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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 솔로인데, 이제 좋은 여자친구 만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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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 솔로인데, 이제 좋은 여자친구 만나고 싶어요”

2016.10.24 20:00

▶ 고민
이제 내년이면 서른살입니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지금까지 연애 한 번 제대로 해보지 못했습니다. 대학 시절에는 공부만 했습니다. 사실 그때는 학업을 등한시하고, 열심히 여자만 만나러 다니는 친구들을 한심스럽게 생각했죠. 그런데 군대에 다녀오고, 어학연수도 잠시 다녀오고, 대학원에 다니고 취업 준비하고… 이렇게 정신없이 이십대를 보내고 나니, 어느새 ‘모태 솔로 아저씨’가 되어 있네요.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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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과 전문의가 답합니다!

 

● 바쁜 분들을 위한 4줄 요약


1. 영화에서 보는 고귀하고 로맨틱한 사랑은, 현실에서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2. 연애와 사랑은 치열한 탐색과 경쟁, 그리고 냉정한 계산과 타협의 결과이다.
3. 하지만 일단 서로에게 깊이 빠지면, 탐색과 경쟁은 낭만적 운명이 되고, 계산과 타협은 헌신으로 바뀌게 된다.
4. 연애는 단 한번의 성공이면 충분하다. 당장 시작하자.


▶ 답변

네. 안타까운 일입니다만, 주변에 돌아보면 예상외로 소위 ‘모태 솔로’가 많습니다. 모태 솔로까지는 아니더라도, 겨우 한두 번의 가벼운 연애를 해 본 경우를 포함하면 세상에는 참 외로운 청년들이 많습니다. 분명 과거보다 남녀가 자유롭게 만나고 어울리기 쉬워졌지만, 그 자유를 모두 누리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연애의 ‘신자유주의’ 시대입니다.


고귀한 로맨티시즘에 대한 착각? 남성들의 성녀 콤플렉스


‘출장길에 우연히 버스 옆자리에 앉은 아름다운 그녀. 갑자기 내린 폭설로 버스는 산 속에 고립되고, 좁은 버스에 갇힌 두 주인공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알고 보니 그 둘은 모두 연애라고는 전혀 해본 적 없는 숙맥이다. 앞자리에 앉은 눈치 없는 아줌마는, 주인공들이 연인이라고 착각하면서 낯간지러운 주책을 부린다. 그들은 좁은 공간에서 서로 돕고, 또 사소한 일로 티격태격하다가, 점점 서로에 빠지게 되고… ‘


이런 식의 우연하지만 운명적인 만남을 다룬 소설은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로맨스 소설을 주로 다루는 캐나다의 ‘할리퀸’이라는 출판사는 초당 4권씩 책을 팔고 있다고 합니다. 영화나 드라마 등을 포함하면, 로맨티시즘의 시장 규모는 엄청날 것입니다. 아마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낭만적 사랑은 인류의 영원한 이슈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보통 여성분들이 낭만적 사랑에 대한 환상을 주로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예상외로 많은 남성들이 이러한 우연한 낭만적 사랑 혹은 성스러운 사랑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육감적 몸매를 한 여성을 보며 침을 흘리면서도, 한편으로는 고귀하고 순결한 반려자를 바라는 마음이 있는 것입니다. 이를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드는 마돈나 콤플렉스(Madonna complex)라고 했습니다. 

 

1872년, 16세 경의 지그문트 프로이드와 그의 어머니, 아말리아 프로이트
1872년, 16세 경의 지그문트 프로이드와 그의 어머니, 아말리아 프로이트

이런 남성은 보통의 소개팅이나 맞선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합니다. 일단 남자를 만나고 싶어서 소개팅 자리에 나왔다는 것만으로, 그 여성은 자격미달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사랑할 만한 고귀한 여성은, 남성에게 별로 관심이 없는 여성이어야 합니다. 모순도 이런 모순이 없습니다. 그러니 영화처럼 우연하면서도 동시에 필연적인 기회가 아니라면, 사실상 실현될 가능성이 없는 그런 사랑을 찾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 프로이트는 이렇게 썼습니다.


“이러한 남성들은 바라지 않는 여성과 사랑을 하고, 사랑할 수 없는 여성을 바라고 있다.”


동서양의 수많은 신화는 이러한 운명적 사랑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어린이들이 읽는 동화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얼굴 한번 보지 못한 공주를 구하러 목숨을 내놓기도 하고, 못난 개구리나 혹은 흉악한 야수와 사랑에 빠지기도 합니다. 이야기의 남자주인공은 상대 여성의 외모나 사회적 조건을 보지 않고, 오직 낭만적이고 순수한 사랑만을 추구합니다. 물론 이야기의 끝에서 모든 것을 ‘확실하게’ 보상받습니다만.


