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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억 년 전 지구엔 이미 생물이 번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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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억 년 전 지구엔 이미 생물이 번성했다!

2016.09.12 19:00

벌써 20년이 다 되가는 일이다. 하루는 안동대의 모 교수가 공룡뼈를 발견한 것 같다는 제보를 하며 한 번 현장에 와보라고 했다. 이분은 고생물학자이지만 전공이 공룡이 아니라 공룡전문가가 동행하기를 요청했다.

 

서호주 샤크만에 있는 스트로마톨라이트. 현존하는 스트로마톨라이트는 스트로마톨라이트 화석의 진위여부를 결정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 위키피디아 제공
서호주 샤크만에 있는 스트로마톨라이트. 현존하는 스트로마톨라이트는 스트로마톨라이트 화석의 진위여부를 결정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 위키피디아 제공

결국 필자는 당시 연세대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있던 이융남 박사(현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와 함께 1박2일 공룡취재를 떠났다. 안동대의 모 교수는 이 박사와 필자를 반갑게 맞이하면서 저녁을 대접했고 다음날 현장답사를 위해 아쉬워하며 일찌감치 자리를 파했다. 대학원생 한 명을 포함해 네 사람은 다음날 아침 산을 한참 올라 현장에 도착했다. 교수가 가리킨 바위를 보자 주변과는 색이 좀 다른, 커다란 방망이처럼 생긴 형태가 박혀 있었다. 가까이 다가간 이 박사의 표정에서 미묘한 변화를 읽은 필자는 순간 ‘아닌가보다’라는 느낌이 왔다.


“글쎄요. 일단 시료를 채취해 현미경으로 봅시다…”


교수의 지시에 따라 대학원생이 챙겨온 정과 망치로 암석 조각을 떼어냈다. 이 과정에서 당황했는지(지도교수와 서울에서 온 공룡전문가에 기자까지 지켜보고 있으니) 그만 실수로 손가락을 망치로 내리쳤고 피가 철철 흘렀다.


“괜찮습니다. 괜찮습니다…”


손수건으로 피가 흐르는 손가락을 감싼 채 작업을 계속하던 대학원생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아무튼 이렇게 가져온 시료를 현미경으로 관찰한 이 박사는 초초한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는 세 사람에게 선고를 내렸다.


“공룡뼈는 아니네요. 스트로마톨라이트 같습니다.”


교수는 민망한지 머리를 긁적거렸고 이 박사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지 묻는 필자에게 “현미경으로 보면 뼈조직은 구멍이 숭숭 뚫려있다”며 직접 한 번 보라고 했다. 구멍은 없었다.

 

2006년 학술지 ‘네이처’에는 34억3000만 년 전 암석에서 무더기로 발견한 스트로마톨라이트 화석을 일곱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 논문이 실렸다. 이후 당시 스트로마톨라이트가 진짜인가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잦아들었다. - 네이처 제공
2006년 학술지 ‘네이처’에는 34억3000만 년 전 암석에서 무더기로 발견한 스트로마톨라이트 화석을 일곱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 논문이 실렸다. 이후 당시 스트로마톨라이트가 진짜인가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잦아들었다. - 네이처 제공

지구 생명 35억 년 역사의 근거


‘이게 말로만 듣던 스트로마톨라이트구나...’


공룡뼈가 아니라서 실망하긴 했지만 스트로마톨라이트인 것 같다는 얘기를 들으니 ‘꿩 대신 닭’은 챙긴 기분이었다(물론 기사거리는 날아갔으므로 개인적으로). 스트로마톨라이트(stromatolite)는 미생물 군집이 퇴적물의 표면을 덮으며 엉겨 붙은 매트에 고운 입자가 달라붙고 여기에 또 미생물 매트가 형성되는 과정이 반복돼 생긴 덩어리로 형성 당시 환경에 따라 기둥, 원뿔, 판 등 다양한 형태를 띤다.


엄밀히 말하면 암석에 박혀있는 스트로마톨라이트는 박테리아 같은 미(微)화석이 모여 있는 덩어리이지만 그 자체를 화석으로 본다. 따라서 화석 가운데 가장 가치가 떨어지는 것 같지만(맨 눈엔 개별 생명체가 보이지도 않으므로) 다른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화석이다. 바로 지구의 생명이 언제 시작했는가를 알려주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지구 생명 35억 년 역사에서...’


생명의 기원이나 진화를 다루는 책이나 논문을 보면 위와 같은 문구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근거가 바로 호주의 35억 년 전 암석에서 발견한 스트로마톨라이트 화석이다. 호주 북서부 노스 폴에는 화산암과 퇴적암으로 이루어진 두터인 지층인 와라우나 층군(Warrawoona Group)이 있다. 1980년 학술지 ‘네이처’에는 무려 35억 년 전 형성된 와라우나 층군에서 스트로마톨라이트 화석을 발견했다는 논문이 실렸다.


지구에서 생물의 역사를 획기적으로 늘린 연구결과였음에도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았다. 무엇보다도 현미경에서 미화석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스트로마톨라이트 화석에서 미생물이 보이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이렇게 오래 된 암석에서는 더 기대하기 어렵다. 몇몇 학자들은 단순히 물리적 현상으로도 스트로마톨라이트 비슷한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형태가 현생 스트로마톨라이트와 비슷할 뿐 아니라 암석을 이루는 원소의 조성을 분석한 결과 주위 퇴적층과 차이가 뚜렷해 스트로마톨라이트 화석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했다. 따라서 지구 생명의 역사를 35억 년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지난 2006년 ‘네이처’에는 서호주 스트렐리 풀 지역의 길이가 10km도 넘은 범위에 분포한 34억 3000만 년 전 암석에서 스트로마톨라이트를 무더기로 찾아내 유형별로 분석한 논문이 실렸다. 비록 확실한 증거인 미화석은 없었지만 진짜 여부에 대한 논쟁을 사실상 끝낸 발견이었다.

