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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의 맥주생활 <1> 수제맥주와의 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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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의 맥주생활 <1> 수제맥주와의 조우

2016.09.23 17:35

Pixabay 제공
Pixabay 제공

“맥주는 싱거워서 그냥 못 먹어…소주는 너무 독하지.”


오늘도 능숙한 손놀림으로 잔에 소주를 깔고 그 위에 맥주를 따르는 H. 손목 스냅을 이용해 만들어내는 잔 속 회오리가 범상치 않다. 소맥은 H에게 남녀노소 불문 많은 친구를 만들어줬고(태반은 다음날 기억이 안 나는 친구였지만) 몇 개의 휴대폰을 떠나 보내게 했으며,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월급을 사라지게 했다.


그러나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다고 했던가. 정성껏 제조한 소맥에서 비린내가 느껴지고 ‘너 한잔 나 한잔’ 평등한 소맥 음주를 위한 잔 돌리기로 간염이 전염됐다는 흉흉한 얘기까지 귀에 꽂히던 어느 날.


2차로 옮긴 술집에서 운명처럼 요상한 이름의 맥주를 발견했으니... 이름하여 수.제.맥.주. 그러고 보니 그동안 강남역, 가로수길에서부터 연남동, 성수동까지 ‘수제맥주’, ‘크래프트비어’ 간판을 보기도 많이 봤다.


새로 나온 맥주 브랜드인가? 장인의 손길로 만든 맥주인가? 알코올 음료에 대해서는 궁금한 것도 참 많은 H. 수제맥주가 뭔지 알아보기로 한다.

 

4~5년 전 카스, 하이트, 버드와이저, 밀러가 아닌 낯선 이름의 맥주들이 수제맥주, 크래프트비어라는 이름으로 맥주 메뉴판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부터는 대형 마트에도 크래프트비어 코너가 생길 정도로 확산되고 있다.


‘수제’라는 말은 영어 단어 ‘craft’를 번역한 것이다. 우리도 이 정도는 안다. 그러므로 수제맥주는 곧 크래프트비어다. 


그럼 무엇이 크래프트비어일까? 맥주 한잔 마시면서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하나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이왕 시작했으니 계속 나가보자.


크래프트비어라는 용어의 발원지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양조자협회(The Brewers Association of America)가 내놓은 ‘크래프트 양조자’의 정의가 도움이 되겠다. 아래와 같다.


· 소규모(small) : 연간 생산량이 6백만 배럴 이하(카스 연간 생산량의 3분의2 정도)
· 독립(independent) : 양조장 지분 중 25% 이하만 대기업이 소유
· 전통(traditional) : 인위적으로 향을 첨가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적인 재료로 창의적인 방법을 활용해 맛을 냄

 

미국 양조자협회 홈페이지 제공
미국 양조자협회 홈페이지

한마디로 중소형 독립 양조장에서 재료값 안 아끼고 제대로 만든 맥주라는 것이다. 이 정의에 의하면 기네스, 스텔라 아르투아, 하이네켄처럼 4캔에 1만원으로 H의 맥주 생활을 윤택하게 해줬던 맥주들은 모두 크래프트비어가 아니다.


크래프트비어의 경우 소규모로 양조를 하기 때문에 다양한 시도를 통해 개성 있는 맥주를 만들 수 있다. 크래프트비어 재료에 경계는 없다. 먹을 수 있는 건 다 넣는다. 최근 국내 맥주 양조장에서는 수정과 맥주를 만들기도 했다.


이쯤해서 삐딱한 질문을 던지고 싶어진다. 그렇다면 크래프트비어 양조장이 장사가 정말 잘 돼 연 600만배럴 이상을 생산하게 되면 크래프트비어 리스트에서 탈락(?)하는 것인가. 그 양조장 지분을 대기업에 판다면…?


아니나다를까 실제 이런 일들이 일어나서 맥주 업계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미국 시카고 대표 크래프트비어 양조장인 ‘구스아일랜드’는 세계 1위 맥주기업 ‘AB인베브’에 매각됐다. 반대로 많은 이들이 소규모 양조장에서 생산한 크래프트맥주로 알고 있는 밀맥주 ‘블루문’은 미국 맥주 대기업 ‘밀러쿠어스’ 소속이다.


때문에 맥주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크래프트비어를 ‘제품 자체에 집중해 최상의 맛과 품질을 지향하는 맥주’로 정의하자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누가 만들건, 어떤 자본이 뒷받침되건 간에 원가절감, 마케팅, 광고 등에 의존해 수익을 내고 판매하는 게 아니라 재료, 공정, 품질에서 승부를 보는 맥주로 보자는 것이다.

 

몰트, 홉 등 맥주 재료
몰트, 홉 등 맥주 재료

이 역시 애매한 경우가 많겠지만, 뭐 맥주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이 그렇다니 그런가보다 하면 된다. 우리야 뭐 그냥 맥주 시켜놓고 ‘크래프트비어는 이런 거지’ 썰 좀 풀면서 마실 수 있으면 그만 아닌가.


미국에만 4500여곳의 크래프트비어 양조장이 있고 국내에도 60곳이 넘었다고 한다. 마셔볼 맥주가 많아 좋은 날들이다.


아 오늘도 맥주 땡긴다.


<'1일 1맥' 추천맥주>

 

슈파텐-프란지스카너 브로이 제공
슈파텐-프란지스카너 브로이 제공

이름 : 프란치스카너 헤페바이스(Franziskaner Hefe-Weissbier)
도수 : 5%


다양한 맛과 향의 맥주 세계에 입문용으로 밀맥주만한 게 없다. 밀맥주는 보리로 만든 맥주와 달리 바나나, 사과 등 여러가지 향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젠(밀), 바이스(하얀) 등은 밀맥주를 의미하며 그 중에서도 앞에 헤페가 붙으면 여과하지 않은 맥주로 더 풍부한 향을 경험할 수 있다.


프란지스카너 헤페바이세는 조밀하고 부드러운 거품과 바나나, 빵 등의 풍미를 느낄 수 있는 제대로 만든 밀맥주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가성비까지 좋다. (500ml캔 2500원 이하)

 

※ 필자소개

 

황지혜. 비어포스트 에디터, 전 매일경제신문 기자. 폭탄주와 함께 청춘을 보내다 이제는 돌아와 수제 맥주 앞에 선 한량한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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