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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 수학자로 키워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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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31일 17:51 프린트하기

 

GIB 제공
GIB 제공

'여학생은 남학생보다 수학 실력이 떨어진다.' 오랜 기간 이어지는 사회적 통념입니다.

 

실제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의 학업성취도평가 (PISA) 결과를 봐도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남학생의 성적이 더 높게 나옵니다. 역사상 위대한 수학자나 과학자도 남성이 더 많았지요.

특히 최고 수준의 수학 영재들은 대부분 남성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수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을 여성이 처음 탄 것도 2014년, 불과 2년 전입니다.

 

앞으로의 진로와 업무에는 수학, 과학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런 분야에서 남녀 불평등이 이어지면, 미래 인력 시장에서도 성 격차가 계속 커질 수 있습니다. 

 

OECD의 학업성취도평가(PISA)에 나타난 세계 주요 각국 수학 성적의 남녀 격차 차이 - OECD 제공
OECD의 학업성취도평가(PISA)에 나타난 세계 주요 각국 수학 성적의 남녀 격차 차이. 가장 오른쪽이 한국이다. - OECD 제공

물론 이런 차이가 정말 남녀 간의 생물학적 차이 때문인지, 남성과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 및 기대의 차이나 양성 불평등에 기인한 것인지는 계속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수학이나 과학은 으례 남성이 앞선 분야라는 선입견 때문에 여학생이 수학 교육에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소외되고 있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됩니다.

 

실제로 남녀가 평등한 국가일수록 남녀 학생 간 수학 성적의 격차가 적다는 논문이 2008년 '사이언스'에 실리기도 했습니다. PISA 결과와 세계경제포럼(WEF)의 성격차지수(GGI)를 합쳐서 분석한 결과입니다. 2015년 PISA 결과를 봐도 대부분 국가에서 남학생의 수학 성적이 높지만, 핀란드, 스웨덴, 아이슬란드, 라트비아 등의 국가에선 여학생의 성적이 더 높았습니다. 모두 남녀가 평등한 사회 분위기가 있는 나라들입니다.

 

물론 덴마크나 뉴질랜드처럼 불평등이 심하지 않아도 남녀 수학 성적 격차가 많이 나는 나라들도 있습니다. 미국도 격차가 상대적으로 적었고, 러시아, 슬로베니아, 에스토니아 등도 남녀 학생의 수학 성적이 비슷했습니다. 성별 외에도 여러 사회문화적 요인이 수학 성적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선진국에선 교육에 있어서의 성 격차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진행되어 왔습니다. 이런 노력들이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도 최근 나와 눈길을 끕니다.

 

미국 온라인 경제 매체 쿼츠는 듀크대학 매튜 마켈 교수 등 연구팀이 진행한 중학교 1학년 수학 영재 학생들의 남녀 분포 조사 결과를 보도했습니다. 중학교 1학년 학생에게 미국판 수능이라 할 SAT 수학 시험을 치르게 했습니다. 1980년대 초반에는 상위 1%와 상위 0.5%  그룹에서 여학생 한명당 남학생 수는 각각 1.5명, 3명 수준이었습니다. 반면 상위 0.01% 그룹에선 93%가 남학생이었습니다. 여학생 1명 당 남학생 14명이 있는 셈이지요.  

 

미국 상위 1%, 0.5%, 0.01% 수학 영재 그룹 내 남녀 학생 비율 - 쿼츠 제공
미국 상위 1%, 0.5%, 0.01% 수학 영재 그룹 내 남녀 학생 비율 - 쿼츠 제공

하지만 이 격차는 지속적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상위 1% 및 0.5% 그룹에서도 지속적으로 격차가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0.01% 그룹에서는 2010년 이후 여학생 1명당 남학생 2.5명 수준으로 차이가 크게 줄었습니다.

 

수학 교육의 양성 평등이 가까와졌음을 보여주는 결과라 하겠습니다. 물론 이것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변수가 많고 불명확합니다. 수학이나 과학 관련한 좋은 일자리가 최근 많이 늘었기 때문에, 우수한 여학생이 일자리 시장의 수요를 따라 간 것일 수도 있습니다. 

 

수학에 우수한 자질을 가진 여학생이 수학과 무관한 직업을 선택하는 것에 대해 이런 설명도 있습니다. 미국 밴더필트대학 연구팀의 50년 간 추적 조사에 따르면, 수학 성적이 상위 1%에 드는 여학생은 언어나 소통 등 일반적으로 여성이 앞선다고 간주되는 분야에서도 같은 그룹 남학생보다 좋은 성적을 받았습니다. 다방면에 강한 이런 여학생들이 수학이 아닌 다른 분야 진출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수학, 과학 분야에 여성의 참여가 저조한 것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그럼 우리나라 상황은 어떨까요? 여학생이 성적이나 대학 진학률 등에서 남학생을 앞선지 꽤 되었지만, 여전히 남녀 학생의 수학 성적 격차는 큽니다.

 

2015년 수능 시험에서 국어, 영어 등 다른 주요 과목은 남녀 모두 응시율과 1등급을 받는 학생 비율이 비슷합니다. 어떤 과목 시험을 치른 학생의 남녀 비율이 6:4라면 이중 1등급을 받은 학생의 남녀 비율도 6:4에 근접합니다. 남녀 점수 차가 거의 없다는 얘기죠.

 

반면 수학에서는 이 비율이 크게 벌어집니다.  수학 A 응시 학생 중 여학생은 52.7%인데, 1등급을 받은 여학생은 46.3% 밖에 안 됩니다. 수학 B 응시생 중 여학생은 32.6%인데, 1등급 여학생은 19%입니다.

  

진학사 제공
진학사 제공

2015년 PISA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남녀 학생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의 수학 성적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남녀 간 점수 차가 18점으로 격차가 가장 큰 편에 속합니다. 주요 국가 중 우리보다 격차가 큰 나라는 브라질, 칠레, 룩셈부르크 정도입니다.

 

우리가 딸들에게 공부는 열심히 시키지만, 남녀 학생 간의 평등한 교육에는 아직 많이 신경을 못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됩니다.  특히 수학, 과학, 소프트웨어가 미래의 핵심 소양으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수학의 남녀 격차가 여전하다는 것은 우리가 미래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 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한세희 테크 에디터

ha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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