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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진단 기술계의 ‘구글’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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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진단 기술계의 ‘구글’을 꿈꾸다

2016.10.06 13:00

5년 전 어느 봄날이었다. 김민수 DGIST 정보통신융합공학전공 교수는 편안한 마음으로 학교에서 매주 개최하는 융합세미나에 참석했다. 다른 전공 교수가 자신의 연구를 소개하는 세미나여서 부담 없는 시간이었다(게다가 점심까지 해결할 수 있었다!). 이날 주제는 ‘후각수용체와 그 활용’. 구재형 뇌·인지과학전공 교수가 자신의 연구를 소개했다.


그런데 구 교수가 발표를 마치면서 질문 하나를 던졌다. “코가 냄새를 맡는 데 관여하는 후각수용체 유전자가 췌장이나 면역세포 같은 조직과 세포에서도 발현되는지 알아보고 싶은데, 특정 후각수용체 유전자를 콕 집어내는 게 쉽지 않네요. 혹시 도와주실 분 있나요?”


이 질문이 김민수 교수의 뇌리에 꽂혔다. “내 기술로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두 사람의 융합 연구가 시작됐다.

 

구재형 뇌.인지과학전공 교수(왼쪽)와 김민수 정보통신융합공학전공 교수. - 이규철 제공
구재형 뇌.인지과학전공 교수(왼쪽)와 김민수 정보통신융합공학전공 교수. - 이규철 제공

세계에서 가장 정확한 유전자 진단 기술


5년이 흐른 지난 7월. 두 사람은 전세계 생명과학자들을 위한 소프트웨어(SW)를 만들고 이를 서비스하는 웹사이트를 열었다. 원하는 유전자를 찾아낼 때 사용하는 ‘프라이머’라는 짧은 염기서열을 검색할 수 있는 웹사이트로, 지구상의 모든 유전자를 가장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는 프라이머 정보를 제공한다.


바이러스에 감염됐거나 암에 걸렸는지 확인한다고 해 보자. 피검사나 조직검사를 해서 그 샘플 속에 들어 있는 바이러스나 암세포의 유전자를 찾아내야 한다. 이때 사용하는 기술이 중합효소연쇄반응(PCR)이다. 유전자의 특정 서열을 수십억 개씩 복제해서 그 유전자가 바이러스나 암 유전자가 맞는지 확인한다. 이 기술을 고안한 캐리 멀리스 박사는 1993년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하지만 이 기술을 활용하는 데 큰 문제가 있었다. 프라이머는 목표 유전자의 원하는 부위에 달라붙어서 DNA중합효소가 유전자를 복제하게 만들어 준다. 그런데 유전자 맞춤형 프라이머를 제작하는 게 너무 어려웠다. 3만~ 4만 개인 사람의 유전자에는 달라붙지 않으면서 목표로 하는 병원체의 유전자에만 달라붙는 정밀한 프라이머를 디자인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방법은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만든 것으로, 프라이머 여럿을 후보군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목표가 아닌 유전자에도 달라붙는 쓸모없는 프라이머가 다수 포함돼 있다. 연구자가 하나하나 직접 적합성을 테스트한 뒤 가장 적합한 프라이머를 찾아야 하는 불편함이 따른다.

 

연구에 참여한 강나나 뇌·인지과학전공 박사(왼쪽)와 김혜린 정보통신융합공학전공 박사. - 이규철 제공
연구에 참여한 강나나 뇌·인지과학전공 박사(왼쪽)와 김혜린 정보통신융합공학전공 박사. - 이규철 제공

연구팀이 개발한 ‘MRPrimerW’는 연구자가 원하는 유전자 이름을 입력하면 그 유전자를 찾는 최적의 프라이머를 검색해서 보여주는 일종의 검색엔진이다. 구글처럼 조건에 맞는 프라이머를 가장 정확한 것부터 순서대로 제시해 준다. 특히 목표가 아닌 유전자에 달라붙지 않는, 유효한 프라이머들만 검색 결과로 보여주는 것이 핵심 기술이다. 실제로 프라이머를 만들어서 실험한 결과 기존 기술에 비해 더 정확하게 원하는 프라이머를 찾았다.


데이터 수도 월등하다. 지금까지 연구자들이 손수 찾아내서 기록해 둔 프라이머 데이터베이스보다 489배나 많은 수의 유전자 맞춤형 프라이머를 불과 몇 초만에 찾아낼 수 있다.


MRPrimerW는 서비스를 시작한 지 두 달밖에 안 됐지만 전세계 연구자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져서 벌써 검색 횟수가 4600회를 돌파했다. 구 교수는 “작년에 알고리즘을 개발해서 논문으로 제출했을 때 불과 5시간 만에 저널에서 게재 승인이 났을 정도로 기술을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생물정보학 SW 연구는 미국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 연구 성과를 잘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SW 중에 한국에서 개발한 것이 거의 없는데, 이 SW가 널리 사용되는 주인공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구 교수와 김 교수는 DNA를 넘어 RNA와 단백질 등을 포함하는 생명 현상의 센트럴 도그마(Central Dogma) 관련 프로그램도 완성해 생물학 분야의 주요 데이터 분석 기술을 대체하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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