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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곳곳에서...소프트웨어에 물든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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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25일 19:00 프린트하기

소프트웨어, 코딩 같은 이야기가 부쩍 많이 들리는 요즘입니다. 2018년부터 코딩 교육이 학교 교실 안으로 들어온다는 소식에 벌써부터 골치 아픈 수업과정처럼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나요? 사실 소프트웨어 교육은 이미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일 지에 대한 고민에 차이가 있을 뿐, 소프트웨어 교육을 통해 코딩과 컴퓨터에 대해 이해하고 컴퓨터적 사고법을 익혀야 한다는 필요성은 누구나 공감하고 있습니다.

 

최호섭 제공
지난 주말 용인시 구성 도서관에서 열린 '10월 소프트웨어에 물들다' 강연에서 최재원씨가 가이를 하고 있다. - 최호섭 제공

다만 생각보다 소프트웨어 교육의 목적과 방향성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은 또 다른 그늘이기도 합니다. 그저 또 하나의 입시라고 생각해서 벌써부터 코딩 학원과 과외가 성행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다 나올 정도지요. 직업 교육이라는 생각은 소프트웨어 개발자에 대한 편견과 맞물려 부정적인 이미지를 낳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 소프트웨어를 왜 배워야 하는지 그 이유가 명확히 전달되지 않은 이유일 겁니다.


그래서 소프트웨어 업계에 있는 사람들이 발벗고 나섰습니다. 국민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이민석 교수가 주축이 되어서 자발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소프트웨어에 물들다’입니다. 줄여서 ‘소물’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소물은 기업이나 단체도 아닙니다. 소프트웨어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왜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된 하나의 운동입니다. 소프트웨어에 물들다는 지난 8월부터 논의가 시작됐고 강연자, 진행자, 자원봉사단, 그리고 각 지역 도서관이 힘을 모아서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이야기를 해보자는 목적으로 진행됐습니다.


그리고 소물은 지난 10월22일, 그 첫 발을 내딛었습니다. 전국 18개 도서관에서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동시에 36개 강의가 이어졌습니다. 동시에 전국적으로 이뤄지는 행사라는 것 자체도 대단하지만 준비부터 진행, 그리고 마무리까지 모두가 즐겁게 움직였습니다. 행사는 주로 수도권에 쏠리긴 했지만 동해시나 춘천, 영동같은 지방까지도 부지런히 달려가 발표를 했습니다. 당일 아침에 동해시 발안 도서관에서 ‘소프트웨어가 바꿀 미래’에 대해 강의를 맡은 마이크로소프트 김영욱 부장과 통화를 했는데 “거리는 멀지만 해야 할 일”이라고 즐거운 목소리가 전화 너머로 전해졌습니다. 김영욱 부장은 “빨리 동해로 오라”고 했는데 시간과 거리상 다른 도서관을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최호섭 제공
용인시 구성 도서관에서 열린 '10월 소프트웨어에 물들다' 강연에 참석한 어린이들 - 최호섭 제공

제가 찾아간 곳은 용인시 구성 도서관입니다. 늘 왔다갔다 하는 판교에서 멀지 않더군요. 동사무소와 함께 있는 작은 도서관인데 십 수명의 초등학생들이 부모님과 함께 찾아왔습니다. 구성 도서관에서는 아주대 의료원에서 소프트웨어 업무를 하는 최재원씨와 소프트웨어 교육 관련 스타트업인 코드스쿼드 김정 대표가 발표를 맡았습니다.


“여러분 소프트웨어는 뭘까요?”로 시작한 이야기는 아이들과 공감을 이어가면서 진행됐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마인크래프트나 레고를 통해서 소프트웨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이야기했고,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상상을 어떻게 결과물로 만들어내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최호섭 제공
용인시 구성 도서관에서 열린 '10월 소프트웨어에 물들다' 강연에 참석한 어린이들 - 최호섭 제공

이날 소프트웨어를 처음 접한 아이들도 있었지만 몇몇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강의가 끝나자 따로 찾아와 어떻게 공부하면 좋겠나 하는 고민을 털어놓습니다. 그 장면이 많은 부분을 설명합니다. 필요성에 대해 얼마나 전달이 안 되고 있었나 하는 부분과 배우고자 하는 아이들에게 순수한 기회가 얼마나 열려 있었나 하는 부분입니다. 소물은 그 간극을 줄이고자 시작했으니 어느 정도 성과를 이뤘다고 볼 수 있으려나요.