 

그린란드 이수아 선지각 벨트(Isua supracrustal belt)에서 발견된 37억 년 전 스트로마톨라이트 화석으로 원뿔 형태다. - Allen Nutman 제공
그린란드 이수아 선지각 벨트(Isua supracrustal belt)에서 발견된 37억 년 전 스트로마톨라이트 화석으로 원뿔 형태다. - Allen Nutman 제공

그린란드 얼음 녹으며 암석 드러나


이 논문 이후 관심은 생명의 기원이 얼마나 더 거슬러올라갈 수 있는가 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즉 35억 년 전 이처럼 다양한 형태의 스트로마톨라이트가 형성됐다는 것은 이미 여러 미생물이 살고 있었음을 강력히 시사하기 때문이다. 또 다양한 생물에 대한 게놈을 분석해 공통조상, 즉 최초의 생명이 언제 나타났는가를 계산한 결과 40억 년이 넘는 것으로 나왔다.


더 오래된 생명의 흔적을 찾으려면 호주나 남아공에서 발견되는 35억 년 전 퇴적암보다 더 오래 된 퇴적암을 찾아야 한다. 화석은 퇴적암에서나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직까지 더 오래된 퇴적암을 찾지 못하고 있다. 대신 그린란드에서 37억 년 전 암석을 찾긴 했다. 다만 퇴적암이 아니라 변성암이다.


변성암은 지각변동으로 땅속으로 들어간 암석이 열과 압력으로 변형돼 만들어진 암석이다. 그 뒤 지각변동이 또 일어나면 지표면으로 다시 올라올 수 있다. 변형되는 과정에서 화석이 파괴되기 때문에 고생물학자들에게는 인기가 없다. 그런데 그린란드 이수아 그린스톤 벨트(Isua Greenstone Belt)의 37억 년 된 변성암은 변성 과정이 상대적으로 온화한 상태에서 일어난 것으로 밝혀져(최고 온도가 550도) 스트로마톨라이트 같은 화석이 남아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졌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화석을 찾았다는 보고는 없었다.


‘네이처’ 8월 29일자 온라인판에는 지구온난화로 얼음이 녹이면서 최근 드러난 이수아 그린스톤 벨트의 암석에서 스트로마톨라이트로 보이는 구조를 발견했다는 논문이 실렸다. 즉 암석의 특정 부분을 보면 수cm 크기의 원뿔 모양의 구조물이 잘 드러난다. 호주 울런공 대학 연구자들은 이런 형태가 전형적인 스트로마톨라이트일뿐 아니라 원소 조성을 분석한 결과 주변 암석과 차이가 두드러졌다고 보고했다.

 

37억 년 전 스트로마톨라이트에는 미생물의 존재를 보여주는 미화석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100% 진짜라고 입증할 수 없다. 다만 형태와 함께 원소조성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데이터를 보면 스트로마톨라이트로 추정되는 부분에서 티타늄(Ti, 파란색)과 칼륨(K, 보라색)의 그래프가 떨어짐을 알 수 있다. 농도를 나타내는 세로축은 로그척도다. - 네이처 제공
37억 년 전 스트로마톨라이트에는 미생물의 존재를 보여주는 미화석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100% 진짜라고 입증할 수 없다. 다만 형태와 함께 원소조성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데이터를 보면 스트로마톨라이트로 추정되는 부분에서 티타늄(Ti, 파란색)과 칼륨(K, 보라색)의 그래프가 떨어짐을 알 수 있다. 농도를 나타내는 세로축은 로그척도다. - 네이처 제공

즉 이 암석에는 원래 금운모라는 광물이 풍부했고 따라서 티타늄과 칼륨의 함량이 높다. 그런데 X선 형광법으로 원소함량을 분석한 결과 스트로마톨라이트로 추측되는 부분은 주변 암석보다 티타늄과 칼륨 함량이 10분의 1 수준이었다. 이는 이 구조가 미생물의 활동으로 만들어졌음을 시사한다.


연구자들은 이 스트로마톨라이트가 얕은 바다에서 형성된 것으로 추측했다. 즉 탄산염이 풍부한 환경에서 미생물이 군집을 이뤄 살았고 여기에 퇴적물과 미네랄이 침착해 마치 결정이 자라듯 스트로마톨라이트를 형성했다는 얘기다. 그 뒤 지각변동을 겪으며 변성암으로 바뀌면서 세포는 물론 유기물의 흔적도 사라졌지만 운 좋게 전반적인 형태는 보존됐다.


연구자들은 그린란드 이수아의 스트로마톨라이트가 그보다 2억 년 뒤 서호주의 스트로마톨라이트와 구조적으로 별 차이가 없기 때문에 37억 년 전도 생명체가 지구에 나타나고 한참 뒤인 시점일 거라고 추측했다. 즉 지구 생명의 역사가 40억 년이 넘는다는 게놈비교를 통한 계산의 결과가 맞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지구 역사 45억 년에서 90%는 생명체와 함께 했다는 말이다.  

 

 

※ 필자소개
강석기. 서울대 화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지내고 있다. 지은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4권, 2012~2015),『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나』(2014)가 있고, 옮긴 책으로 『반물질』(2013), 『가슴이야기』(2014)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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