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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이슈 why] 애플은 왜 16조원의 세금을 토하라는 명령을 받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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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이슈 why] 애플은 왜 16조원의 세금을 토하라는 명령을 받았나

2016.08.31 19:30

애플이 130억유로 (약 16조 3000억원)의 세금을 토해내야 한다고 유럽연합(EU)이 30일 (현지시각) 결정했습니다. 애플이 유럽 법인이 있는 아일랜드 정부와 은밀한 거래를 통해 법인세를 포탈했다는 것이 유럽연합(EU)의 판단입니다.

 

애플과 아일랜드 정부는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습니다. 세계 경제의 글로벌화, IT 기술 발전에 따른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지적재산권 등 무형 상품의 가치 증대 등과 맞물려 다국적기업과 각국 정부 간 세금 숨박꼭질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 애플이 어떻게 했다는 것인가 - EU의 주장

 

EU는 아일랜드 정부가 애플과 짜고 애플에 차별적인 세제 혜택을 주었다고 판단했습니다. EU에서 다른 기업에 주지 않는 세계 혜택을 특정 기업에만 주는 것은 불법입니다.

 

애플은 아일랜드에 '애플세일즈인터내셔널'과 '애플오퍼레이션유럽'이라는 법인을 두고 있습니다. 미국 애플 본사의 100% 자회사들입니다. 두 회사는 애플 본사의 지적재산권을 라이선스해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등의 지역에서 애플 제품을 구매하고 판매하는 역할을 합니다. 애플세일즈인터내셔널이 대부분 애플 제품에 대한 권리를, 애플오퍼레이션유럽은 일부 컴퓨터 제품군에 대한 권리를 가집니다.

 

그리고 이들은 애플 본사가 애플 유럽 법인을 대신해 R&D 활동을 한다는 명목으로 본사에 R&D 비용을 납부합니다. 이 금액은 2011년 당시 20억달러 수준이었고 이후에도 줄곧 늘었다고 합니다.

 

애플은 유럽 전역의 매장에서 아이폰을 판매하지만, 실제 판매 계약은 판매점이 아니라 애플세일즈인터내셔널과 고객 사이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구조를 짜놓았습니다. 이에 따라 애플의 제품 판매 수익은 모두 아일랜드 법인으로 잡히게 됩니다. 

 

EU는  이후 단계에서 애플과 아일랜드 정부 사이의 불공정 거래가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애플세일즈인터내셔널에서 발생한 이익을 회사 내부의 '본사' (Head Office)로 옮길 수 있도록 아일랜드 정부가 애플에 허가했다는 것입니다. 이 협약은 1991년 처음 이뤄졌고, 2007년 갱신되었습니다.

 

 

아일랜드 법인을 활용한 애플의 조세 회피 수법을 설명하는 인포그래픽 - EU 제공
아일랜드 법인을 활용한 애플의 조세 회피 수법을 설명하는 인포그래픽 - EU 제공

이 '본사'는 어느 나라에 적을 두고 있지도 않고, 직원도 사업장도 없습니다. 과세할 근거가 없는 것이지요. 아일랜드 법인 역시 남는 이익이 거의 없기에 세금을 거의 내지 않습니다. 미국 상원의 청문회 자료에 따르면 2011년 애플세일즈인터내셔널 이익은 220억달러, 160억유로에 이릅니다. 하지만 과세 대상이 되는 이익은 5000만유로에 불과했고, 애플이 실제로 납부한 세금은 1000만유로였습니다. 실세율이 0.005%에 불과한 것이죠. 애플오퍼레이션유럽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절세(?)를 했습니다.

 

실제 경제적 실체가 없는 곳에 이익을 몰아주고, 실제 거래가 이뤄진 아일랜드 법인에는 이익을 반영하지 않음으로써 애플에 다른 기업에 주지 않는 세제 혜택을 주었다는 것이 EU의 입장입니다. 이에 따라 EU는 아일랜드에 애플로부터 미징수 세금 130억유로를 걷으라고 결정했습니다.

 

● 영리한 것이지 불법 아니다 - 애플의 입장

 

애플은 반발했습니다. 비즈니스를 하는 모든 국가에서 정해진 세금을 다 내고 있다는 것이 애플의 입장입니다.

 

애플은 팀 쿡 CEO 명의의 입장문에서 아일랜드 사이에 뒷거래는 없었으며, 모든 세제 혜택은 다른 기업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아일랜드의 조세 법을 무시하고, EU가 원하는 내용을 소급 적용하려 한다며 강력히 비판했습니다.

