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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의 맥주생활 (6)]보리, 홉, 효모, 물의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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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의 맥주생활 (6)]보리, 홉, 효모, 물의 마법

2016.10.28 17:00

‘나인뮤지스’의 경리가 맥주 거품이 입술에 묻은 배우 하정우에게 “맛있어 보여”라고 하는 맥주 광고를 보면서 대체 저건 무엇이 맛있어 보인다는 뜻일까… 잠깐 생각에 잠긴 순간, ‘크림 생 올 몰트 비어(Cream 生 All Malt Beer)’라는 자막이 화면 밑으로 스쳐간다.


맥주 광고를 봤으니 맥주가 당기는 것은 당연지사. 일단 시원한 맥주를 한잔 따르면서 올몰트가 무슨 뜻인지 인터넷을 뒤져본다. 광고에 나온 맥주는 몰트의 맛을 살리고 기존 제품에 비해 아로마 홉의 양을 2배 이상 늘렸단다.


많이 들어는 봤다. 몰트니 홉이니… 뭔지는 모르겠다. 맥주는 보리로 만들어서 보리 맥(麥)자를 쓰는데 왜 맥주 광고에 보리 얘기는 안 나오지? 궁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매일 먹는 맥주,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알아본다.

    

로열리스트시티브루잉 제공
로열리스트시티브루잉 제공

맥주는 기본적으로 보리(맥아), 홉, 효모, 물 네 가지 원료로 만들어진다. 500주년을 맞은 그 유명한 독일의 ‘맥주 순수령’에서는 맥주를 만들 때 이 네 가지 원료만 쓰도록 규정했다. 네 가지 원료라고 하면 단순해 보이지만 홉의 종류만 200종에 달하고 맥아와 효모도 수십~수백 종이기 때문에 이들 재료를 조합하는 경우의 수가 엄청나게 많아진다. 또 홉이나 맥아를 여러 종류 섞어 쓰는 게 일반적이어서 맥주의 레시피는 그만큼 더 다양해진다.

 
여기에 밀, 옥수수, 호밀 등 다른 곡물이나 커피, 과일, 초콜릿 등을 추가로 넣은 맥주들이 계속 나오면서 아무리 마시고 또 마셔도 정복되지 않는 무한한 맥주의 세계가 만들어진다.


맥아=싹튼 보리=몰트(Malt)
 

맥아 - Pixabay 제공
맥아 - Pixabay 제공

맥주에는 그냥 보리가 아니라 싹튼 보리(맥아=몰트)를 쓴다. 맥주 광고에서 보리를 얘기하지 않고 맥아(몰트)를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올 몰트 비어’는 옥수수, 쌀, 전분 등 다른 곡물 성분을 섞지 않고 맥아로만 만들었다는 뜻이다. 옥수수 등은 가벼운 맛을 만들어내는 데 비해 올 몰트 비어에서는 맥아에서 나오는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다.


맥아를 끓이거나 굽거나 볶는 과정을 통해 맥주 색깔도 달라지고, 맥아에서 비스킷, 빵, 커피, 초콜릿, 비스킷, 캐러멜 등의 맛과 향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맥아 맛이 난다(=몰티하다)’고 하면 곡물을 오래 씹을 때 느낄 수 있는 고소하고 잔잔한 캐러멜 같은 단맛을 일컫는다.


맥주 제조 일등공신, 효모(Yeast)


맥주가 만들어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효모의 역할이다. 효모는 살아있는 균으로, 곡물에서 나온 당을 소화시켜 알코올과 탄산가스를 배출한다. 효모가 활발하게 발효할 수 있도록 온도를 맞추고 위생을 유지하는 등 비위를 맞춰주는 게 좋은 맥주 만들기의 핵심이다.

 

효모 - 위키피디아 제공
효모 - 위키피디아 제공

또 효모는 맥주 스타일을 규정하는 결정적인 원료다. 맥주는 크게 라거와 에일 두 범주로 나뉘는데, 이는 라거 효모와 에일 효모 중 어떤 것을 쓰느냐로 갈린다. 라거 효모는 낮은 온도(4~10℃)에서 발효하는 특징을 갖고 있고 에일 효모는 상대적으로 높은 온도(16~24℃)에서 발효된다.


에일 효모가 발효를 하면서 꽃, 과일의 향과 맛을 만들어내는 등 효모가 맥주 맛의 특징을 결정한다.


맥주의 향을 더하는 홉(Hop)
 

홉 - Pixabay 제공
홉 - Pixabay 제공

홉은 덩굴식물의 꽃으로 맥주의 맛과 향을 만들어내고 거품을 오래가게 하며 방부제 역할도 한다.


홉이 내는 대표적인 향으로는 열대과일향, 말린 과일향, 풀향, 솔잎향 등이 있고, 맥주의 씁쓸한 맛도 홉으로부터 나온다. ‘홉향이 난다’(=호피하다)는 것은 이런 향들이 강하게 느껴진다는 것으로, 위에서 언급한 상쾌한 향을 말한다.


맥주의 90%는 물

 

물 - Pixabay 제공
물 - Pixabay 제공

칼슘과 마그네슘 같은 미네랄 성분이 풍부한 경수는 일반적으로 짙은 색 맥주 제조에 적합하고, 미네랄 성분이 적은 연수는 밝은 색 맥주에 맞다.


검은 맥주 ‘기네스’의 고향인 아일랜드 더블린은 경수가 나는 지역이고 황금색 ‘필스너’가 태어난 체코 필젠에 연수가 풍부하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맥주 원료를 살펴봤다. 이들 중 효모와 홉은 건강식품, 미용식품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맥주 효모에는 양질의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 등의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고, 홉에는 여성 호르몬이 들어있으며 유럽 민간요법에서는 진정제나 진통제로 쓰기도 한다.


보리와 물은 그 이름만 들어도 다이어트와 피부 건강에 좋을 것 같다.


이 좋은 성분들이 들어있는 맥주를 어찌 가까이 하지 않을 수 있으랴. 오늘은 피부 관리를 위해 마신다.


<’1일 1맥’ 추천맥주>

 

듀벨 모르트가트 제공
듀벨 모르트가트 제공

이름 : 듀벨(Duvel)
도수 : 8.5%


벨기에에서 만들어진 맥주. ‘듀벨’은 ‘악마’라는 뜻이다. 처음 이 맥주가 만들어졌을 때 시음한 사람이 ‘이 맥주에는 악마가 살고 있다’고 말했다는 얘기가 전해 온다.


다른 에일 맥주에 비해 2~3배 긴 3개월에 걸친 발효와 숙성을 거쳐 오렌지·레몬 같은 감귤류의 향과 후추 등의 톡 쏘는 매운 맛, 바나나 향, 씁쓸한 맛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튤립 모양의 전용 잔 바닥에는 글자(알파벳 D)가 새겨져 있어 잔에 따를 때 거품이 더 풍부하게 만들어지게 한다.


부드럽게 넘어가지만 알고 보면 도수 8.5도의 강한 맥주다.

 

 

※ 필자소개
황지혜. 비어포스트 에디터, 전 매일경제신문 기자. 폭탄주와 함께 청춘을 보내다 이제는 돌아와 수제 맥주 앞에 선 한량한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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