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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한국 예능포맷 표절 시비..그 원인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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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21일 16:00 프린트하기

SBS 심폐소생송 표절 시비 사례


SBS가 2015년 방송한 <심폐소생송>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유명 가수들의 앨범 중 타이틀 곡으로 선정되지 못해 그냥 묻혀버릴 수 있었던 명곡들을 발굴하여 이를 시청자들과 함께 감상하는 컨셉의 프로그램이다.


중국 장수성(江苏省)에 위치한 위성방송사인 장수위성TV(江苏卫视)는 올 해 <명곡이었구나-단오, 명곡을 건지다 (중국명 : 端午金曲捞)>라는 이름의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 방송했다.


<단오, 명곡을 건지다>의 컨셉은 SBS <심폐소생송>과 거의 같다. 프로그램 전체를 이끌어 가는 진행 방식과 규칙 또한 매우 유사하다. 4명의 심폐소생사(노래 깨우는 자)가 나와서 노래의 1절을 부르고, 현장 관객의 투표로 ‘노래 깨우기’ 여부를 결정한다. 일정 득표 이상을 획득하면 원곡자가 등장해 남은 노래를 부르는 형식이다.

 

<단오 명곡을 건지다>는 이같은 컨셉을 구현하는 무대 세팅 방법도 <심폐소생송>과 거의 비슷해, 모방의 정도가 지나치다는 비판 여론이 일었다. 급기야 한 중국 네티즌이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심폐소생송>과 <단오, 명곡을 건지다> 사이의 유사한 방송 포맷을 비교하여 만든 동영상을 올렸고, 이 영상은 1억 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SBS 제공
SBS 제공

 

단오, 명곡을 건지다 - 바이두 제공
단오, 명곡을 건지다 - 바이두 제공

이같은 해프닝이 일어나기 전 장수위성TV는 <심폐소생송> 포맷의 수입 의향이 있었고, 이 프로그램의 저작권자이자 기획제작사인 한국의 ‘코엔미디어’와의 사이에 프로그램 포맷에 대한 라이선싱 및 제작협력 협상을 하였다. 그런데 협상이 결렬된 이후 한국측과의 협의 없이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제작, 방영한 것이다.


중국 수출 예능 프로그램 표절 시비 현황 


예능 프로그램 포맷에 대한 표절 시비가 세간에 화제가 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예능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각종 문화콘텐츠에 있어서 표절 시비는 늘 있어왔다. 우리 나라 프로그램들도 상당 기간 유럽, 미국, 일본의 방송 프로그램들을 연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기획, 제작해 왔기 때문에 이런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노골적인 예능 프로그램 베끼기는 도가 지나친 감이 있다. 최근 3년간 중국에 수출된 예능 포맷이 23개 정도인데, 표절 의혹이 일고 있는 프로그램이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11개 정도 되니 말이다.

 

 

방송 프로그램 포맷에 대한 법적 보호 현황


이렇게 방송 포맷 표절 시비가 뜨겁지만, 방송 포맷을 어떻게 권리화하여 법적 보호를 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세계적으로도 정리가 안되어 있는 형편이다.

 

프로그램 포맷은 통상적으로는 기존 프로그램을 다른 방송 제작자가 새로 만들 때 이용할 수 있는 기존 프로그램의 ‘구성방식’ 또는 ‘서식’이라고 업계에서 이해하고 있다. 방송계의 언어로 말하자면 프로그램 제작의 주요 요소를 설명한 방송 바이블, 본래 제작사에서 포맷 수입사에 파견되어 제작 과정을 자문하는 플라잉 프로듀서 , 홍보와 광고 방법 등 보다 자세한 내용이 퐇마된 비즈니스 키트 등이 포함된 개념이라고 이해되고 있다.  


