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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진 vs 빠져나갈 구멍 만들기, 어떤 것이 목표달성에 효과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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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진 vs 빠져나갈 구멍 만들기, 어떤 것이 목표달성에 효과적일까

2016.09.06 16:00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었을 때였다. 안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가득 느끼고 있었다. ‘만약 잘 안 되면, A.. B.. C.. 를 해야지. 그럼 괜찮을 거야’라며 시험 훨씬 전부터 벌써 실패에 대한 대비책들을 부랴부랴 마음 속에 새겨두고 있었다.


그 와중에 친한 선생님께 나의 장대한 계획들을 이야기했고 그때 선생님은 신중한 것은 좋지만 사람이 발을 담을 구덩이를 너무 여기저기 파놓고 있으면 이도저도 아닌 곳에 빠지게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 때는 많은 계획이 있을수록 다양한 상황에 더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이므로 그런 문제제기가 다소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 한편 실패의 대비책을 생각하는 데 정신이 분산되면 정작 중요한 시험 준비에 지장이 생길 수 있겠다고 느끼고, 당장 해야 할 일이었던 시험 준비에 더 신경을 쏟자고 다짐하게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GIB 제공
GIB 제공

사실 더 큰 문제는 물리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나 노력이 분산되는 것보다 ‘의지’의 문제였을 것이다. 무엇을 본격적으로 시작도 하기 전에 도망갈 구석부터 여기저기 마련하고 다니는 사람이 목표달성시 산재하는 수많은 난관을 뚫고 결승점까지 도달하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


목표가 좌절되기 이전에, 그 과정에서 어려움을 만나게 되면 ‘역시 A가.. B가.. C가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부터 하게 되고 냅다 방향을 틀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막상 다른 목표들을 좇는다 해도, 또 다시 해보지 않은 대안이 막연히 좋아 보이는 함정에 빠지지 않을까?


이런 교훈을 막연히 느끼고 있었던 와중에, 최근 조직행동과 의사결정과정지(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에 실린 한 연구에 의하면 실제로 도망갈 구석을 여러군데 만들어 놓으면 ‘처음 정한 목표’를 달성할 확률이 낮아질 수 있다고 한다.


연구자들은 사람들에게 보상을 걸고 과제를 시켰는데 다음과 같은 조건들이 있었다. 1) 별다른 지시를 하지 않는 통제 조건, 2) 과제를 잘 해내지 못할 경우(보상을 얻지 못할 경우)의 대비책을 생각해 보는 조건(대비책 조건), 3) (보상을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지 등) 브레인스토밍 조건, 4) 보상을 얻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알려줌.

 
2번의 조건에서만 목표하던 바가 좌절될 경우 참가자들로하여금 적극적으로 대비책 또는 backup plan을 생각하도록 했다. 그 결과 실패했을 경우의 대비책을 적극적으로 생각한 사람들이 브레인스토밍을 한 사람들이나 단순히 외부 정보를 얻은 사람들에 비해 과제를 잘 못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 다른 실험에서 연구자들은 단순히 대비책을 떠올리기만해도 원래 추구하던 목표가 덜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현상 또한 확인했다. 이에 대해 연구자들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 실패가 가져다줄 것으로 예상되는 정서적 충격의 크기가 클수록 성공에의 갈망 또한 커지는데, 대비책을 마련함으로써 실패가 덜 두려워지고 그만큼 성공에의 갈망 또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실제로 큰 위험 부담이 따르는 계획들이 있고 이런 일들의 경우 대안들을 마련해 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연구자들도 개인의 노력을 통해서 이루기 어려운 일, 타고난 재능, 운의 영향을 많이 받는 일, 리스크가 큰 일(주식으로 대박을 내겠다는 계획 등)의 경우 대비책들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스스로의 힘으로 할 수 있고 실패 또한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는 일이라면 지레 겁부터 먹고 도망갈 자리부터 봐두느라 바쁜 나머지 원래 가려던 길이 매력 없어 보이거나 방향을 못 찾게 되는 일은 없는게 좋지 않겠냐는 것이다.


대안을 만들어 둘 때와 아닐 때를 구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안에 집중할 때가 아니라면 눈 앞에 있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전력을 다 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참고문헌
Shin, J., & Milkman, K. L. (2016). How backup plans can harm goal pursuit: The unexpected downside of being prepared for failure.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135, 1-9.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한 주를 건강하게 보내는 심리학을 다룬 <심리학 일주일>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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