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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봉포호, 광포호] 어느 날 갑자기, 외래종의 습격! 봉포호, 광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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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9월 29일 16:00 프린트하기

살면서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는 상황을 종종 경험한다. 힘이 없으면 밀려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 석호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봉포호와 광포호가 외래종 때문에 아프다. 이곳들은 어쩌다 외래종의 습격을 받은 것일까. 궁금증을 안고 봉포호와 광포호를 차례차례 찾았다.   

 

사색하기 좋은 계절, 가을이다. 올해 초 조성된 봉포호 산책로. - 고기은 제공
사색하기 좋은 계절, 가을이다. 올해 초 조성된 봉포호 산책로. - 고기은 제공

어느 날 갑자기, 생태계 불청객을 맞다! 봉포호


경동대학교 초입에 작은 호수가 있다. 봉포호다. 나무데크 산책로를 따라 걸어본다. 올해 초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잠시 벤치에 앉아 잔잔한 호수를 보면서 사색하기도 좋다. 평화로워 보이는 봉포호. 헌데 수면 아래는 분위기가 정반대다. 외래종 물고기 때문이다.

 

옛날 이 호수에 봉황새 같은 큰 새가 날아들었다는데서 이름 지어진 봉포호. 하지만 지금은 그러한 풍경을 보긴 어렵다. - 고종환 제공
옛날 이 호수에 봉황새 같은 큰 새가 날아들었다는데서 이름 지어진 봉포호. 하지만 지금은 그러한 풍경을 보긴 어렵다. - 고종환 제공

블루길은 어느 날 갑자기 봉포호에 등장했다. 북아메리카 동부 지방이 고향인 블루길이 어쩌다 여기까지 온 것일까. 설마 이곳까지 헤엄쳐 오기라도 한 것일까. 누군가 관상용으로 키우다 호수에 버렸다는 게 더 설득력 있는 추측이다. 어찌 되었든 팩트는 블루길이 봉포호에 살게 되었다는 것이다. 얌전히 살았다면 문제 될 일은 없다. 식성이 문제다. 물속에 사는 곤충을 비롯해 식물성 플랑크톤, 동물성 플랑크톤, 물고기 알, 어린 물고기 등 눈에 보이는 족족 먹는 잡식성 어종이다.

 

유역면적 0.18㎢의 봉포호. 잔잔한 호수 속 아래는 외래종 때문에 하루하루 전쟁이다. - 고종환 제공
유역면적 0.18㎢의 봉포호. 잔잔한 호수 속 아래는 외래종 때문에 하루하루 전쟁이다. - 고종환 제공

블루길을 차마 죽이지 못하고 호수에 방사한 누군가의 행동은 결국 더 많은 생명을 죽이는 꼴이 돼버렸다. 블루길은 기존에 살던 생물들을 무자비하게 먹어 치웠다. 블루길은 왕성한 식욕 못지않게 번식력도 왕성했다. 참붕어, 붕어, 가물치 등 토종 물고기들은 세력이 커진 블루길에 터전까지 뺏기고 만다. 지난 2013년 원주지방환경청의 동해안 소규모 석호 어류 서식실태 조사 결과, 봉포호에서 채집된 어류 중 55%가 블루길이었다고 한다.   

 

아가미 표면 뒤끝에 파란 점이 있는 것이 특징인 블루길. 파랑볼우럭으로도 불린다(왼쪽). 황소개구리는 곤충, 물고기, 토착 개구리는 물론 뱀까지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탐식성 양서류다(오른쪽). -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 제공
아가미 표면 뒤끝에 파란 점이 있는 것이 특징인 블루길. 파랑볼우럭으로도 불린다(왼쪽). 황소개구리는 곤충, 물고기, 토착 개구리는 물론 뱀까지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탐식성 양서류다(오른쪽). -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 제공

생태계를 파괴하는 주범은 블루길뿐만이 아니었다. 황소개구리 올챙이도 수만 개체가 발견됐다. 황소개구리는 이곳에 서식하면서 블루길과 경쟁하듯 호수에 사는 생물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었다. 왕성한 번식력까지 닮아 기하급수적으로 번식하며 생태계를 교란시켰다. 이들의 위협으로 생물의 종 다양성이 감소했다. 생태계 균형이 깨지자 수질도 악화되었다.  

 

봉포호는 급격한 주변 환경변화로 해수유입이 차단되어 기수호의 특성이 사라졌다고 한다. 갈대 습지로 육화 정도가 심하다. - 고종환 제공
봉포호는 급격한 주변 환경변화로 해수유입이 차단되어 기수호의 특성이 사라졌다고 한다. 갈대 습지로 육화 정도가 심하다. - 고종환 제공

봉포호의 생태계 회복이 시급했다. 원주지방환경청은 수생태계 복원을 위해 2014년 초부터
생태계 교란종 제거 사업을 추진했다. 4회에 걸쳐 퇴치 활동이 진행되었다. 그 결과 황소개구리 올챙이 1만3,000여 개체, 블루길 8,000여 개체를 포획해 제거했다.


