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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를 내면 화가 풀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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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를 내면 화가 풀릴까?

2016.09.20 12:00

굳이 화를 내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일에 크게 소리치며 화를 내고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되면 ‘저 사람은 왜 저렇게 화를 낼까?’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또는 그렇게 자주 화를 내는 사람이 나라면, 나는 왜 자꾸 화를 내는 걸까?

 

GIB 제공
GIB 제공

물론 화를 내는 데에는 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사람들에게 화를 내는 이유를 물으면 그 상황 또는 그 사람때문에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하지만 같은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 크게 화를 내고 공격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또 자주, 대부분의 상황에 있어 마음에 안 드는 일이 발생했을 때 화를 내고 누군가를 공격함으로써 대처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면, 이것은 비단 외적 문제때문만은 아니다.


또한 문명사회에서는 화를 분출하고 언어적으로나 신체적으로 타인을 공격하는 행위들은 보통 긍정적이기보다 부정적인 결과들을 얻게 되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왜 어떤 사람들은 계속해서 화를 내는 걸까?


Brad Bushman 등의 연구자들은 많은 사람들이 감정을 분출하고나면 해당 감정이 줄어들 것이라고 믿고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화의 경우도 내버려두지 말고 밖으로 마구 쏟아야 하고, 그러고 나면 화가 줄어들게 될 것이라는 ‘카타르시스에 대한 믿음’들이 퍼져있다고 보았다. 즉 사람들은 때론 ‘기분을 좋게하기 위해’ 화를 내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화를 표출함으로써 화를 줄일 수 있다는 게 사실일까? 안타깝게도 실제로는 반대의 현상이 더 자주 관찰된다고 한다(Bushman et al., 1999). 일례로 샌드백을 때리는 등의 방법으로 화를 '표출'하게 하면 그러지 않았을 때보다 더 타인에게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화를 낼수록 되려 상대방을 더 미워하게 되고 작은 일을 크게 생각해 더 화가 나게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들도 있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한 번 크게 화를 내고나면 멈추기 뻘쭘해져서, 오해였음이 밝혀진다든가 화를 낼 이유가 없어지고 나서도 “그걸 왜 이제 말해!!”라는 등 화를 내기 위해 계속 화를 내는 경우들도 보곤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화는 화로 풀어야한다는 믿음들이 널리 퍼져 있는 듯 보인다. 한가지 더 안타까운 사실은 화를 줄이는 방법에 대한 이런 잘못된 믿음 때문에 화를 더 내는 현상까지 나타난다는 것이다.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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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d Bushman 등의 연구자들은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Bushman et al., 2001). 조건을 나누어 각 조건의 사람들에게 화를 표출하는 것이 화를 식히는데 도움이 된다거나 반대로 그렇지 않다는 기사를 읽게했다. 그리고 나서 참가자들이 화가날만한 일을 만들었다. 참가자들에게 짤막한 글을 쓰도록 하고, 함께 실험에 참여한 또 다른 사람(실제로는 그런 거 없었다)이 참가자가 쓴 글에 대한 피드백을 주는 상황이었는데 ‘이 사람이 말하길 네가 쓴 글이 지금까지 읽은 글 중 최악이라고 하더라’는 나쁜 피드백을 전해주었다. 이로 인해 참가자들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실험 파트너에게 성공적으로 앙심을 품게 되었다.


그리고 나서 연구자들은 사람들로하여금 파트너와 간단한 컴퓨터 게임을 하게 했는데, 이 때 상대방을 ‘공격’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상대방이 자기보다 못하면 헤드폰을 통해 귀가 얼얼할 소음을 들려주어 벌을 주는 것이었다. 참가자들은 소음의 세기와 지속시간을 직접 조작할 수 있었고 연구자들은 이를 참가자들의 공격성을 보여주는 척도로 삼았다.


이와 같은 실험을 다섯차례 한 끝에 연구자들은 다음과 같은 결과를 얻었다. 1. 화를 분출하는 것이 화를 줄여주는 데 이롭다고 믿게 되거나 평소에 그런 믿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더 상대방에게 공격적인 경향을 보였다. 2. 카타르시스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사람들을 공격하고 난 후에도 여전히 크게 화가 나 있었다. 3. 앞으로 어떤 행동을 해도 기분이 잘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게 만들면 굳이 화를 표출하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이로써 사람들이 스스로의 기분을 좋게 만들기 위해 화를 내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별로 효과적이지 않고 되려 부정적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다른 연구에 의하면 자극추구성(sensation seeking), 충동성, 미래의 결과보다 지금 당장의 결과에 주목하는 경향을 보이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화를 잘 내는 편이라고 한다(Joireman et al., 2003).

 
특히 ‘자극추구성(도박 등 짜릿함을 추구하는 행동과 관련을 보인다)’은 언어적, 신체적 공격행위에 대한 욕구/선호와도 관련을 보였다. 위의 실험과 함께 생각해볼때 ‘어쩔 수 없어서’ 화를 낸다고 하지만, 역시 그냥 기분을 좋게 하기 위해 화를 내는 경우도 많지 않을까 의심하게 되는 결과들이다.


만약 습관적으로 화를 내고 있다면, 화의 해소에 대한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잘못된 자극을 추구하고 있진 않은지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참고문헌
Bushman, B. J., Baumeister, R. F., & Stack, A. D. (1999). Catharsis, aggression, and persuasive influence: Self-fulfilling or self-defeating prophecie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76, 367-376.
Bushman, B. J., Baumeister, R. F., & Phillips, C. M. (2001). Do people aggress to improve their mood? Catharsis beliefs, affect regulation opportunity, and aggressive responding.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81, 17-32.
Joireman, J., Anderson, J., & Strathman, A. (2003). The aggression paradox: understanding links among aggression, sensation seeking, and the consideration of future consequence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84, 1287-1302.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한 주를 건강하게 보내는 심리학을 다룬 <심리학 일주일>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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