연애는 치열한 탐색과 경쟁, 그리고 냉정한 계산과 타협의 결과


정말 인간의 깊은 심성에 이러한 조건 없는 운명적 사랑에 대한 믿음이 자리하고 있는 것일까요? 현실에는 어쩔 수 없이 ‘대충’ 만나고 ‘대충’ 결혼하지만, 마음 속에서는 고귀한 사랑에 대한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을까요? 이에 대해 의문을 품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48개의 문화권에서 총 658개의 전통 설화를 수집했습니다. 서구 문학을 대표하는 240개 작품도 같이 모아서 분석을 했습니다. 소설과 동화, 신화 속 주인공의 신체적 매력과 경제적 능력/사회적 지위, 친절함 등을 수치로 정리해서, 각 자질이 가지는 중요성을 평가한 것입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결과는 그리 ‘성스럽지’ 못했습니다. 남미, 지중해, 동아시아, 아프리카, 태평양 도서 등 전세계 모든 지역에서, 남자 주인공은 예쁜 여성을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여성은 부유하고 사회적 지위가 높은 남성을 선호했습니다. 원시사회나 농경사회, 산업사회 간의 큰 차이도 없었습니다. 네. 인간은 원래 그렇습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남성은 예쁜 여성을 좋아하고, 여성은 사회경제적 조건이 좋은 남성을 좋아합니다.


물론 이런 반론을 하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나는 지금까지 여자와는 손도 못 잡아보고, 공부만 (혹은 일만) 하면서 살았다. 외모에만 정신을 파는 그런 남자와는 다르다.” 그렇습니다. 일반적으로 남성들이 아름다운 여성에게 넋을 놓는 것은 사실이지만, 모두 그런 것은 분명 아닙니다. 이들은 마돈나 콤플렉스로도 잘 설명이 안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일부(?) 남성의 독특한 성향은 자원 할당 원칙(Principle of resource allocation)과 대안적 번식 전략(alternative reproductive strategy)이라는 진화심리학적 가설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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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 할당 원칙과 대안적 번식 전략


자원 할당 원칙이란, 한 사람에게 주어진 자원과 시간의 양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적절하게 나누어야 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일단 신체와 정신의 성장과 생존에 상당한 자원을 할당해야 합니다. 그리고 번식, 즉 연애와 결혼을 위해서 남은 자원을 할당합니다. 이는 또 두 가지로 나뉘어 할당됩니다. 양육을 위한 자원과 짝짓기를 위한 자원입니다.


20대에는 이러한 자원 할당을 잘 하는 것이 아주 중요한 과업입니다. 여자를 만나기 위해, 자원을 할당할 것인가? 혹은 스스로의 발전을 위해 투자할 것인가? 아니면 나중에 만날 잠재적인 배우자와 자녀를 위해 할당할 것인가? 그리고 당신은 분명 20대의 많은 시간과 자원을 자신의 발전을 위해 투자했을 것입니다. 연애에는 자원을 거의 할당하지 않았죠. 투자하지 않았으니, 성과도 없었던 것이 당연합니다.


그런데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할까요? 이는 대안적 번식전략 가설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모든 남성이 다들 여자 뒤꽁무니만 쫓아다닌다면, 남성 간의 경쟁이 너무 치열해집니다. 그때는 차라리 훗날을 기약하고, 장기적인 계획으로 자원을 투자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반대로 모든 남성이 여성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도서관에서 공부만 하고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러면 당신은 도서관을 나와, 최고의 여성에게 프러포즈하는 것이 정답입니다. 어렵지 않게 원하는 여성과 맺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대안적 전략 가설을 이렇게 적용하면 좀 곤란하지만, 대강 그렇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서른살에 접어든 당신이 아직 싱글로 지내는 것은, 다른 남성보다 모자라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단 열심히 살았다는 전제하에). 단지 그렇게 변칙적(?)으로 자원을 할당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의식적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무의식적으로 이득과 손해를 계산하고, 냉정하게 판단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서른입니다. 슬슬 자원 할당 원칙을 바꾸어야 하는 시점입니다.


결국 모든 사랑은 운명적 만남. 당장 시작하자. 


