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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감정 재평가하기 vs 억누르기, 무엇이 효과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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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감정 재평가하기 vs 억누르기, 무엇이 효과적?

2016.10.18 16:30

누구나 한 번쯤 스트레스가 많고 감정이 오락가락 한 날, 화가 폭발할 것 같은 날들이 있다. 하지만 사회인으로서 살아가기로 한 이상 아무때나 폭발해버리는 것은 적응적이지 못한 결과를 낳곤 한다. 이럴때 어떻게 하면 감정을 추스르고 스트레스도 날려버릴 수 있을까?

 

GIB 제공
GIB 제공

Gross 등의 학자들은 실제로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방법을 통해 정서를 조절하며 살아가는지에 대해 살펴보았다. 우선 연구자들은 91명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지난 한 주간 어떤 감정상태를 바꿔야 했던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이야기 해달라며 인터뷰를 했다(Gross et al., 2006).


인터뷰 예시로는 “며칠 전 발을 잘못 디뎌서 옷을 입은채로 풀장에 빠져버렸는데 너무 짜증이 났다. 하지만 곧 진정하기로 하고 뭐 이런 웃긴 일이 다 있나 와하하 하고 웃어넘기기로 했다. 화와 짜증을 웃음으로 넘긴 덕분에 그 날 하루를 괜찮게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또는, “친구랑 같이 시험을 봤는데 훨씬 열심히 공부한 친구는 성적이 나빴고 나는 의외로 좋은 성적을 받았다. 하지만 친구 앞에서 기쁜척 하기가 미안해서 별로 기쁘지 않은 척, 의례 짓는 ‘시험 후 실망한 표정’을 만들어 보였다”같은 것들이 있었다.


인터뷰 외에 설문과 실험을 통해 조사한 결과 크게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 1) 사람들은 흔히 긍정적인 정서보다 부정적 정서(화, 슬픔, 불안) 등을 조절하려고 노력한다. 2) 감정 조절 전략에는 크게 재평가하기(reappraisal)와 억누르기(suppression)의 두 가지가 나타났다. 3) 사람들은 혼자 있을 때보다 타인이 함께 있는 상황에서, 친구나 가족 등 친밀한 관계의 사람들보다 낯선 사람과 함께 있는 상황에서 더 감정을 잘 조절하려고 노력한다.


연구자들은 감정 조절 전략을 모락모락 피어나는 감정에 조절이 치고 들어오는 타이밍에 따라 두 가지(재평가 VS. 억누르기)로 나누었다. 이들에 의하면 감정은 하나의 완성된 덩어리가 불쑥 생기는 것이라기보다 점차적인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주관적 경험이다. 따라서 감정이 형성되기 시작하는 단계에서부터 이미 형성이 끝난 후까지 그 단계에 따라 다양한 개입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우선 첫 번째 전략은 situation selection (상황 선택)이다. 감정을 불러오는 특정 상황을 피하거나 피하지 않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예컨대 만나면 기분나쁜 사람이 있다면 만나지 않음으로써 아예 기분이 나빠지지 않게, 감정의 발생을 사전에 차단하는 전략이다. 두 번째 전략은 situation modification (상황 변경)으로, 그 상황을 피할 수 없다면 그 상황 속의 기분 나쁜 요소를 최대한 바꿔보는 것이다. 예컨대 어떤 조직이 싫지만 거기에서 나갈 수 없다면 그 조직을 즐거운 곳으로 바꾸는 전략이다. 세 번째 전략은, attentional deployment (주의 배치)이다. 해당 상황을 피할수도 바꿀 수도 없다면 보기 싫은 것을 보지 않거나 그동안 보지 못했단 다른 좋은 점들을 찾아보는 전략이다. 네 번째 전략은 cognitive change (인식 변화)로, 나의 생각을 바꿔 보는 단계이다. 혹시 내가 잘못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을 바꿔보고 같은 경험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보는 단계이다. 다섯 번째 전략은 response modulation (반응 조절)이다. 앞의 네 전략이 감정이 발생하기 ‘전’ 그 전조(antecedent)에 초점을 맞춘 전략이라면 반응 조절은 인터뷰 두번째 예시에서처럼 (속은 웃고 있지만 겉으로는 웃지 않는), 감정 발생 원인은 건드리지 않고 그 반응만을 바꾸는 전략이다.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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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들은 이 중 첫 번째와 두 번째는 보다는 (맘에 안 드는 것을 다 피하고 바꿀 수 있음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다) 3, 4, 5 번의 조절 방식이 더 자주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3번과 4번이 재평가하기(reappraisal) 전략과, 5번이 억누르기(suppression)전략과 각각 큰 관련을 보인다.


이 외의 많은 연구들이 5번 단계에서 일어나는,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 같은 감정 반응만을 바꾸거나 속의 감정을 억누르는 전략은 잘 먹히지도 않을뿐더러 그 시도 후에 되려 스트레스가 커지는 현상을 발견했다. 감정을 속여야 한다는 점에서 자신이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모종의 죄책감을 느끼고 자율성을 낮게 지각하는 현상들이 나타났다. 또한 이런 류의 감정 조절을 써야만 하는 환경은 아마도 개인이 자신의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하지 못할 환경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고려하면 5번은 건강한 상황에서 나타나는 건강한 감정조절 반응은 아닐 확률이 높다.


반면 ‘재평가하기’는 인터뷰 첫 번째 예에서처럼 쉽게 화와 짜증을 가라앉혀주고 그간 잘 찾지 못했던 새로운 의미까지 발견하게 해 준다고 하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또 다른 흥미로운 연구에서는 불편한 감정을 느낀 후 재평가를 하거나 억누르기를 하는지의 여부가 ‘타인’에게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Butler et al., 2003). 재평가를 한 사람의 파트너에 비해 억누르기를 한 사람의 파트너가 의사소통 과정에서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속은 부글부글 끓지만 ‘아니 괜찮은데, 아무일 없는데’라고 하는 것은 상대방을 안심시키는데 별 효과가 없다는 게 되겠다. 반면 ‘그럴 수도 있지 뭐’라고 생각해 보는 등 재평가를 해서 실제로 불편한 감정을 없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별다른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활활 타고 있는 불을 끄려면 힘들지만 작은 불씨를 끄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 우리의 감정 또한 그렇다. 짜증과 스트레스가 밀려온다면 그 ‘초기’에 ‘원인’을 잡아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보자.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감정에 더 귀를 기울이는 태도 또한 필요할 것이다.

 

 

※ 참고문헌
Gross, J. J., Richards, J. M., & John, O. P. (2006). Emotion regulation in everyday life. In D. K. Snyder, J. Simpson, & J. N. Hughes (Eds.), Emotion Regulation in Couples and Families: Pathways to Dysfunction and Health (pp. 13–35). Washington, DC: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Butler, E. A., Egloff, B., Wlhelm, F. H., Smith, N. C., Erickson, E. A., & Gross, J. J. (2003). The social consequences of expressive suppression. Emotion, 3, 48-67.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한 주를 건강하게 보내는 심리학을 다룬 <심리학 일주일>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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