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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가방’을 직접 싸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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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06일 20:00 프린트하기

GIB 제공
GIB 제공

 

경주에 여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뉴스와 언론은 잠잠해졌지만, 경주에 살고 있는 지인의 제보에 따르면 여전히 지진이 하루 일과처럼 반복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 기사를 쓰기 2시간 여 전인 10월 4일 오후 3시 16분 44초에도 규모 2.6 지진이 발생했다고  기상청은 발표했습니다.

 

2016년 10월 4일 화요일, 오후 3시 16분 44초에도 규모 2.6 지진이 발생했다. - 기상청 제공
2016년 10월 4일 화요일, 오후 3시 16분 44초에도 규모 2.6 지진이 발생했다. - 기상청 제공

이제 지진은 남의 나라 일이 아닙니다. 어쩌면 생존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린 자녀가 있다면 더욱 심각한 문제이지요. 나 하나 쯤이야 생수 한 병과 정신력만으로도 구조를 기다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재난 상황에서 아이를 돌보는 일은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일본 직구 사이트에서 판매 중인
일본 직구 사이트에서 판매 중인 '어린이 재난 가방' 모습 - 일본 직구 사이트 qoo10.com 화면 캡쳐

 

 

 

 

 

 

 

 

● 일본 직구, 5만 원짜리 재난 가방 구매! 

 

그래서 검색해 보았습니다. 가장 먼저 재난 대비, 특히 지진에 대한 대비가 철저한 일본 사이트에서 어린이 지진 가방’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가격은 최저 5만 원부터 구성품과 가방의 소재, 모양에 따라 20만 원까지 다양했습니다. 그 중에서 비교를 위해 일본에서 인기있는 캐릭터 가방에, 재난 용품 6 종이 들어있는 5만 원 상당의 제품을 구매했습니다. 배송은 약 1주일 정도 걸렸습니다.

  

일본에서 직구한 어린이 지진 가방세트의 구성품과 가방의 모습 - 오가희 제공
일본에서 직구한 어린이 지진 가방세트의 구성품과 가방의 모습 - 오가희 제공

이런 재난 가방이 비싼 이유 중 하나는 가방의 소재’라고 생각했는데, 해당 제품은 소재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보통 어른용 가방은 방염, 방수가 기본인데 이 가방은 캐릭터가 기본입니다.

 

제품 상세 소개에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보들보들한 천 가방이라고 써 있는 걸 보니, 아마 이 가방을 메고 책상 밑에 숨어있다가 자칫하면 내용물이 밖으로 다 튀어 나올 지도 모릅니다. 가벼운 충격에도 쉽게 찢어질 것 같습니다. 

 

가방이 뭐 대수겠습니까. 구성품이 알차면, 돈이 아깝지 않지요. 그런데 5만 원짜리 가방에는 면장갑, 휴대용 손전등, 호루라기, 휴대용 화장실(1회 분), 보온 시트(알루미늄 비닐 소재), 면봉, 솜, 휴대용 반창고가 들어있었습니다. 아무리봐도 본전’이 생각나는 구성입니다.

 

● 전격 비교, 5만 원으로 국내 마트에서 재난 용품 사기!

 

허탈한 웃음을 뒤로하고, 같은 예산으로 국내 마트용 지진 가방을 꾸려보기로 했습니다. 이 지진 가방은 예비용이고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는 것이 목적이라서 같은 품목이라면 최저가를 선택했습니다. 

 

물론 품질이 보장되진 않지만, 당장 구조를 기다리는 며칠은 견딜 수 있을 정도의 제품을 골랐습니다. 구성품은 20만 원이 훌쩍 넘는 어른용 지진 가방 구성을 참고했습니다. 어린이용 방염 가방은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이 없어 각자 집에 가지고 있는 가방을 사용하는 것으로 가정했습니다.

 

5만 원 예산으로 국내 마트에서 지진 가방 구성품을 직접 구매해 보았습니다. - 염지현 제공
5만 원 예산으로 국내 마트에서 지진 가방 구성품을 직접 구매해 보았습니다. - 염지현 제공

그러자 5만 원 예산으로 위생패드, 일회용 마스크, 미니 구급함, 휴대용 손전등, 물티슈, 비데용 티슈, 슬리퍼, 티슈, 300ml 생수 3병, 호루라기, 귀마개, 에어쿠션(휴대용 베개), 장갑, 휴대용 칫솔치약세트, 안대, 압박붕대, 돗자리, 우비, 유성펜, 스포츠 타월, 양말, 비상 간식 초코바까지 모두 22 종류의 구성품을 갖출 수 있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5만 원 이하의 예산으로 각자 상황에 맞는 지진 가방을 준비할 수 있다.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마음만 먹으면 5만 원 이하의 예산으로 각자 상황에 맞는 지진 가방을 준비할 수 있다.  -  염지현 제공

물론, 우리나라에선 쉽게 구할 수 없는 제품을 임의로 대체한 것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휴대용 화장실은 위생패드와 비데용 티슈로 대체했습니다.

 

>> 비교 영상 바로 보기 클릭!

 

 

어린이 지진 가방은 엄마가 챙겨주지만, 어린이가 직접 멜 수 있도록 부피가 작고 가벼운 것이 또 포인트입니다. 5만 원 정도를 투자하니, 아이 가방만으로도 엄마 한 사람까지는 충분히 며칠은 버틸 수 있도록 가방이 꾸려졌네요.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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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가방 쌀 때는 세 가지만 기억하라! 체온 유지, 구조 요청, 식량 확보

 

지진 가방처럼 재난을 예비하는 비상 가방을 쌀 때에는 이밖에도 기본적으로 챙겨야 할 품목들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체온 유지를 위한 담요나 모포, 수건 등 입니다. 일본에서 직구한 어린이 재난 가방은 품목이 매우 적었지만, 그 와중에도 보온을 위한 보온 시트가 포함 돼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선 아직 시중에 판매되고 있지 않네요.

 

일반 담요는 부피가 크므로 얇지만 체온을 유지해 주는 기능성 담요라던지 긴박한 상황에선 신문지라도 챙겨야 합니다. 아이의 외투를 챙기는 것도 한 방법이고요.

 

또, 휴대용 손전등이나 호루라기는 아이의 몸에 지닐 수 있도록 지도해 주세요. 혹시 부모와 떨어지게 돼도 구조 요청을 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식량 확보는 자녀의 나이에 따라 구성품이 꽤 달라집니다. 만약 영유아 자녀가 있다면 분유와 이유식을 챙겨야 하고, 아이가 7세 미만이라면 다양한 먹거리가 더 추가되어야 겠지요. 아무래도 초등학교 고학년은 돼야 일어난 상황을 이해하고, 몇 날 며칠을 부모의 통제에 따라 초코바와 생수만으로 버텨 줄 수 있겠지요.

 

같은 맥락에서 최근에는 온라인으로 전투식량이나 유통기한이 5년 이상인 간편식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하네요. 우리 가족, 내 아이의 안전을 위해 잠시 시간과 일부 예산을 투자해 보는 건 어떨까요? 다행히 구성품이 지진이 나야만 쓸 수 있는 제품들은 아니니, 생존을 위해 나의 지진 가방 리스트를 떠올려 보는 것도 좋겠네요!  

 


염지현 기자

ginn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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