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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과 처세술⑩] 버림의 미학,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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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과 처세술⑩] 버림의 미학,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라!

2016.09.21 14:00

최근 '미니멀라이프'가 화제다. 필요 없는 물건은 버리고, 살림살이를 최소로 갖춰 일종의 삶의 여유를 되찾자는 취지다. 미니멀라이프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면서 '버림의 미학'이라는 말이 주목받고 있다. 버리는 데도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이다.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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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무엇을 버리는 것은 아까운 일이다. 때로는 바다에 쓰레기를 버리는 것처럼 무언가를 버리는 것이 추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의 것을 버림으로써 아름다운 느낌을 줄 때도 있다.

 

● 바둑 고수들은 '버림'에 능하다

 

바둑은 남보다 집, 즉 이익을 많이 차지하려는 경제적 게임이다. 하지만 바둑에서는 특이하게도 버리는 것을 많이 강조한다. 지나친 욕심을 버리라거나, 작은 것을 버리라고 한다. 자기 돌을 일부러 희생타로 버리는 '사석전법(捨石戰法)'도있다. 바둑의 고수들은 대부분 이러한 버림돌 전법에 능하다. 버릴 줄 모르는 사람은 결코 높은 수준의 바둑을 둘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둑에서 이처럼 버리는 것을 강조하는 것을 보면, 세상살이에서도 버리는 것이 미덕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놀부처럼 모든 것을 움켜쥐려는 것이 인생을 망치는 악수가 될 수도 있다.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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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긴 하지만 서양판 놀부인 <아라비안나이트>의 캐심은 도둑들의 동굴에서 금을 얻은 동생 알리바바의 얘기를 듣고, 황금을 훔치려다가 목숨을 잃는 참변을 당했다. 직접적인 원인은 "열려라 참깨"라는 주문을 깜빡한 것이다. 그러나 이미 부유한 삶을 살면서도 과욕을 부린 것이 근본 원인이었다. 이 경우 캐심이 버림의 미학을 알았더라면 귀중한 목숨을 잃지는 않았으리라. 바둑에는 '부자 몸조심'이라는 재미있는 표현도 있다.

 

● 위기에 처하면, 망설이지 말고 버려라!

 

버림의 미학에 관한 바둑의 어록 중에서 특별한 것은 '봉위수기(逢危須棄)'라는 격언이다. 이것은 위기에 처하면 버리라는 뜻이다. 바둑의 십계명인 <위기십결>에 나오는 말인데, 위기상황일수록 버리는 것을 생각하라는 것이다. 위기가 닥치면 빨리 달아나라고 하는 것이 타당할 텐데 버리라니 좀 의아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홍수나 전쟁이 났을 때 가재도구를 아까워하다가는 봉변을 당하기 쉽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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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위기상황에서 이 격언을 실천해 타의 모범이 된 사례가 있다. 바로 10여 년 전 외환위기가 닥쳤을때 우리 국민들은 너도나도 장롱 속에 간직해 둔 금을 꺼내 나라를 구하자고 했다. 이런 한국인의 태도에 세계인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덕분에 우리 한국은 구제 금융을 빨리 졸업할 수 있었다.

 

● 희망이 없다면, 미련없이 떠나라!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버림의 미학이 있다. 그것은 '희망이 없는 돌에 미련을 버리라'는 것이다. 현대 한국바둑의 개척자 조남철 9단의 <바둑개론>에 나오는 말이다.

 

바둑에서 하수들은 살릴 가망이 없는 돌인데도 혹시나 하는 희망으로 대마를 움직이다가 잔뜩 키워서 회복 불능의 패국으로 만들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 희망이 없다고 판단했을 때 빨리 포기를 했다면 약간의 손해를 보고 끝났을 것이다. 그러나 미련을 갖고 계속 매달리다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패배를 당하게 된다.

 

인생에서도 가능성이 거의 없는 일에 혹시나 하다가 이처럼 망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도박이나 다름없는 일에 허황된 희망을 갖는다거나, 마음이 떠난 이성 친구에게 집요하게 매달리다가 스토커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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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점을 강조하기 위함일까. 최근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바둑황제 조훈현 9단은 부채에 '무심(無心)'이라는 휘호를 써서 바둑 팬들에게 나눠주곤 한다. 무심은 마음을 비우라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미련도 버리라는 뜻이다. 백전노장으로 수많은 승부를 치르면서 깨달은 최고수의 좌우명이니 일반인에게도 참고가 될 것이다.

 

● 때때로 '포기'는 '재기'의 다른 말

 

물론 빨리 포기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열정을 갖고 도전한 일을 한 번 실패했다고 포기할 필요는 없다. 실패를 딛고 일어서 성공을 거두는 도전정신이 필요할 때도 많다. 그러나 가망이 거의 없다고 판단될 때는 미련을 갖지 말고 과감히 포기하는 것이 현명하다. 이 경우 포기는 모든 것을 상실하는 것이 아니다. 손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새로운 희망을 찾아 재기하자는 뜻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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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싸움터이자 욕망의 용광로인 바둑판에서 '버림의 미학'이 고수들의 성공 노하우임을 음미하여 인생의 격전장에서도 적당히 버리는 미덕을 발휘해 보기로 하자.

 

정수현.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 프로9단, 교육학 박사. 삼성, LG, SK 등 다수의 기업과 한국경제, 휴넷 등에서 '바둑과 경영', '바둑과 인생'에 관한 강의를 하고, 이코노미스트지 등에 바둑경영칼럼을 연재해왔다. 지은 책으로 『반상의 파노라마』, 『인생과 바둑』, 『바둑 읽는 CEO』, 『고수경영』 등 30여 권이 있다.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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