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바로가기본문바로가기

동아사이언스

아세요? 사탕수수가 벼보다 광합성 효율이 높다는 사실을...

통합검색

아세요? 사탕수수가 벼보다 광합성 효율이 높다는 사실을...

2016.10.18 10:00

매년 시월 노벨상 수상 시즌은 ‘생리의학상’ 수상자 발표로 시작된다. 그런데 고교 교과과정은 물론 대학 학과를 봐도 물리학상 화학상과 어울리는 건 ‘생물학상’이 아닐까. 알프레드 노벨이 ‘실사구시(實事求是)’형이어서 생물학은 인류의 삶에 도움을 주기에는 너무 동떨어진 학문이라고 생각한 결과일까. 아니면 19세기에는 생물학의 위상이 낮았기 때문일까.


아무튼 이름이야 어찌되었건 생리의학상은 의학이 강조된 생물학상이라고 봐도 별 무리는 없다. 다만 예외가 있는데 바로 식물학 분야다. 아무리 위대한 발견이라도 식물에 고유한 현상이라면 노벨 생리의학상 대상이 되지 못한다. 옥수수를 연구한 식물유전학자 바바라 맥클린톡이 1983년 생리의학상을 받기는 했는데, 맥클린톡이 발견한 ‘전이성 인자’는 사람을 포함한 진핵생물에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다고 식물학 연구로 노벨상을 받은 사람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식물의 가장 중요한 특징인 광합성을 연구한 사람들은 세 차례나 노벨상을 받았다. 다만 모두 화학상이다. 즉 독일의 리하르트 빌슈테터는 엽록소를 분리하고 정제해 그 특성을 규명한 공로로 1915년 상을 받았고, 미국의 멜빈 캘빈은 광합성 메커니즘을 밝혀 1961년 수상했다. 1988년에는 독일의 요한 다이젠호퍼와 로베르트 후버, 하르트무트 미헬이 광합성반응센터라는 단백질복합체의 3차원 구조를 규명한 공로로 상을 받았다. 최근 광합성이 생화학적 과정이 아니라 양자물리학적 현상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어쩌면 광합성 연구로 노벨 물리학상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광합성은 이산화탄소를 고정하는 방식에 따라 C3 광합성과 C4 광합성 두 가지가 있다. 둘 가운데 원조인 C3 광합성은 여전히 벼를 비롯해 식물종의 95%가 채택하고 있다(위). 기후변화로 약 3000만 년 전 등장한 C4 광합성은 별도의 세포에서 이산화탄소를 고정해 효율을 높였다. 그 결과 사탕수수 등 식물종의 5%만이 C4 광합성을 하지만 이산화탄소 고정량은 30%에 이른다(아래). - 사이언스 제공
광합성은 이산화탄소를 고정하는 방식에 따라 C3 광합성과 C4 광합성 두 가지가 있다. 둘 가운데 원조인 C3 광합성은 여전히 벼를 비롯해 식물종의 95%가 채택하고 있다(위). 기후변화로 약 3000만 년 전 등장한 C4 광합성은 별도의 세포에서 이산화탄소를 고정해 효율을 높였다. 그 결과 사탕수수 등 식물종의 5%만이 C4 광합성을 하지만 이산화탄소 고정량은 30%에 이른다(아래). - 사이언스 제공

노벨상은 못받았지만...


그런데 광합성과 관련해 정말 놀라운 연구결과를 내놓고도 노벨상을 못 받은 과학자가 둘 있다. 지금은 은퇴한 할 해치(Hal Hatch)와 로저 슬랙(Roger Slack)이 그들이다. 두 사람은 1966년 학술지 ‘생화학 저널’ 10월호에 사탕수수 잎에서 관찰된 특이한 광합성 현상을 보고했다. 훗날 ‘C4 광합성(C4 photosynthesis)’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광합성 메커니즘이었다. 올해는 C4 광합성 발견 50주년이 되는 해다.


식물학에 관심이 많지 않은 사람은 C4 광합성이라는 용어를 들어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 사실 두 사람의 논문이 발표됐을 당시만 해도 이 현상의 심오한 측면을 간파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그 뒤 C4 광합성에 대한 연구가 하나둘 더해지면서 오늘날에는 식물학뿐 아니라 고생물학, 고기후학 등 지구의 역사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줄뿐 아니라 2050년 지구촌 90억 식구 시대를 맞아 먹을거리를 확보하는데도 결정적인 기여를 할 전망이다.


