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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을 불편케 하는 소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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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을 불편케 하는 소음들

2016.09.03 18:00

언제부턴가 전동 열차에 오르면 나는 으레 스마트폰에 이어폰을 연결한다. 음원 파일을 열고 난청 경고 수준까지 볼륨을 올린다. 주변의 듣고 싶지 않은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그 소음은 대략 네 가지인데, 모두 ‘목소리’다. 그것은 지루함을 달래려는 듯 누군가와 길게 전화 통화를 하고 있는 어느 승객의 목소리고, 복수의 승객이 동승자와 주고받는 수다고, 물건을 팔기 위해 떠드는 잡상인의 말달리는 목소리다. 또 다른 하나는 스피커의 녹음 음성인데, 통합 교통카드 사용을 독려하는 코레일의 광고거나, (삼사십 년 전에나 익숙한) 좌익 사범 등을 신고해 달라는 국정원의 홍보용 목소리다.

 

GIB 제공
GIB 제공

개별 교통수단인 승용차 안에서야 차창 밖으로 큰 소음을 발산하지 않는다면, 목소리를 높여 통화를 하든, 동승자와 소란스레 대화를 하든, 라디오를 크게 틀든, 노래를 부르든 무슨 상관이랴. 하지만 대중교통 공간에서의 그러한 소음은 함께 이용하는 승객들에게 피해를 준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그것은 누군가의 무지나 불찰이나 아랑곳하지 않음으로써 주변 승객의 귀와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너그럽거나 무감한 승객이야 대수롭지 않겠지만, 나처럼 예민하거나 인색한 승객에게는 그저 불편할 따름이다.


그 소음을 일으키는 이가 어린아이라면 아직 철없는 시절이려니 하게 되지만, 그 밖의 경우는 본인 목소리가 주위 승객에게 폐를 끼친다는 걸 그들도 지능과 경험으로 알 수 있을 것이기에 관대해지지 않는다. 그들은 왜 조심하지 않을까. 자제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주위 승객의 불편보다 자신의 욕구를 우선으로 여기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런 무례한 태도가 습관으로 굳어진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니 불쾌감이 더해져 그 후로 나는 그들의 이기심에서 비롯된 소음을 방어하기 위해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그중 잡상인이야 불법 장사꾼이지만 생계를 위해 그러려니 생각하면 불쾌하기까지는 않다. 간혹 어떤 잡상인은 자기 소음 때문에 승객이 불편할까 싶어 상품 소개를 짧게 하고는 구매자를 기다리며 서성이다가 다음 칸으로 이동한다. 또 다른 소음인 열차 스피커의 녹음 음성은 아무리 공익성 홍보라고 하더라도 듣는 이에 따라서는 괜한 잡음으로 여겨지기도 할 것이다.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정보일 테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불쾌한 소음으로 들릴 것이다. 그러니 그런 홍보는 그런 내용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위해 열차 안의 스크린이나 벽면 광고 공간을 통해 ‘시각적’으로 알리면 될 것이다. 들리는 것은 피하기 힘들지만 보이는 것은 시선만 돌리면 되기 때문이다.

 

GIB 제공
GIB 제공

한 번에 가장 많은 승객을 태울 수 있는 전동 열차를 운행하는 주체의 책임과 목적은 승객들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목적지까지 이동시키기 위함이다. 그러니 냉난방 시설을 갖춘 열차를 제때에 운행하면서 적절한 볼륨으로 다음 정차 역을 알리는 안내 방송을 하면 될 것이다. 요즘 지각 있는 버스 기사들은 라디오 방송조차 자제하거나 운전석 근방의 스피커를 통해서만 송출한다. 해당 방송이 거슬리면 뒷자리로 이동하게끔 승객에게 선택권을 주기 위함일 것이다.


전동 열차 안에서의 목소리들이 주변 승객에게 불편하게 들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기계 소음과 무엇이 다르기에 마음에 거슬릴까. ‘말’[言]이기 때문이 아닐까. 알아들을 수 없는 낯선 외국어가 아니라, 화자의 말뜻과 뉘앙스와 감정의 흐름이 잘 느껴지는 우리말이기에 그때-그곳에 함께 있는 승객 각자의 ‘관심’을 흩트리기 때문이 아닐까. ‘관심’(關心)은 마음의 방향이다. 그때-그곳에서 누군가는 책이나 신문을 읽고 있고, 누군가는 업무상의 이메일이나 사적인 문자메시지를 주고받고 있고, 다른 누군가는 영어 단어를 노트하고 있고, 나는 원고를 쓰고 있다. 이처럼 승객들의 관심과 행위는 정적(靜的)이지만 각양각색이다. 승객의 다양한 관심에는 ‘생각’의 물길이 흐른다. 그리고 생각은 말과 이미지로 접은 종이배로 물결을 탄다. 그런데, 그 수면에 느닷없이 어떤 목소리가 마치 대중목욕탕의 온탕에 풍덩 뛰어들 듯 끼어들면 주변 승객은 불편하다. 그렇게, 많은 ‘무례’는 ‘말’에서 시작된다.

 

 

※ 필자 소개
윤병무. 시인. 시집 <5분의 추억>과 <고단>이 있으며, 동아사이언스 ‘스페셜’ 코너에 [생활의 시선]을 연재하고 있다.

 

※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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