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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플라스틱의 거대한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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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04일 11:30 프린트하기

지난 주 TV 뉴스를 보다 좀 우울한 사실을 알게 됐다. 스크럽 화장품에 쓰이는 미세플라스틱이 문제인데 국내 화장품 법규에는 이를 규제할 항목이 없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하루인가 이틀이 지난 지난달 29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미세플라스틱의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을 넣은 ‘화장품 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행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업체들은 내년 7월부터 화장품 제조에 미세플라스틱을 원료로 쓸 수 없고 이미 만든 제품도 2018년 7월 이후에는 팔 수 없다.


너무 갑작스럽게 일이 진행된 것 같아 배경이 좀 의아하지만 아무튼 뒤늦게나마 바른 길로 가게 돼 다행이다. 사실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우려는 세계적으로도 최근 수년 사이 부각된 이슈다. 지난 4년 사이 발표된 관련 논문수가 그 이전 40년 동안 발표된 논문수보다도 많다고 한다. 특히 올해 들어 걱정스런 연구결과들이 잇달으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따르면 해양생태계 파괴는 물론 토양이나 담수 오염도 심각하다.

 

치약에 들어있는 폴리에틸렌 미세플라스틱의 현미경 사진. 약 30㎛(마이크로미터) 크기다. 치약의 세정력 향상을 위해 넣어왔지만 국내 주요 업체들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 위키피디아 제공
치약에 들어있는 폴리에틸렌 미세플라스틱의 현미경 사진. 약 30㎛(마이크로미터) 크기다. 치약의 세정력 향상을 위해 넣어왔지만 국내 주요 업체들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 위키피디아 제공

1차 미세플라스틱은 빙산의 일각


먼저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낙관적인’ 오해부터 풀어야 한다. 국내 보도를 보면 화장품이나 생활용품에 미세플라스틱을 못쓰게 하면 이 문제가 해결될 것 같이 보이지만(물론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 이는 인류가 플라스틱을 계속 쓰는 한 해결이 안 되는 문제다. 즉 미세플라스틱 원료가 퇴출돼도 플라스틱이나 합성섬유에서 미세한 조각이 끊임없이 떨어져 나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가 돌아다닐 때 타이어 표면에서 매순간 일어나는 일이다. 즉 미세플라스틱은 두 가지라는 말이다. 태생부터 미세인 경우를 1차 미세플라스틱, 덩어리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을 2차 미세플라스틱이라고 부른다.


학술지 ‘네이처’ 8월 18일자에는 ‘플라스틱 해양’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세계 바다가 플라스틱에 얼마나 오염됐는가를 그래픽 자료에 함께 보여주고 있는데 충격적이다. 2014년 학술지 ‘플로스 원’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오늘날 바다에는 5조 개가 넘는 플라스틱 조각이 떠다니고 있고 이것들의 무게들 다 합치면 25만t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바다 밑바닥에 가라앉아있는 플라스틱은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연구자들은 플라스틱을 크기에 따라 네 부류로 나누었다. 즉 길이가 0.33~1mm인 작은 미세플라스틱(microplastics), 1.01~4.75mm인 큰 미세플라스틱, 4.75~200mm인 중간플라스틱(mesoplastics), 200mm가 넘는 거대플라스틱(macroplastics)이다. 보통 5mm 미만인 경우를 미세플라스틱이라고 하는데 기준이 약간 다르지만 대세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 다만 미세플라스틱도 0.33mm 이상이기 때문에 화장품에 쓰이는 1차 미세플라스틱은 포함돼 있지 않은 자료다.

