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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카페 동물들이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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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02일 13:00 프린트하기

최근 라쿤이나 양, 고슴도치, 거북이, 이구아나 등을 키우는 이색카페가 늘고 있다. 음료를 마시며 귀여운 동물도 볼 수 있어서 인기가 좋다. 뿐만 아니라 동물을 전시하고 관람객이 직접 만져볼 수 있게 하는 체험동물원도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다. 개와 고양이가 아닌 특수동물을 이토록 많은 사람과 만나게 해도 괜찮은 걸까.

 

GIB, Paxson Woelber(W) 제공
GIB, Paxson Woelber(W) 제공

카페에서 사는 라쿤 오동통이의 편지


안녕하새오! 라쿤이애오! 어흠, 흠흠, 너무 흥분해서 ‘새오체’가 나와버렸네요. 저는 문명화된 차가운 도시 라쿤인데 말이에요. 만나서 반가워요. 정식으로 제 소개를 할게요. 예쁜 언니 오빠들만 모인다는 **에서 요즘 가장 핫♥한 라쿤, 오동통이랍니다. 매일같이 저를 보러 오는 손님들과 놀아주느라 나름 고단하게 살고 있지요. 평생을 사람들과 함께 살아서 큰 불편은 없지만, 난 꿈이 있어요! 같이 사는 라쿤 아라이가 그랬거든요.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는 넓은 숲을 누비면서 맛난 물고기를 잡아 먹고 살았다고. 언젠간 아라이랑 떠날 거예요! 혹시 도와줄 수 있나요? 마침 우리 집에 찾아온 기자님 손을 빌려 제 이야기를 들려 드릴게요.


우리 집부터 소개할게요! 짠~, 숨바꼭질을 할 통나무도 있고 기어 오를 나무도 있답니다. 창문이 커서 햇빛도 반짝반짝 하고요, 여기저기에 시원하고 맛 좋은 물도 준비돼 있어요. 매일 엄청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놀아주고 맛있는 간식도 주지요! 사람들도 달콤한 물을 마셔요. 한 번은 슬쩍 훔쳐서 먹어봤는데, 넘나 맛있어서 대충격이었어요.


가장 재미있는 건 손님들 냄새를 맡는 일이에요. 밖에서 온갖 냄새를 묻혀오거든요. 엄마가 말했던 병원 냄새일까, 할머니가 살았다던 숲 냄새일까. 상상의 나래를 펼치죠. 혹시나 더 알 수 있을까 싶어 손을 살짝 핥을 때도 있는데, 짜기만 해요. 앗, 혹시 이것이 바다 맛?(동공지진)


그러고 보니 철 없던 시절이 생각나네요. 손님한테 씁쓸한 풋내가 나길래 친구들하고 달려들어서 주머니에서 기어코 뭔가를 꺼내 꿀떡 삼켰어요. 간식이 좀 지겨웠거든요. 다행히 아프지는 않았는데, 그 일로 주인님한테 크게 혼이 났어요. 어쩌겠어요. 저의 넘치는 호기심과 타고난 손재주를 탓해야겠죠.

 

GIB, Paxson Woelber(W) 제공
GIB, Paxson Woelber(W) 제공

모두의 안전을 지켜주세요


10월 8일 토요일 오후 3시 기자가 찾은 서울의 한 라쿤 카페는 시끌시끌한 시장 골목을 방불케 했다. 카페 안에는 이미 100여 명의 사람들이 여러 마리의 라쿤, 개들과 섞여 있었다. 20분을 기다린 끝에 입장할 수 있었다. 손이 발달한 라쿤에게 빼앗길만한 모든 소지품을 사물함에 넣고 신발은 슬리퍼로 갈아 신었다.


좁은 공간에 이렇게 많은 사람과 동물이 섞여 있으면 인수공통감염병의 위험은 없을까. 신남식 서울대 수의과 교수는 “야생이 아닌 사람 손에서 나고 자란 반려동물이 질병을 매개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특수반려동물은 개나 고양이보다 더 다양한 질병을 매개할 수 있기 때문에 예방접종이나 구충, 소독 등 위생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동물카페나 체험동물원의 위생을 관리할 기준과 법이 없다는 점이다. 이 날 카페에서 누구도 손을 씻어야 한다고 안내하지 않았다. 방문객도 자유롭게 드나드는 모습이었다.