블루길과 힘 겨루기를 하는 가물치가 자꾸 낚시꾼들의 포획으로 개체수가 줄어드는 문제도 컸다. 고성군은 2014년 7월에 봉포호를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했다. 가물치 낚시를 근절하고, 생태계 교란종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2014년 10월엔 호수에 가물치를 방류하는 등 생태계 교란종을 퇴치하는 활동을 이어갔다.  

 

천적인 가물치를 방류한 이후 블루길 치어와 황소개구리 올챙이 개체 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호수가 건강을 되찾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 고종환 제공
천적인 가물치를 방류한 이후 블루길 치어와 황소개구리 올챙이 개체 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호수가 건강을 되찾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 고종환 제공

이러한 노력에도 블루길과 황소개구리는 워낙 번식력이 강해서 그 수가 쉽사리 줄어들진 않고 있다. 봉포호는 오늘도 생태계 교란종과 전쟁 중이다. 고성군은 포획 퇴치반을 구성해 활동하고 있다. 매주 1회 통발과 어망을 이용해 이들을 포획한다. 한 주간 평균 포획량은 2~3kg이라고 한다. 외래종과의 전쟁은 언제쯤 끝날까. 평온함이 어서 찾아오길 희망한다. 

 


어느 날 갑자기, 외래식물이 자라기 시작하다! 광포호


여기 외래종 때문에 괴로운 석호가 또 있다. 광포호는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외래식물 때문에 괴롭다. 특히 단풍잎돼지풀과 돼지풀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석호 중에서 가장 넓게 분포하고 있다. 왜 그런 것일까.

 

유역면적 3.29㎢의 광포호. 고성군 토성면 봉포리, 용촌리에 있는 석호다. - 고종환 제공
유역면적 3.29㎢의 광포호. 고성군 토성면 봉포리, 용촌리에 있는 석호다. - 고종환 제공

고성군 관계자에 따르면, 주변 군부대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군부대가 훈련 등으로 원거리 이동을 하는데, 이때 군화, 옷에 단풍잎돼지풀, 돼지풀 등이 묻게 되는 것이다. 이 식물들은 어느 곳에서든 잘 자라는 특성이 있다. 군부대 주변에서 자라나며 왕성한 번식력을 자랑이라도 하듯 길을 따라 빠르게 쭉쭉 뻗어 나간다. 그뿐만 아니라 종자가 물의 흐름을 따라서도 전파된다고 한다. 호수 상류 지역에 이들이 자랄 경우, 하류 방향으로 퍼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광포호도 상류에서부터 자라기 시작해 하류까지 점령해 버린 것이다. 

 

단풍잎돼지풀은 7~9월에 걸쳐 꽃이 피는데 한 그루에서 무려 5,000개 정도의 씨가 생산된다고 한다. - 고종환 제공
단풍잎돼지풀은 7~9월에 걸쳐 꽃이 피는데 한 그루에서 무려 5,000개 정도의 씨가 생산된다고 한다. - 고종환 제공

단풍잎돼지풀과 돼지풀은 토종 식물의 서식지를 잠식해 생태계를 위협한다. 사람들의 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더욱 위협적이다. 이들의 꽃가루를 흡입하거나 접촉하면 알레르기성 비염, 결막염, 기관지 천식 등의 화분병이 걸리기도 하고, 피부 알레르기가 일어나기도 한다. 그러므로 더욱 철저히 이들을 제거해야 한다.

 

광포호는 호소 면적의 67%가 감소되었다. 육화가 가장 많이 진행된 석호다. 현재도 빠르게 육화가 진행되고 있어 안타까움이 크다. - 고종환 제공
광포호는 호소 면적의 67%가 감소되었다. 육화가 가장 많이 진행된 석호다. 현재도 빠르게 육화가 진행되고 있어 안타까움이 크다. - 고종환 제공

원주지방환경청, 고성군, 군부대, 환경단체 등이 함께 생태계 교란식물이 개화하기 전 대대적인 제거 활동을 펼친다. 하지만 이것으론 번식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 고성군에서는 환경감시대원들이 정화 활동을 하며 생태계 교란식물을 수시로 제거해주고 있다. 이들을 뿌리째 뽑았다고 안심할 수도 없다. 몇 년 동안은 땅속에 씨가 들어 있어서 같은 자리에 또 자랄 수 있기 때문이다. 지속적으로 제거 활동이 이어져야 하는 이유다. 

 


석호 열 번째 이야기, 고성 봉포호, 광포호 뷰레이크 타임을 마무리하며


이번 주 글을 준비하면서 흥미로운 뉴스를 보게 됐다. 우리나라에선 수생태계의 핵심종인 가물치가 미국에선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외래종으로 골칫덩어리 취급을 받는 것이다. 가물치가 미국 강에 등장한 것 역시 누군가 방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결국은 인간의 무책임한 혹은 무심코 한 행동 때문이다. 잘못은 인간이 했는데 피해는 고스란히 그곳에 사는 물고기와 식물이 입고 있다. 이를 바로잡는 것 역시 인간이다. 무책임한 혹은 무심코 한 어리석은 행동은 더는 반복되어선 안 될 것이다. 

 

 필자소개
고기은. KBS, MBC 방송구성작가, 소셜커머스 쿠팡 여행 에디터를 거쳐 현재는 여행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길을 잃고 뜻밖의 풍경, 인연을 만날 때 행복하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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