 

플라스틱을 실로 뽑은 합성섬유로 만든 옷에서 떨어져 나온 섬유 조각도 미세플라스틱이다. 해양에서 수거한 미세플라스틱 섬유. - 위키피디아 제공
플라스틱을 실로 뽑은 합성섬유로 만든 옷에서 떨어져 나온 섬유 조각도 미세플라스틱이다. 해양에서 수거한 미세플라스틱 섬유. - 위키피디아 제공

자료를 보면 중간플라스틱과 거대플라스틱을 더하면 무게로는 전체의 87%를 차지한다. 그런데 숫자로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미세플라스틱이 4조8500여 개로 전체 5조2390여 개의 93%에 가깝다. 눈에 보이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보고 혀를 찬 뒤 돋보기로 물속을 들여다보고 뒤로 넘어질 지경이다. 사실 큰 플라스틱도 수거하지 않는 한 햇빛과 파도에 시달려 부서져 언젠가는 미세플라스틱이 될 운명이다. 플라스틱의 분포를 보면 한반도 주변 바다도 ‘핫 벨트(hot belt)’에 속한다.


필자는 수년 전 반쯤 썩은 바닷새 사체를 보고 플라스틱 쓰레기가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심각한 영향을 실감했다. 즉 내장이 썩어 없어지자 그동안 새가 삼킨 플라스틱 조각들이 드러났는데 그 수가 엄청났다. 도대체 저 많은 걸 몸속에 담고 어떻게 살아왔는지 의아할 정도였다. 실제 북해 해안가에 죽어있는 섬샛과 바닷새를 부검해보면 90%에서 소화기에 플라스틱이 들어있다고 한다.


새들은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해 먹는다고 하지만 미세플라스틱의 경우 해양동물들이 있는 줄도 모르고 섭취할 수 있다. 또 아가미로 호흡하는 과정에서 부유하는 미세플라스틱이 딸려오기도 한다. 그리고 최근 연구에 따르면 작은 물고기는 미세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해 능동적으로 찾아 먹는 것으로 보인다.

 

플라스틱 쓰레기의 분포를 보여주는 해양 지도. 왼쪽부터 작은 미세플라스틱, 큰 미세플라스틱, 중간플라스틱, 거대플라스틱이다. 개수를 나타내는 지도로 미세플라스틱이 대부분이고 해류의 영향으로 북반구와 남반구의 중위도 지역에 집중돼 있다. 아래 파란색 점 하나는 100억 개를 뜻한다. 맨 아래 노란색 숫자는 1000t 단위다. - 네이처 제공
플라스틱 쓰레기의 분포를 보여주는 해양 지도. 왼쪽부터 작은 미세플라스틱, 큰 미세플라스틱, 중간플라스틱, 거대플라스틱이다. 개수를 나타내는 지도로 미세플라스틱이 대부분이고 해류의 영향으로 북반구와 남반구의 중위도 지역에 집중돼 있다. 아래 파란색 점 하나는 100억 개를 뜻한다. 맨 아래 노란색 숫자는 1000t 단위다. - 네이처 제공

이미 영향 주는 걸로 보여


학술지 ‘사이언스’ 6월 3일자에는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실제 바다에서 존재하는 수준일 때 물고기의 생태에 미치는 영향을 밝힌 논문이 실렸다. 지금까지 미세플라스틱의 유해성을 밝힌 논문이 여럿 나왔지만 실제보다 훨씬 높은 농도였기 때문에 유효성에 의문이 제기돼 왔다.


스웨덴 웁살라대 연구자들은 지름 90㎛(마이크로미터), 즉 0.09mm로 맨눈으로는 잘 안 보이는 크기인 폴리스티렌 입자를 물에 푼 뒤 농어류인 유럽퍼치(European perch)의 알과 치어의 생태변화를 관찰했다. 연구자들은 스웨덴 연안의 미세플라스틱 농도 데이터를 토대로 리터당 10개를 평균값으로 정했다. 이와 함께 입자가 없는 대조군과 고농도인 리터당 80개 조건에서도 함께 실험했다.


먼저 알의 부화율은 대조군이 96%인 반면 미세플라스틱 평균농도 그룹은 89%, 고농도 그룹은 81%였다. 물고기의 삶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미세플라스틱의 영향을 받는다는 말이다. 한편 치어의 활동성도 영향을 받았다. 즉 미세플라스틱의 농도가 높을수록 전체 이동거리가 짧았고 움직이지 않고 있는 시간의 비율도 높았다.

