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영원한 라이벌, 형제자매 – 출세 자랑, 재산 자랑, 자식 자랑

네이버밴드 구글플러스

2016년 09월 17일 13:00 프린트하기

2016년 丙申년 새해, 불안한 젊음을 위한 신경인류학 에세이
추석특집 – 가족 내 갈등 극복하기


1편: 시댁과 처가 사이 – 어디를 먼저 갈 것인가?
2편: 영원한 라이벌, 형제자매 – 출세 자랑, 재산 자랑, 자식 자랑


▶고민
명절이 두렵습니다.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이는 것이 기다려지기는커녕, 벌써 속상할 생각을 하니 짜증부터 납니다. 다들 좋은 직장에 다니고 돈도 잘 버는데, 저는 통 내세울 것이 없습니다. 괜히 저 들으라는 듯이 으시대는 것 같아서 속이 뒤틀립니다. 형제자매가 잘 지낸다는데, 진심으로 기뻐해주지 못하는 속 좁은 제가 한심스럽기도 합니다. 솔직히 보고 싶지 않습니다.


정신과 전문의가 답합니다!
1. 영원한 라이벌, 형제자매.
2. 우리는 부모님의 사랑을 독점하고 싶어한다.
3. 그러나 또한 우리는 피를 나눈 형제자매이다.
4. 형제자매 간에도 에티켓이 필요하다.

GIB 제공
GIB 제공

형제나 자매, 남매 관계는 부모 자식 관계 다음으로 가까운 관계입니다. 긴 시간동안 어린 시절을 같이 보냈을 뿐만 아니라, 종종 외모도 성격도 닮았습니다. 그러나 따뜻한 형제애로 가득하다고 할 수 만은 없는, 복잡하고 미묘한 관계도 또한 형제나 자매, 남매 관계입니다. 그리고 종종 이러한 갈등은 즐거워야 할 만남의 시간을, 괴롭고 불편한 시간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이번 편은 명절 증후군 극복을 위한 두번째 이야기, ‘영원한 라이벌, 형제자매- 출세 자랑, 재산 자랑, 자식 자랑’입니다.

 


영원한 라이벌, 형제자매


형제는 말 그대로 서로 반쯤 섞인 상태입니다. 남매나 자매도 똑같지만, 편의상 형제로 통칭하겠습니다. 배다른 형제가 아니라면, 형제는 50%의 유전적 연관도를 가집니다. 부모 자식의 유전적 연관도와 동일합니다. 사촌과는 12.5%를 공유합니다. 그래서 진화유전학자 J.B.S. 홀데인은 ‘나는 두 명의 형제를 살리기 위해서, 혹은 여덟 명의 사촌을 살리기 위해서 기꺼이 죽을 수 있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형제 관계는 정말 끈끈해야 할 것입니다. 부모 자식 관계처럼 말이죠.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형제는 비슷한 시기에 부모로부터 자원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치열하게 경쟁합니다. 거의 모든 동물에서 관찰되는 현상이 바로, 형제간 경쟁(sibling rivalry)입니다. 심지어 일부 맹금류는 다른 형제를 둥지 밖으로 떨어뜨려서 죽게 만드는 일도 있습니다. 비정하지만, 자연의 현실입니다. 

 

대륙검은지빠귀(Turdus merula) 새끼 간의 치열한 경쟁 - wikimedia commons 제공
대륙검은지빠귀(Turdus merula) 새끼 간의 치열한 경쟁 - wikimedia commons 제공

흔히 형과 동생의 성격은 많이 다르다고 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프랭크 설로웨이(Frank Sulloway)는 출생 순서에 따라서 성격이 달라진다고 주장했습니다. 첫째 아이는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고, 부모의 관심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 보수적이고 권위적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에 반해서 막내는 부모의 자원을 새로 얻어야 하기 때문에, 유연하면서도 반항적이 된다는 주장입니다. 아직도 논란이 분분한 이론이지만, 많은 사람들은 설로웨이의 모델이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몇 년 터울의 자식을 키워본 부모라면, 형제들이 서로 경쟁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유전자를 절반이나 공유하고 있지만, 항상 부모는 ‘사이 좋게 놀아라, 똑같이 나눠 먹으라’는 훈계를 입에 달고 살아야만 합니다. 원칙적으로 형제 관계란, 일종의 라이벌 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채워지지 않는 갈증, 부모님의 사랑