모든 도서관을 찾아갈 수는 없었습니다. 주제도, 내용도 모두 달랐지만 그 방향성은 결국 한 곳으로 모입니다. 소프트웨어 교육에 대한 본질을 보자는 겁니다. 강연은 비롯해 자원봉사, 그리고 후원에 119명이 거들었고, 참가 신청을 하지 않았지만 도움이 되고 싶어서 자발적으로 행사장에 나온 사람들이 전국 도서관을 채웠습니다.


충북 영동 도서관 강연의 진행을 도운 코더블의 권정희 씨는 “강연 30분 전까지 아무도 안 왔다”고 말했습니다. 도서관과 주변 학교들을 통해서 홍보를 했는데도 아무도 찾아오지 않은 겁니다. 그래서 일단 모든 자원 봉사자들이 다 밖으로 뛰어나가서 지나가는 아이들과 학부모들을 설득하고 데려와서 자리를 채우고 시작했다고 합니다. 지역에 따라서 그만큼 소프트웨어 교육에 대해 전달되지 않았고, 그만큼 다들 모르고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소프트웨어 교육을 처음 들어본다는 반응도 많았다고 합니다. “우연으로 만났지만 그 아이들이 소물을 통해 소프트웨어에 관심을 갖고 검색이라도 한 번 해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변화”라며 사명감을 느꼈다는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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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소프트웨어에 물들다' 행사 후 참가자들의 정리 모임에서 이해민 구글 매니저가 발표하고 있다. - 최호섭 제공

이 행사가 아이들에게 뭔가를 전달하는 것도 있지만 참여자들도 각자 얻어가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성남시 논골 작은 도서관에서 강연을 맡은 구글의 이해민 매니저는 도서관 환경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논골 작은 도서관은 마을 공동체에서 직접 투자해서 만들고 운영하는 도서관인데 그러다보니 분위기도 좋고, 온돌마루에 앉아 학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이야기를 듣고 나누는 환경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합니다. “아이들과 부모님들이 진심으로 이야기를 들어주고 관심을 기울여주는 것 자체가 나 스스로에게도 영향을 주더라”는 게 아마 이 행사에 참여한 모두가 얻어간 작은 소득이 아닐까 합니다.


소물에 참여한 또 다른 주인공들이 있습니다. 바로 미래의 코딩 꿈나무들입니다. 행사가 끝나고 나서 뒷정리에 4명의 중고등학생들이 자리를 했습니다. 평소 소프트웨어에 관심이 많아서 이번 강연으로 이야기도 듣고,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스스로 움직인 학생들입니다.


다들 주말마다 관련 학회도 나가고 해커톤도 나가면서 소프트웨어를 공부하고 있지만 역시 체계적으로 공부할 자리는 흔치 않았고, 학교에서 친구들과 관심사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는 게 아쉬웠는데 이런 행사들이 이어지고, 더 퍼져서 친구들과 대화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설명이 복잡한 감정을 전달해주기도 했습니다.

 

최호섭 제공
'10월, 소프트웨어에 물들다' 행사 후 참가자들의 정리 모임에서 이민석 국민대 교수가 소감을 말하고 있다.최호섭 제공

강연이 끝나고 정리하는 자리를 가졌는데 소물에 참여했던 모두가 스스로 나눠준 것보다 얻어가는 게 더 많다는 공통적인 이야기를 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반응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행사를 이끌어낸 이민석 교수도 “사람이 적게 오건 많이 오건 관계 없이 참여한 모두와 찾아온 아이들 모두가 즐겁게 이뤄진 것만으로도 큰 성과”라며 “이런 자원 봉사 자리가 어떤 형태로든 이어지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당장 다음 행사가 또 잡히진 않았지만 토요일 저녁 모두가 가슴 속에 뜨거운 뭔가 하나씩 챙겨가는 일이 된 것 같습니다. 이날 강연을 들은 아이들 중 누군가는 이 자리를 통해 미래의 훌륭한 개발자로 자라날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말 그대로 소프트웨어에 물드는 것 말이지요.

 

 

※ 필자소개

최호섭. PC사랑을 시작으로 최근 블로터까지 IT 분야만 팠다. 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아까워서 들여다보기 시작한 노트북과 팜 파일럿 PDA는 순간이 아니라 인생을 바꿔 놓았다. 기술 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역사와 흐름을 읽고자 한다. 세상은 늘 배울 게 많고, 기술은 거짓말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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