 준공된 영랑호 습지 생태공원. - 고종환 제공

물고기들이 마음 놓고 헤엄칠 수 있는 공간이 절실했다. 이들을 보호하고 생태계를 복원해야 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영랑호 담수성 어류 생태피난처 복원사업이 추진된다. 이를 통해 담수성 어류와 철새들이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서식 환경을 마련하고자 했다. 또한 상류에서 유입되는 질소, 인 등의 오염물질을 낮추어 수질환경을 개선하고자 했다. 

 

횟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왜가리와 오리. - 고종환 제공
횟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왜가리와 오리. - 고종환 제공

드디어 지난해 6월에 영랑호 습지 생태공원이 조성되었다. 인공식물섬, 하중도, 관찰데크, 가동보, 완충녹지, 풍력교반시설, 산책로 등이 만들어졌다. 이곳이 만들어진 지 1년이 흘렀다. 아직까지 두드러진 변화는 찾기 힘들다. 다만 횟대에 앉은 철새들이 전보다 편안해 보이고, 물고기들의 유영이 자유로워 보인다.

 

산책로와 관찰데크. - 고종환 제공
산책로와 관찰데크. - 고종환 제공

물도 전보다 깨끗해졌다. 예전엔 장천천에 오염된 물이 유입되면 영랑호로 바로 흘러들어가 호수가 오염되는 문제가 있었지만 지금은 유입수문과 유출수문이 생겨 오염된 물을 걸러주는 역할을 한다. 가동보가 만들어져 있어 수위와 유량을 그때그때 적절하게 조절할 수도 있다. 시에서는 유용미생물(EM)을 투입하기도 했다. 호수 밑바닥의 퇴적 오염물질을 분해하고, 악취를 방지하는 등 수질을 개선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아직은 이에 대한 효과를 지켜봐야 하는 단계다.

 

수질을 정화시켜주는 풍력교반시설. - 고종환 제공
수질을 정화시켜주는 풍력교반시설. - 고종환 제공

 

 

영랑호의 생태복원은 현재 진행형이다. 수질이 개선되면서 이곳에 자생하는 식물이 생겨나고, 점차적으로 그 수가 늘고 있는 것에서 점차적으로 건강을 되찾고 있음을 느낀다. 습지 생태공원이 생태피난처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잘 관리가 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관리하는 인원이 지금은 많이 부족해 보인다. 좀 더 늘어나면 좋겠다. 차근차근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인내 또한 필요하다. 그리고 이곳을 산책할 때만큼은 새들의 쉼을, 물고기들의 유영을 존중해주는 자세가 필요하겠다.

 

오래오래 새들과 물고기들의 안식처가 되어주길! - 고종환 제공
오래오래 새들과 물고기들의 안식처가 되어주길! - 고종환 제공

●석호 다섯 번째 이야기, 속초 영랑호 뷰레이크 타임을 마무리하며


5개월 만에 다시 찾은 영랑호는 사람도 새도 물고기도 모두 마음 편히 쉬어가는 석호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 중이었다. 영랑의 마음이 머물렀듯, 마음에 오래 머무는 석호로 오래오래 우리 곁에 머물었으면 좋겠다. 

 

 필자소개
고기은. KBS, MBC 방송구성작가, 소셜커머스 쿠팡 여행 에디터를 거쳐 현재는 여행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길을 잃고 뜻밖의 풍경, 인연을 만날 때 행복하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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