리어왕(King Lear)의 딸, 코델리아(Cordelia)의 이야기를 알고 있을 것입니다. 나이가 든 리어왕은 세 딸에게 왕국을 물려주려고 합니다. 입에 발린 아부를 하지 못하는 코델리아에게는 땅을 하나도 주지 않습니다. 달콤한 거짓말로 환심을 산 큰 딸 고너릴(Goneril)과 둘째 딸 리건(Regan)은, 왕국을 물려받자마자 바로 안면몰수하고 아버지를 냉대합니다. 리어왕은 딸의 변심에 큰 충격을 받고 벌판을 헤매는 광인이 됩니다. 그리고 고너릴과 리건은 한 남자를 차지하기 위해서 서로 싸우다가 둘다 죽고 맙니다. 당연한 인과응보일까요? 물론 코델리아도 죽고, 리어왕도 죽고, 여러 신하들도 죽고, 등장인물 대부분이 다 죽습니다만. 

 

리어왕의 세 딸(Three Daughters of King Lear), 구스타브 포프, 1875-6년 작. - 푸에르토리코 폰세 미술관 제공
리어왕의 세 딸(Three Daughters of King Lear), 구스타브 포프, 1875-6년 작. - 푸에르토리코 폰세 미술관 제공

자원이 충분해서 같이 나누어도 남을 정도라면, 형제들은 이제 경쟁을 끝내고 협력하게 되지 않을까요? 왕국을 물려받았으면, 이제 ‘유전자를 절반이나 공유한’ 형제와 사이 좋게 지낼 만도 한데, 끝까지 다 가지려고 합니다. 오늘날에도 종종 매스컴을 장식하는 재벌 가문의 재산 싸움을 보면, 어쩔 수 없는 인간성의 본질인가 싶기도 합니다. 특히 부모의 사랑에 대해서는 ‘이제 나는 충분하니 아우에게 양보해야지’라는 마음은 쉽게 들지 않는 것 같습니다. 부모로부터 충분한 자원을 얻는 것은, 생존과 번식에 대단히 중요합니다. 긴 진화적 역사를 통해서 우리는 그렇게 적응해 왔습니다. 부모님의 관심과 자원, 사랑을 형이나 언니, 누나, 혹은 동생에게 양보한다는 것은, 사실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일입니다. 아무나 쉽게 하지 못합니다.


우리는 부모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강력한 근원적 욕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류 최초의 형제는 바로 창세기에 등장하는 카인과 아벨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 경쟁하고 반목합니다. 결국 동생을 시기한 카인은, 아벨을 돌로 쳐서 죽입니다. 이러한 카인 콤플렉스(Cain complex)는 인간의 깊은 심성 안에 공고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장자상속제가 이러한 형제 간의 끊임없는 갈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일종의 제도적 장치였다고 주장합니다. 큰 형이 모든 것을 상속하는 것이 일견 아주 불공정해 보이지만, 형제 간의 끝없는 분쟁을 막는 역할을 했다는 것입니다.

 

아벨을 내리치는 카인(Cain slaying Abel), 페테르 파울 루벤스(Peter Paul Rubens), 1608-9년 작. - 런던 코톨드 갤러리 제공
아벨을 내리치는 카인(Cain slaying Abel), 페테르 파울 루벤스(Peter Paul Rubens), 1608-9년 작. - 런던 코톨드 갤러리 제공

우리는 모두 카인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부모의 사랑을 독점하기 원합니다. 이러한 욕심은 학교에서의 인정, 직장에서의 인정, 세상에서의 인정으로 점점 더 커져갑니다. 이러한 욕망은 리어왕의 이야기에서 보듯이, 아무리 큰 왕국을 물려받아도 결코 채워지지 않습니다.

 


우리는 피를 나눈 형제


형제간 갈등(Sibling Rivalry)만큼 많이 연구되지는 않았지만, 형제간 애착(Sibling Affection)이라는 진화심리학적 개념이 있습니다. 이는 친족 간의 이타적 협력이 많이 일어나는 현상을 말합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오히려 별로 연구가 되지 않았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 현상은 인간의 협력과 집단의 형성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간은 형제 자매 간의 관계를 통해서 처음 협력하고, 사회화됩니다. 형제들은 서로 역할을 정해서 놀이를 하기도 하고, 또 과제를 나누어서 같이 하기도 합니다. 형제가 있으신 분들은 어린 시절에 이러한 협력적인 놀이를 했던 기억이 날 것입니다. 동생이 친구와 싸우다가 울면서 들어오면, 복수를 하겠다면서 분을 내는 형의 모습도 기억나는지요? 피를 나눈 형제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2000년에 재미있는 연구가 있었습니다. 몰몬교 신자들은 종종 일부다처제 관계를 가지고는 합니다. 따라서 한 아버지가 여러 명의 아내와 수십 명의 자식을 두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어떤 형제들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동일하지만, 어떤 형제들은 아버지만 동일합니다. 이 형제들이 서로 어떻게 협력하는지에 대해서 조사했더니, 가까운 형제일수록(어머니가 같을수록) 더 깊은 애착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방법에 대해서 약간 논란이 있지만, 확실히 피는 물보다 진한 것 같습니다. 

