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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오지랖’ 방식,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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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오지랖’ 방식, 따로 있다

2016.09.13 15:00

‘요청받지 않은 조언(unsolicited advice)’은 보통 (오지랖 등) 실례가 되곤 한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타인의 상황을 잘 알지 못하면서 자신의 답답함을 해소하거나 혹은 본인의 잘남을 확인받으려는 나머지 ‘나라면 이렇게 할 텐데’라며 섣부르게 조언을 던지곤 한다. 그리고 그 결과 타인의 자율성을 침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는 메시지를 줌으로써 자존감을 떨어트림, 관계 악화 등의 결과를 초래하곤 한다는 연구들이 있었다.

 
이렇게 타인에게 요청받지 않은 조언을 섣불리 던지는 것은 금물이다. 하지만 상대가 조언을 요청할 경우에는 좋은 조언자가 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여기서 조언도 결국 사람 간의 대화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점, 따라서 커뮤니케이션의 ‘방법’이 중요하다는 점을 기억해보자. 같은 지식도 두루뭉술하고 부정확한 단어와 귀찮아하거나 또는 자신감없어 하는 태도로 전달한다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신뢰를 덜 얻게 될 것이다. 어떻게 하면 나의 지식을 잘 전달 하면서 상대방의 신뢰를 이끌어내는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을까?

 

GIB 제공
GIB 제공

참고로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이끌어낼 확률이 높은 조언자의 특성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고 한다(Reyt et al., 2016). 사람들은 보통 조언자의 나이가 많고 학력이 높을수록, 소위 전문가 타이틀을 가지고 있을수록 그 사람의 말을 신뢰하곤 한다. 능력과 관련된 지표뿐 아니라 조언자의 ‘성격’ 같은 내적 특성도 신뢰 확률에 영향을 미친다. 일례로 아이들의 경우 ‘까칠한’ 전문가의 말보다 ‘친절한’ 일반인의 말을 더 전문적이며 믿을만한 것으로 여긴다는 연구들이 있었다.


조언자의 특성뿐 아니라 조언을 받는 사람의 상황, 그 사람의 감정상태 또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yt et al., 2016). 두려움, 걱정이 많을수록 조언을 잘 받아들이는 반면 ‘화’가 난 상태에서는 조언을 잘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한다. 또한 권력감(sense of power)이 높을수록 조언을 잘 받아들이지 않는 편이라고 한다.


한편, 최근 조직 행동 및 의사결정과정지(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에 실린 한 연구에서는 조언자와 조언을 받는 사람 개개인의 특성과 별개로 구체적으로 조언을 커뮤니케이션 하는 방법 또한 조언이 신뢰를 얻을 가능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사람들은 작은 그림보다 ‘큰 그림’을 담은 말들을 더 ‘전문적’이라고 느끼며 잘 신뢰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연구자들은 프로그래머들이 서로 질문과 답변을 올리는 사이트를 분석해보았다. 답변 속의 단어들을 분석해서 각 답변들이 얼마나 작은 그림에 머물러 있는지 아니면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즉 구체적인 방법(How)에만 치중하고 있는지 아니면 왜(Why) 그렇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들어있는지, 단기적인 문제 해결(short-term goal)에만 치중하는지 아니면 장기적인 목표(long-term goal)를 함께 제시하는지, 해당 작업을 의미 없다는 듯 서술하는지 아니면 어떤 의미를 발견하고 있는지, 우선순위가 낮은 일에 집중하고 있는지 아니면 우선순위가 높은 일에 집중하는지 등을 추론해보았다.


그 결과 단기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에만 치중하고 있는 작은 그림을 담은 답변들이 장기적이고 의미를 함께 담은 큰 그림을 그린 답변들에 비해 ‘덜 전문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사람들로부터 덜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답변에 대한 평가는 사람들이 투표한 추천수, 답변채택률 등을 통해 확인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도 조언자가 구체적이고 행동적인 언어만 썼을때보다 다소 추상적이고 높은 수준의 언어를 사용했을 때, 일례로 ‘리스트를 만든다’는 똑같은 행동을 ‘할 일을 적는다’라고 표현했을 때보다 ‘체계화 과정을 거친다’고 표현했을 때 사람들은 더 조언자가 ‘전문적’이라고 평가하며 더 해당 조언을 잘 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다소 추상적이고 높은 수준의 표현들이 더 큰 선호를 얻는 점에 있어 연구자들은 사람들은 조언을 자기의 상황에 맞춰서 활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조언을 행동 단위로 있는 그대로 따라하는 사람은 많지 않으며 그보다 각자의 상황에 맞게 새로운 형태로 바꿔 적용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특정 상황에서만 적용 가능한 너무 구체적인 형태보다 전체적인 방향을 옳게 제시하되 구체적인 행동에 있어서는 개개인이 스스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부여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어쩌면 지식자체뿐 아니라 지식이 전달될 때의 표현방식까지 신경써야 한다는 점이 귀찮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이 제대로 ‘전달’ 되지 않으면 결국 내가 얼마를 가지고 있든 간에 그건 상대방에게 별로 쓸모가 없다는 점도 함께 떠올려보자. 결국 지식들이 얼마나 제대로 전달되느냐가 너무 중요한 것이다.


적절한 조언을 전달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구체적인 방법뿐 아니라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의미’까지 담긴 큰 그림을 함께 전달해보도록 하자. ‘상대방에게 유용할만한 형태’로 전달하도록 해보자.

 


※ 참고문헌
Reyt, J. N., Wiesenfeld, B. M., & Trope, Y. (2016). Big picture is better: The social implications of construal level for advice taking.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135, 22-31.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한 주를 건강하게 보내는 심리학을 다룬 <심리학 일주일>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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