1966년 C4 광합성 연구를 이해하려면 먼저 광합성 메커니즘을 밝힌 멜빈 캘빈의 연구방법론을 알아야한다. 시아노박테리아와 녹조류, 식물이 도대체 어떻게 빛의 도움을 받아 이산화탄소와 물로 포도당을 만드는지 궁금했던 캘빈은 1950년대 녹조류를 대상으로 ‘방사성원소표지법’이라는 기발한 방법을 써서 그 과정을 추적했다. 즉 동위원소인 탄소14로 만든 이산화탄소(14CO2)를 공급해 탄소14가 포함된 분자를 하나둘 확인했다. 그 결과 나온 게 그 유명한 ‘캘빈 회로(Calvin's cycle)’다.


캘빈 회로를 간단히 설명하면 세포 안으로 들어간 이산화탄소가 리불로오스-1,5-이인산이라는 탄소 5개짜리 분자와 결합해 3-포스포글리세르산이라는 탄소 3개짜리 분자 두 개로 바뀐다. 즉 탄소만 보면 ‘1+5→3+3’인 셈이다. 그 뒤 복잡한 과정을 거쳐 탄소 6개짜리인 포도당이 만들어진다. 이처럼 이산화탄소가 처음 결합해 만들어지는 분자(3-포스포글리세르산)가 탄소 3개로 이뤄져있기 때문에 이를 ‘C3 광합성’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 반응을 촉매하는 효소가 루비스코(Rubisco)로 지구에서 가장 많이 존재하는 단백질이다.


그 뒤 여러 과학자들이 다양한 식물을 대상으로 같은 방법을 써서 광합성 메커니즘을 조사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몇몇 과학자들은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다. 1950년대 말 미국 하와이당재배자협회실험실 소속 연구자들은 사탕수수의 광합성 과정에서 말레이트(malate) 같은 탄소가 4개인 분자들이 탄소14로 표지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이 결과는 내부 보고서에만 수록됐다. 실험 과정 중의 오염이나 부수적인 반응 등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연구자들은 1965년이 돼서야 학술지 ‘식물생리학’에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술자리에서 의기투합


같은 해 호주 호바트에서 열린 호주생화학회컨퍼런스에 참석한 콜로니얼제당주식회사의 연구원 할 해치와 로저 슬랙은 회의장을 나와 맥주를 마시며 잡답을 나누다 하와이 연구자들의 논문을 화제에 올렸고 그 결과를 제대로 규명해보기로 했다. 이들은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다 ‘펄스추적방사성동위원소표지법’이라는 기발한 방법을 떠올렸다. 즉 사탕수수 잎에 탄소14인 이산화탄소를 1분 정도로 짧게 노출시킨 뒤 잎을 갈아 분석하면 이산화탄소가 처음 결합한 분자가 정말 탄소 4개짜리인지 알 수 있다고 가정했다. 그리고 실험한 결과 정말 그랬고 이를 발표한 게 1966년 논문이다.


그 뒤 C4 광합성 연구가 이어지면서 흥미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즉 C4 광합성을 하는 식물은 잎의 내부 구조가 달랐다. 즉 C3 광합성을 하는 식물은 엽육세포 안에서 이산화탄소를 고정해 탄소 3개짜리 분자를 만들어 바로 캘빈 회로가 돌아간다. 반면 C4 광합성을 하는 식물은 엽육세포 안에서 이산화탄소를 고정해 탄소 4개짜리 분자를 만든 뒤 이 분자를 인접한 유관속초세포로 넘긴다. 여기서 분자가 분해돼 다시 이산화탄소가 나온 뒤 C3 광합성의 과정이 시작된다. 그런데 이렇게 번거로운 C4 광합성이 왜 존재할까.

 

세계의 식물 분포. 풀(초본) 가운데 C3 식물은 노란색, C4 식물은 오렌지색이다. 녹색은 숲(목본). 빨간색은 농경지다. 덥고 건조한 지역에서 C4 식물이 우세함을 알 수 있다. 아래는 C3 식물과 C4 식물이 선호하는 환경을 그래프로 나타낸 것으로, 오늘날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인 400ppm의 경우 30도가 넘으면 C4 식물이 20도 밑에서는 C3 식물이 확실히 유리함을 알 수 있다. - 사이언스 제공
세계의 식물 분포. 풀(초본) 가운데 C3 식물은 노란색, C4 식물은 오렌지색이다. 녹색은 숲(목본). 빨간색은 농경지다. 덥고 건조한 지역에서 C4 식물이 우세함을 알 수 있다. 아래는 C3 식물과 C4 식물이 선호하는 환경을 그래프로 나타낸 것으로, 오늘날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인 400ppm의 경우 30도가 넘으면 C4 식물이 20도 밑에서는 C3 식물이 확실히 유리함을 알 수 있다. - 사이언스 제공

기후변화가 진화 이끌어


이런 의문에 답을 하는 과정에서 과학자들은 지구의 대기조성과 기후변화가 식물의 진화에 미치는 영향을 알게 됐다. 즉 대략 30억 년 전 미생물이 광합성을 하기 시작했을 때 대기는 이산화탄소가 많았고 산소는 별로 없었다. 따라서 이산화탄소를 붙잡는 루비스코 단백질은 구조가 정교할 필요가 없었고 따라서 산소도 붙잡게 됐다. 그런데 대기 중의 산소가 늘어나고 이산화탄소가 줄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즉 이산화탄소 대신 산소를 붙잡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광합성 효율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후가 건조해지면 수분의 증발을 막기 위해 기공을 닫아야 해 세포내 이산화탄소 농도가 더 낮아진다.