파충류와 양서류는 더 위험할 수 있다. 검역 절차가 없기 때문이다. 적법하게 수입하더라도 안전은 보장할 수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2013년 경북 안동시에서 고슴도치가 매개하는 식중독 균인 살모넬라 티렌(Tilene)에 감염된 환자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나왔다. 이를 조사한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 감염병센터 수인성질환과 연구팀은 ‘국내 최초로 분리된 살모넬라 티렌에 의한 감염 예’(임상미생물학회지 2016, 19(1), 24-27)라는 논문에서 “야생동물과 특수반려동물은 심각한 동물원성 질병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5세 미만 어린이나 임산부 등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특수반려동물과의 접촉을 피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GIB, Tambako The Jaguar(F) 제공
GIB, Tambako The Jaguar(F) 제공

친구가 많이 아파요


이미 눈치 채셨겠죠. 이 인생이 마냥 쉬운 건 아니에요. 전 손님들을 좋아하지만, 화가 날 때도 많아요. 진짜 피곤한 날도 손님들이 종일 주무르니까 잘 수가 없거든요. 통나무 안으로 숨으라고요? 에이, 소용 없어요. 우리 집에 있는 통나무는 가운데가 뻥 뚫려 있거든요. 손님들의 손이 여기저기에서 불쑥불쑥 들어와요. 가끔 정말 무례한 손님을 만나면 본능적으로 나무 위로 올라가는데, 그것도 소용 없어요. 나무가 너무 작거든요.


앗, 깜짝이야! 똘기, 떵이, 호치, 새초미가 또 말썽을 부렸나 봐요. 저와 함께 살고 있는 강아지들이에요. 서열 정리가 안 됐는지 종종 싸워요. 물론 여긴 늘 시끌시끌 하니까 쟤들이 싸우는 소리쯤은 넘길 수 있는데, 싸움을 말리겠다고 집사 오빠가 슬리퍼로 바닥을 팡! 팡! 치는 소리에 더 놀라곤 해요. 휴, 이러다 신경쇠약이 되는 건 아닐까요?


그러고 보니 구마의 마음을 알 것 같아요. 구마는 같이 사는 라쿤이에요. 지금 많이 아파요. 저기 보이죠? 곰 같은 육중한 몸으로 벽에 딱 달라 붙어서 종일 한 자리를 왔다 갔다 하는 친구요. 구마는 저보다 한 살이나 많고 이 집에도 훨씬 일찍 왔어요. 아라이가 그러는데, 구마도 여기에 처음 왔을 때는 날렵한 몸매에 눈빛은 초롱초롱하고 손재주가 여간 영악했던 게 아니라서 만난 지 10분이면 사람이고 라쿤이고 구마한테 흠뻑 빠져서 헤어나오질 못했대요. 그 바람에 손님맞이를 좀 과하게 한 모양이에요. 슈퍼스타의 숙명인 걸까요? 스트레스를 받아서 어린 나이에 탈모도 생기고, 급기야 어느 날엔 무례한 손님의 손을 콱 물었대요. 그 뒤론 저렇게 무의미한 행동만 반복한다지 뭐예요.


요즘 사람들이 구마를 만지려고 하면 구마가 손을 홱 뿌리쳐요.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면서 듣던 대로 여간 맹랑한 게 아니라며 즐거워해요. 휴, 라쿤 속도 모르고. 들려오는 얘기로는, 건넛마을 오소리랑 서벌캣도 많이 아프대요.

 

우아영 제공
우아영 제공

쉴 곳과 시간을 주세요!


이 날 카페에서는 라쿤 한 마리가 유독 눈에 띄었다. 다른 라쿤들이 사람들과 어울리는 반면 그 라쿤은 벽에 붙어 2m 거리를 반복적으로 오갔다. ‘정형행동’이었다. 정형행동은 동물이 무의미하게 반복하는 이상 행동으로, 적절치 못한 환경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주 원인으로 꼽힌다. 정형행동이 동물 복지의 척도 가운데 하나로 여겨지는 이유다.