 

바닷새들은 해안가에 밀려 올라온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해 먹는 경우가 많다. 해안가에 죽어있는 알바트로스에서 나온 플라스틱이다. - IBRRC 제공
바닷새들은 해안가에 밀려 올라온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해 먹는 경우가 많다. 해안가에 죽어있는 알바트로스에서 나온 플라스틱이다. - IBRRC 제공

그러다보니 천척에게도 취약해졌다. 연구자들은 2주차 치어 45~47마리가 있는 어항에 어린 강꼬치고기를 넣은 뒤 시간에 따른 치어의 생존율을 조사했다. 그 결과 24시간이 지난 뒤 대조군은 여전히 46%가 남아있는 반면 평균농도 그룹은 34%에 그쳤다. 고농도 그룹은 한 마리도 살아남지 못했다. 사실 이 그룹은 14시간 뒤 단 한 마리가 살아남았고 16시간 뒤에는 이미 강꼬치고기만 있었다.


알탕을 먹어봤으면 알 수 있겠지만 물고기들은 대체로 알을 많이 낳아 대다수가 치어 때 잡아먹히더라도 소수가 번식기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그런데 고농도 그룹의 치어처럼 무력하게 잡아먹힌다면 알을 아무리 많이 낳아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


미세플라스틱은 치어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부화하고 2주차인 치어의 몸길이는 대조군이 평균 9.17mm인 반면 평균농도 그룹은 8.89mm, 고농도 그룹은 8.35mm에 그쳤다. 치어의 위를 조사한 결과 평균농도 그룹의 위에는 먹이로 준 동물플랑크톤(소형 갑각류)과 함께 미세플라스틱이 평균 1.4개 있었지만 고농도 그룹에는 플랑크톤은 없고 미세플라스틱만 평균 7.15개 들어있었다. 연구자들은 이에 대해 치어가 진짜 먹이보다 미세플라스틱을 더 선호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부화 2주차인 유럽퍼치 치어의 모습으로 맨 위는 미세플라스틱이 없는 대조군이다. 스웨덴 연안의 미세플라스틱 농도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이 하나 보이지만(중간), 8배 높은 고농도 조건에서는 10여개가 보인다(아래). 연구자들은 물고기가 진짜 먹이인 동물플랑크톤보다 미세플라스틱을 더 선호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 사이언스 제공
부화 2주차인 유럽퍼치 치어의 모습으로 맨 위는 미세플라스틱이 없는 대조군이다. 스웨덴 연안의 미세플라스틱 농도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이 하나 보이지만(중간), 8배 높은 고농도 조건에서는 10여개가 보인다(아래). 연구자들은 물고기가 진짜 먹이인 동물플랑크톤보다 미세플라스틱을 더 선호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 사이언스 제공

결국 이 연구결과는 지금 수준의 미세플라스틱으로도 물고기의 생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상황이 더 악화돼 농도가 높아진다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오늘날 세계의 연간 플라스틱 생산량은 3억t에 이르고 매년 2000만t씩 늘고 있다고 한다. 플라스틱 생산량의 관점에서 한 줌도 안 되는, 화장품이나 치약에 들어가는 ‘미세플라스틱 완제품(microbead)’을 못쓰게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물론 할 수 있는 것부터 해야 하므로 이번 사용금지조치는 시급한 결정이다.


지구의 생태와 환경을 살리기 위한 방안은 다들 인간의 활동과 수요를 줄여야 실효가 있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이산화탄소 감소, 지속가능한 식단을 위한 육식 감소, 그리고 미세플라스틱 피해를 줄이기 위한 플라스틱 생산 감소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모두 증가추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필자를 포함해 사람들 대다수는 파국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지구를 살리자는 ‘추상적인’ 명분을 위해 삶의 편리와 쾌락이라는 ‘구체적인’ 실리를 포기할 준비가 돼 있지 않는 듯하다. 

 

 

※ 필자소개
강석기. 서울대 화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지내고 있다. 지은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4권, 2012~2015),『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나』(2014)가 있고, 옮긴 책으로 『반물질』(2013), 『가슴이야기』(2014)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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