저작권은 사람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한 저작물을 그 보호대상으로 하고 있고, 구체적인 표현물 정도에 이르지 않은 ‘사상’ 또는 ‘아이디어’의 경우 보호범위에서 제외된다. 1980년 이후부터 등장한 ‘방송 포맷’의 경우 어문저작물로 보호받는 각본이나 영상저작물로 보호받는 영상물 자체와 달리 저작물로 보호받기 어렵다는 견해가 각 나라에서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2000년대 이후로 방송 포맷의 경제적 가치가 증가하고, 관련 분쟁이 증가하면서 포맷 또한 경우에 따라서는 적극적으로 저작물의 일종으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가 등장했다. 영업비밀침해나 저명 상품을 불공정한 방법으로 사용하여 대중을 오인하게 한 것으로 이론을 구성해 부정경쟁방지법(중국에서는 반부정당경쟁법)으로 다루자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이와 같이 포맷에 대한 법적 권리 보호 방법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분쟁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다 보니, 업계에서는 포맷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당사자들의 이해관계 분쟁을 조정하기 위해 포맷 인증 및 보호 협회(FRAPA Format Recognition and Protection Association www.frapa.org  )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방송 제작 관련 100여개 이상의 조직으로 구성된 비영리단체로서 업계 스스로 포맷 분쟁에 대한 자정 노력을 기울이기 위해 만든 분쟁해결기구이다.

 

이 기구의 중재에 의한 문제해결 비율은 80% 정도다. 이와 같은 대체형 분쟁해결기구의 경우 중재 결정의 강제성은 없다. 하지만 방송 업계 전문가들이 주축이 되어 포맷 비즈니스의 올바른 방향을 염두하고 내리는 결정이기 때문에, 잘 운영되어 업계의 신뢰를 얻으면 법원을 통한 분쟁해결보다 효율적, 실효적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FRAPA 홈페이지(www.frapa.org) 제공
FRAPA 홈페이지(www.frapa.org) 제공

어찌 되었든 현재 진행형인 중국발 한국 포맷 표절 시비는 해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 국내에서도 지방 위성방송 사이의 포맷 분쟁이 심심치 않게 등장할 정도로 아직까지는 창작자의 권리 보호에 대한 업계의 인식이 높지 않다. 

 

이와 더불어 중국 방송 규제 정책의 변화도 포맷 표절 논란을 부추길 전망이다. 방송업계를 관리 감독하는 중국의 정부부서인 광전총국(广电总局)은 최근 방송사들의 해외 포맷 수입을 제한하는 내용의 통지를 내렸다. 각 위성종합채널이 새로 수입하는 예능 프로그램 개수를 매년 1편으로 제한하고, 새로 수입된 해외 포맷 프로그램은 황금시간대인 밤 7:30-22:30 시간대에 방영할 수 없으며, 황금시간대에 방영될 수 있는 해외 포맷 프로그램 수는 모든 방송사를 통틀어 2편으로 제한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한다. 

 

이에 따라 그간 한중 공동제작 등의 방식을 취하면서 중국 국내산 프로그램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길도 차단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같은 상황에서는 해외 예능 프로그램 수입이나 공동 제작의 길이 좁아져, 중국 내 제작사 및 방송사들의 해외 포맷 베끼기의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앞서 언급한 장수위성TV의 포맷 도용 의혹의 피해 당사자인 <심폐소생송> 제작사 코엔미디어 측은 부당 행위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중국 광전총국 등에 항의 서한을 보내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지만, 한중 정부의 대응은 아직 미온적인 것 같다.


포맷 창작자의 창작적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 및 시장 내 포맷 비즈니스의 올바른 문화 형성을 위해 정부와 방송 업계의 노력이 필요하다. 학계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조속히 포맷의 법적 권리를 인정 받기 위한 논의를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 편집자주

‘중국’이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인구’ ‘음식’ ‘짝퉁’ 등이 떠오를 겁니다. 중국산 제품을 단순히 복제품, 모방품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로 중국에서 생산되는 제품과 서비스 모방성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고 있습니다. 동아사이언스에서는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지적재산권, 중국 법률 등을 자문하는 최영휘 변호사와 함께 중국 모방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필자소개

최영휘 변호사. 법무법인 소명의 변호사로서 2008년부터 근무 중이며, 2012년부터 중국과 한국을 오가면서 한국기업 및 중국기업의 법률자문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북경어언대 중국어연수 및 길림대법과대학원에서 중국법 연수를 이수하였다. 소프트웨어산업협회의 중국SW인증제도 자문을 비롯 다수 한국의 SW기업, 콘텐츠 기업, 프랜차이즈 기업의 중국진출 협력 사업에 필요한 계약 자문, 중국상표출원 등 지적재산권 자문, M&A 자문을 진행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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