당신은 아마 오랫동안 연애도, 사랑도 미루고, 열심히 살아왔을 것입니다. 남들 놀러갈 때, 도서관에서 공부했습니다. 친구들이 연애할 때, 직장에서 땀 흘려 일했습니다. 아마도 긴 시간동안 싱글로 지내온 것은, 더 먼 미래를 보고 대안적 전략을 취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당신도 잘 모르는 사이에 말이죠.


여성은 배우자를 고를 때, 상당히 까다롭습니다. 그런데 수많은 기준 중에 아주 중요한 기준이 바로 성실성과 사회적 야심, 그리고 충실성 입니다. 흔히 바람둥이가 여자에게 인기가 많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배우자에 대한 충실성이 약한 남자와 만나고 싶어하는 여성은 없습니다. 따라서 그동안 연애보다는 공부를, 미래를 선택한 당신은, 대단히 훌륭한 남자친구이자 장래의 배우자감 입니다. 여성에게 인기가 없는 것이 아니라. 연애하는데 필요한 에너지와 시간을 절약해서, 다른 곳에 투자했던 것뿐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백마 탄 공주님(?)이 내 앞에 짠 하고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준비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자신의 상황과 여건을 잘 판단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래 그림은 남성의 파트너 선택 기준을 순서도로 나타낸 것입니다. 재미있게 표현했지만, 상당한 개연성을 담고 있습니다. 당신은 어느 단계인지 확인해 보십시오. 서른살의 모태 솔로 직장인이라면, 일이나 공부에만 자원을 집중할 때는 이미 지났습니다. 운명적인 만남, 고귀한 성녀를 기다리며 까다롭게 고를 때가 아닙니다.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당장 연애를 시작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남성의 배우자 선택 알고리즘 - Edward DA, Chapman T, 2011. The evolution and significance of male mate choice. Trends in Ecology & Evolution, 26(12), 647‐54. 에서 수정 제공
남성의 배우자 선택 알고리즘 - Edward DA, Chapman T, 2011. The evolution and significance of male mate choice. Trends in Ecology & Evolution, 26(12), 647‐54. 에서 수정 제공

에필로그


‘좋은 남성을 고르는 방법’ 등과 같이, 여성을 위한 연애상담서는 넘쳐납니다. 말도 안되는 흥미위주의 조언과 싸구려 잡지부터, 제법 근거가 있는 학술서까지 아주 다양합니다. 그러나 반대로 젊은 남성을 위한 이야기는 별로 없습니다. 흔한 상식처럼, 남자가 여성보다 단순해서 그런 것일까요? 이에 대해서는 수컷의 성 내 경쟁(intrasexual competition) 등과 관련된, 몇 가지 흥미로운 진화인류학적 주장들이 있습니다. 이에 관한 내용은, 다음 편에서 이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 참고문헌
Freud, Sigmund. The Standard Edition of the Complete Psychological Works of Sigmund Freud, Volume XI: "A Special Type of Choice of Object Made by Men", pp. 165–175
Edward DA, Chapman T (2011). The evolution and significance of male mate choice. Trends in Ecology & Evolution, 26(12), 647‐54.
Gottschall, Jonathan et al. (2004), Sex Differences in Mate Choice Criteria Are Reflected in Folktales from around the World and in Historical European Literature. Evolution and Human Behavior 25(2): 102–112.
Buss, David M (2006), Strategies of Human Mating. Psychological Topics 15(C): 239–260.
Unknown (1872), Amalia Freud [online]. Available at: http://people.jmoro.ru/Freud/freud.html [accessed 24 October 2016]

 

※편집자주: 살림살이 좀 어떠십니까? 뉴스를 보면 도처에 안좋은 소식 뿐입니다. 젊은이들은 취업 걱정, 중장년 층은 노후 걱정에 노심초사합니다. 경제, 정치 심지어 날씨까지 우리 편은 없어 보입니다. 본지는 인류학을 전공한 박한선 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우리가 한번쯤 고민할 법한 주제를 선정, 지면을 통해 상담을 해드립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마음에 품고 사는 고민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 필자소개
박한선. 성안드레아 병원 정신과 전문의/ 신경인류학자. 경희대 의대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이대부속병원 전공의 및 서울대병원 정신과 임상강사로 일했다. 성안드레아병원 정신과장 및 이화여대, 경희대 의대 외래교수를 지내면서, 서울대 인류학과에서 정신장애의 신경인류학적 원인에 대해 연구 중이다. 현재 호주국립대(ANU)에서 문화, 건강 및 의학 과정을 연수하고 있다. '행복의 역습'(2014)을 번역했고, '재난과 정신건강(공저)'(2015), ‘토닥토닥 정신과 사용설명서’(2016) 등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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