 

자매들(Sisters), 제임스 콜린슨(1825-1881) 작. - http://www.canvasreplicas.com/ 제공
자매들(Sisters), 제임스 콜린슨(1825-1881) 작. - http://www.canvasreplicas.com/ 제공

우리는 형제 간에 끝없이 경쟁하고 반목하는 오래된 본성을 가지고 있지만, 또한 동시에 협력하고 배려하는 형제간 협력의 본성도 가지고 있습니다. 둘다 우리의 마음 속에 깊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어떤 것을 꺼내어 쓰고, 어떤 것을 꾹 눌러 잠재울 것인지는 스스로 결정할 문제입니다.

 


명절 연휴, 형제자매 간에 지켜야할 에티켓


명절에는 오랜만에 부모님을 찾아 뵙게 됩니다. 마음도 어린 아이처럼 되어서, 부모님꼐 이런저런 자랑을 하고 싶어 집니다. 100점 맞은 시험지를 보여주며, 의기양양하게 자랑하던 어린 아이처럼 되는 것입니다. 승진했다고 자랑도 하고, 큰 평수로 아파트를 옮길 것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로 돌아가, 부모님이 자신을 자랑스러워 하시는 그 기분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싶은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사업에 실패한 형, 벌이가 시원찮은 동생이 있다면, 승진 이야기나 아파트 구입 이야기는 자제하면 좋겠습니다. 집안에 우환이 있는 누나, 자식이 말썽을 부리는 여동생이 있다면, 명문대에 입학한 아들 자랑도 참는 것이 필요합니다. 출세한 이야기나 재테크 성공담, 자식 자랑 말고도 나눌 이야기는 많습니다. 서로 간의 따뜻한 정담과 잊지 못할 유년기의 추억은 한가위 달밤을 꼬박 새워도 마르지 않을 만큼 가득합니다.


괜히 성질 건드리는 말만 골라서 하며, ‘형제자매끼리 못할 말이 어디 있어?’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형제 간의 허물없음이 아니라, 삐딱한 악취미일 뿐입니다. 세상에 치이고, 사느라 지친 당신의 형제와 자매 옆에는, 그의 배우자와 자식들도 같이 있습니다. 무심한 말 한 마디에, 당신의 ‘절반’을 공유하는 형제자매와 그의 가족이 상처받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을 써주는 에티켓이 필요합니다.

 

 

※편집자주: 살림살이 좀 어떠십니까? 뉴스를 보면 도처에 안좋은 소식 뿐입니다. 젊은이들은 취업 걱정, 중장년 층은 노후 걱정에 노심초사합니다. 경제, 정치 심지어 날씨까지 우리 편은 없어 보입니다. 본지는 인류학을 전공한 박한선 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우리가 한번쯤 고민할 법한 주제를 선정, 지면을 통해 상담을 해드립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마음에 품고 사는 고민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 필자소개
박한선. 성안드레아 병원 정신과 전문의/ 신경인류학자. 경희대 의대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이대부속병원 전공의 및 서울대병원 정신과 임상강사로 일했다. 성안드레아병원 정신과장 및 이화여대, 경희대 의대 외래교수를 지내면서, 서울대 인류학과에서 정신장애의 신경인류학적 원인에 대해 연구 중이다. 현재 호주국립대(ANU)에서 문화, 건강 및 의학 과정을 연수하고 있다. '행복의 역습'(2014)을 번역했고, '재난과 정신건강(공저)'(2015), ‘토닥토닥 정신과 사용설명서’(2016) 등을 저술했다.
네이버밴드 구글플러스

2016년 09월 17일 13:00 프린트하기

혼자보기 아까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해 보세요

네이버밴드 구글플러스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6 + 2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

관련 태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