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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지원제도 개혁하라”… 뿔난 대한민국 과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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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지원제도 개혁하라”… 뿔난 대한민국 과학자들

2016.09.27 16:58

 

iStockphot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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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의 기본은 창의력입니다. 대한민국이 과학강국으로 거듭나려면 과학자 스스로 생각하고 탐구할 수 있는 ‘연구 자율성’이 무엇보다 중시되는 이유입니다. 동아사이언스 취재진은 2016년 노벨상 수상 시기에 앞서 국내 과학계 현황과 내, 외부의 목소리를 십분 반영한 ‘과학자 연구 자율성 높이자’ 기획 시리즈를 28, 29일 양일에 걸쳐 게재합니다. - 편집자 주

 


정부 주도의 국가연구개발(R&D) 사업에 불만을 느낀 기초 과학자들이 ‘연구 지원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국회청원에 나섰다. 

 

호원경 서울대 의대 교수는 23일부터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홈페이지에 ‘연구자 주도 기초연구 지원 확대를 위한 청원서’를 올리고 동료 과학자들의 동참을 요청하고 있다. 이 글은 국내 과학자들의 큰 공감을 받고 있다. 27일 정오까지 참여의사를 밝힌 과학자는 국내과학자 321명이다.

 

호 교수는 앞서 6월부터 BRIC에 4편의 글을 기고하는 등 국가 R&D사업의 문제점을 꾸준히 지적해 왔다. 특히 기초연구 지원이 ‘상향식(bottom-up)’이 아닌 ‘하향식(top-down)’으로 결정된다는 점이 큰 문제라고 밝혔다. 상향식은 연구자가 필요성을 느낀 연구를 건의하면 정부가 받아들이는 구조. 반대로 하향식은 반대로 정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연구를 먼저 정해 발표하면 연구자가 이에 따라가는 구조다.

 

호 교수는 “기초연구는 목적을 염두에 두지 않고 진리를 밝히는 것을 우선하는 연구”라며 “그 핵심요소인 창의성은 연구자 스스로 주도하는 상향식 연구에서 나온다”고 주장했다.

 

호 교수의 청원에는 정부와 국회의 R&D 정책 결정자들을 향한 세 가지 요구사항이 들어있는데, 첫 번째가 연구자 주도의 ‘자유공모 기초연구지원사업’ 확대다. 호 교수는 “정부 총 R&D의 6% 미만에 불과한 자유공모 기초연구 규모를 선진국 수준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경우 자유공모 기초연구지원사업의 비중이 정부 R&D(국방비 제외)의 40% 이상이다.

 

 

 
호원경 서울대 의대 교수가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에 올린 청원서 일부. - BRIC 화면캡쳐 제공
호원경 서울대 의대 교수가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에 올린 청원서 일부. - BRIC 화면캡쳐 제공

 

청원의 두 번째 요구는 연구비 구조의 불균형을 개선해달라는 내용이다. 일부 대형과제는 수주할 수 있는 인원이 제한돼 있어 대부분 연구자는 소형과제를 수주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소형과제의 연구비가 워낙 적어 충분한 연구활동을 하기 어려우니, 1억 원 이상의 과제가 50% 이상이 되도록 비율을 조정해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 호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개인연구지원 사업의 과제 수는 약 1만2000개로 전국 이공계 교수의 약 30%만 혜택를 받을 수 있는 수준인데, 이중 약 80%는 과제당 연구비가 5000만 원 내외”라며 “이론 분야를 제외하면 아주 작은 규모의 실험실 운영조차 힘든 액수”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마저 연구비 지원 기간이 3년밖에 안 돼 장기적 안목으로 연구를 추진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호 교수는 마지막 세 번째 요구로 단기적 상황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먼 장래를 위해 꾸준히 연구비가 투자될 수 있도록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주장했다. 

 

청원에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IBS, KAIST, 포항공대, UNIST, GIST, 한양대, 성균관대, 동국대 등에 소속된 국내연구자 321명이 참여했다. 특히 26일 정오부터 만 하루 새 229명이 참여하는 등 참가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호 교수는 “29일까지 추가로 참가자를 모아 국회에 청원서를 접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원에 참여한 이일하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학회 등을 가보면 연구비 시스템이 문제라는 공감대가 과학자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과학자들 사이에 온, 오프라인으로 청원서가 돌고 있어서 앞으로 참여자 숫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미래창조과학부는 “현재 1.1조 원 수준인 자유공모 방식의 기초연구 사업을 2018년까지 1.5조 원으로 확대할 계획이 있다”며 “연구자 주도의 기초연구를 강화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또 “5000만 원 이상 3억 이하의 중형급 연구과제를 2013년 18.7%에서 2017년 25%까지 늘릴 계획도 검토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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