이런 기후변화는 신생대, 특히 대략 3000만 년 전인 올리고세에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이 무렵 C4 광합성을 하는 식물이 등장했다. 즉 이산화탄소를 붙잡는 세포와 캘빈 회로가 돌아가는 세포를 분리함으로써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감소와 대기 건조라는 광합성에 불리한 조건을 극복하게 진화한 것이다. 그리고 숲이 광범위하게 사바나(초원)로 바뀌는 1000만~600만 년 전 C4 식물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침팬지와 공통조상에서 인류가 진화를 시작한 시점과 비슷하다. C3 식물이 유인원들이라면 C4 식물은 사람인 셈이다.


놀랍게도 이렇게 C4 광합성을 ‘발명’한 식물은 무려 61가지 계열에 이른다. 즉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수십 차례나 서로 독립적인 ‘수렴진화’가 일어났다는 말이다. 오늘날 C4 광합성을 하는 식물은 전체 식물 종수의 5%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광합성으로 고정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30%에 이른다.


C3 식물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농도가 높고 기공을 열어도 수분 손실이 적은 저온에서 경쟁력이 있고 C4 식물은 그 반대다. 산업혁명 이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280ppm에서 150여년 만인 지난해 400ppm을 돌파했다) 신생대 초기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아무튼 지역에 따라 이산화탄소 농도는 별 차이가 없으므로 기온과 습도가 두 식물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실제 두 식물의 분포를 보면 저위도에서 C4 식물이 우세하고 중위도, 고위도에서 C3 식물이 우세하다.

 

1966년 당시 호주 콜로니얼제당주식회사의 연구원 할 해치와 로저 슬랙은 학술지 ‘생화학 저널’에 C4 광합성의 존재를 명쾌히 규명한 논문을 발표했다. 두 사람은 50년이 지난 올해 4월 호주 캔버라에서 열린 C4 광합성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할 해치, 맨 오른쪽이 로저 슬랙이다. - C4 광합성 컨퍼런스 제공
1966년 당시 호주 콜로니얼제당주식회사의 연구원 할 해치와 로저 슬랙은 학술지 ‘생화학 저널’에 C4 광합성의 존재를 명쾌히 규명한 논문을 발표했다. 두 사람은 50년이 지난 올해 4월 호주 캔버라에서 열린 C4 광합성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할 해치, 맨 오른쪽이 로저 슬랙이다. - C4 광합성 컨퍼런스 제공

벼의 변신 가능할까?


열대식물이라고 다 C4 식물인 건 아니다. 대표적인 예가 벼로 여전히 C3 광합성을 하고 있다. 그런데 소위 ‘잡초’는 대부분 C4 식물이기 때문에 벼보다 광합성의 효율이 높다. 특히 가뭄이 심할 때 더 그렇다. 그렇다면 벼를 C4 식물로 바꿀 수 있을까. 물론 지구가 더 건조해지고 수백만 년 수천만 년 세월이 흐르다보면 벼가 C4 식물로 진화할 수도 있겠지만 불과 한 세대 뒤 인류를 먹여 살려야 하는 절박한 현실에서 영원과 같은 시간이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벼를 C4 식물로 만들려고 한다. 필리핀 로스바뇨스에 있는 국제미작연구소(IRRI)에서는 수년 전부터  ‘C4 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아직은 성공하지 못했다. 물론 C4 광합성 메커니즘은 자세히 규명됐기 때문에(이에 따르면 20개가 넘는 유전자를 도입해야 한다) 최근 급속히 발달한 게놈편집기술을 적용할 경우 머지않아 C4 벼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 경우 수확량이 50%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될 뿐 아니라 가뭄에 저항력이 높아져 재배가능지역도 넓어질 것이다.


지난 4월 호주 캔버라에서 열린 ‘C4 광합성 컨퍼런스: 과거와 현재, 미래’에는 1966년 논문의 저자인 해치와 슬랙도 참석해 했다고 한다. 80대에 접어든 두 사람은 후배들의 발표를 열정적으로 경청하며 그 순간을 마음껏 즐겼다고 한다.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원로과학자가 우리나라에도 많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 필자소개
강석기. 서울대 화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지내고 있다. 지은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4권, 2012~2015),『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나』(2014)가 있고, 옮긴 책으로 『반물질』(2013), 『가슴이야기』(2014)가 있다.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17 + 7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