 

애플이 1980년대부터 아일랜드 코크 지역에 법인을 설립해 6000명 가까운 인력을 고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며, EU의 이같은 조치가 법과 비즈니스의 안정성을 해치고 외국 기업의 유럽 투자를 몰아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 (왼쪽)가 1980년 아일랜드 코크 지역의 애플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 애플 홈페이지 제공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 (왼쪽)가 1980년 아일랜드 코크 지역의 애플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 애플 홈페이지 제공

아일랜드 정부 역시 반발하고 있습니다. 아일랜드는 세계 최저 수준인 12.5%의 법인세만 받으며 글로벌 기업을 적극 유치하는 전략을 펴 왔습니다. 세금을 적게 받더라도 해외 기업을 유치해 고용을 창출하고 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정책입니다. 실제로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아일랜드에 법인을 설립하는 등 아일랜드의 조세 정책은 나름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130억유로는 아일랜드 정부의 1년 보건 분야 예산에 해당합니다. 애플로부터 세금을 걷으면 당장 막대한 조세 수입은 생기지만, 장기적으로 국가 경제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리라는 우려를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애플과 아일랜드는 모두 EU의 결정에 항고할 계획입니다.

 

미국 정부 역시 심기가 편치 않습니다. 미국 재무부는  EU 발표를 앞두고 EU가 “초국가적 과세 당국이 되어가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미국 정부 역시 수익을 해외에 묻어두는 자국 거대 기업들의 탁월한 절세 노력을 마음에 들어하지는 않습니다만, EU가 미국 기업들에 영향력을 미치는 것도 못마땅해 하고 있습니다.

 

카카오톡 이모티몬 제공
카카오톡 이모티몬 제공

유럽에서 애플이 세금을 많이 내면, 그만큼 세액 공제를 받아 미국에 내는 세금이 줄어들기 때문에 미국 정부가 반발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 국가보다 스마트한 기업의 탄생

 

애플뿐만이 아닙니다.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스타벅스 등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국가 간 세제 정책의 차이 등을 활용해 절세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세율이 낮은 아일랜드와 네덜란드, 버뮤다 등에 법인을 세워 복잡한 상호거래를 하는 방식이 대표적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구글이나 페이스북에 광고를 하려 하면 계약 상대방이 구글이나 페이스북의 아일랜드 법인으로 나오죠.

 

그러다보니 마땅히 내야 할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눈총을 받기도 합니다. 다국적기업이 이런 방식으로 세금을 피하며 얻은 수익이 1000조원 규모라는 추정도 있습니다.

 

게다가 현행 조세 제도는 실물 거래를 전제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요즘 국경에 구애받지 않는 소프트웨어와 인터넷 서비스 등이 확산되면서 누가 어디에서 얼마나 세금을 걷고 내야할 지에 대한 논란도 자연히 커지고 있습니다.

 

사실 이번 사태에 대한 애플의 입장문에 이번 사태의 핵심이 담겨 있습니다. 팀 쿡 CEO는 “애플이 얼마를 내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느 나라 정부가 세금을 걷느냐가 핵심”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가치가 창출되는 곳에서 세금을 거둔다는 것에 국제적 합의가 있다”며 “미국 캘리포니아의 애플 본사에서 모든 연구개발(R&D)이 이뤄지기 때문에 미국에 주로 납세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팀 쿡 애플 CEO가 사내 직원 모임에서 애플 10억대 판매를 발표하고 있다.  - 애플 제공
팀 쿡 애플 CEO가 사내 직원 모임에서 애플 10억대 판매를 발표하고 있다.  - 애플 제공

아이폰의 가치는 연구개발에서 나온다는 말은 사실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애플 제품의 실제 판매가 이뤄지고 애플이 돈을 벌어가는 각 나라의 정부로서는 이런 주장이 마땅치 않을 것입니다. 경제와 생활에서 IT의 비중은 점점 커지는데, 이 분야에서는 미국의 몇몇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합니다.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회사를 생각해 보시면 될 겁니다. 각 국가의 시장을 지배하는 외국 기업이 세금 문제까지 회피한다면 각 나라들로서는 골치아픈 일입니다.

 

우리나라도 최근 구글 지도 반출 이슈를 놓고 “구글이 국내에 세금도 제대로 안 내고 지도 데이터만 가져가려 한다”는 여론이 거셉니다. 글로벌 IT 기업의 행태에 대한 각 나라의 불만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첨단 대기업들의 첨단 절세 노력을 정부가 따라가기는 여의치 않습니다. G20 국가들은 이같은 행위를 막기 위해 '소득이전을 통한 세원잠식' (BEPS)을 막기 위한 공동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만, 자리를 잡으려면 아직 여러 해의 시간이 필요할 듯 합니다.

 

국가의 대표적 권한인 조세권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는 더 근본적으로는 하나로 통합된 시장에 국가보다 힘이 세고 스마트한 글로벌 거대 기업이 등장하는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할 지에 대한 논란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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