갇혀 사는 동물의 정형행동이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큰 동물원에서도 코끼리나 곰, 사슴 등이 정형행동을 한다는 보고가 많다. 문제는, 동물카페와 체험동물원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더 많은 동물이 고통 받고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동물원과 달리 전문적인 사육사나 수의사도 없다. 이 날 “라쿤이 왜 이러느냐”고 묻는 방문객에게 종업원은 대수롭지 않게 “나가고 싶어서 그런다”고 말했다.


미국 캠브리지대 동물행동학과 조지아 매이슨 교수가 1991년 학술지 ‘동물행동’에 발표한 리뷰 논문에 따르면 동물이 정형행동을 보일 때 바로 쉬게 해 주지 않으면 영구적인 뇌 손상이 일어나 치료가 불가능해진다. 신 교수는 “동물카페를 허가제로 바꾸고 관리 규정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위탁 수의사와 연결해 정기적으로 관리해주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GIB, Tambako The Jaguar(F) 제공
GIB, Tambako The Jaguar(F) 제공

여기서 알콩달콩 살 수 있겠죠?


제가 말했던가요? 언젠가 푸른 숲으로 떠나고 싶다고! 강물을 흠뻑 머금어 폭신한 땅에 아늑하게 덤불을 덮고 해가 떠 있는 시간 내내 쿨쿨 자고 싶어요. 그런데 제가 이런 말을 할 때마다 아라이는 타박을 해요. 바깥의 삶이 얼마나 고달픈지 아냐면서. 이제 세상엔 나무도 물고기도 덤불도 없고, 쌩쌩 빠르게 지나가는 시끄러운 것들만 가득하대요. 여기서 배불리 먹고 따뜻하게 자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알아야 한대요. 어쩌면 아라이의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어요.


얼마 전에 알았는데, 여긴 우리 라쿤의 고향도 아니래요. 이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어요. 평생을 내 집으로 알고 살았는데…. 저기 뒷집에 사는 고슴도치랑 프레리독이랑 사막여우도 먼 곳에서 바다를 건너 왔다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바깥 세상에 나가면 사람들은 물론이고 이 땅에 아주 오래 전부터 살았던 동물과 식물들이 아주 싫어할 거래요. 민폐를 끼치고 싶진 않은데, 본의 아니게 그럴 일이 생길까 걱정도 돼요.


그래도 당분간은 사람들과 알콩달콩 살 수 있겠죠? 전 타고나기를 귀엽고 깜찍하고 사랑스러운 얼굴로 태어났으니까요! 만약 저를 보러 오실 거라면 한 가지만 기억해 주세요. 소중히 해주신 만큼 사랑해 드린다는 걸.♥

 

GIB, Paxson Woelber(W) 제공
GIB, Paxson Woelber(W) 제공

함부로 버리지 마세요


향후 수 년 내 유기된 특수반려동물을 보게 될 거라는 우려도 있다.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조사 결과, 작년 7월 기준 전국의 동물카페(애견, 고양이 카페 포함)의 수는 무려 288곳이다. 카페에서 사는 동물은 수천 마리로 추정된다. 이들 업체가 폐업이라도 하면 그 많은 동물은 어디로 갈까.


특히 수입된 동물이 유기되면 토착종을 밀어내고 생태계를 교란할 위험이 있다. 실제로 일본은 1977년 라쿤이 등장하는 어린이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엄청난 성공을 거둔 뒤 수 년 간 매달 1500마리 이상이 애완용으로 수입됐다. 그러나 지나치게 활발한 성격을 감당하지 못한 사람들이 라쿤을 함부로 방생했고, 야생화된 라쿤은 작물을 헤집고 역사적인 목조 사원을 갉아 먹었다. 2012년 스페인에서는 털을 얻을 목적으로 수입한 라쿤이 야생화되면서 광견병 등 전염병을 퍼뜨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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