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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은 어떻게 태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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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01일 11:57 프린트하기

거의 모든 경우, 발견은 새로운 장비에서 비롯된다.
- 존 매더


2012년 학술지 <네이처>에는(10월 11일자) ‘물리학 특별수업(Physics masterclass)’란 특이한 제목의 부록이 실렸다. 그해 7월 독일 린다우에서 열린 ‘린다우 노벨상 수상자 모임’에서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27명과 600명 가까운 젊은 과학자들이 자리를 함께 했는데, 마침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CERN)에서 힉스입자를 발견한 게 거의 확실하다는 발표를 해 축제 분위기였다고 한다.


이런 일도 있고 해서 ‘네이처’는 모임에 참석한 저명한 물리학자 몇 명과 인터뷰를 하는 형식의 부록을 마련한 것이다. 그런데 그 가운데 한 사람인 2006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존 매더(John Mather)의 경우는 좀 특별한 형식이다. 즉 민니 마오(Minnie Mao)라는 신참 과학자와 매더가 세 차례에 걸쳐 주고받은 편지가 실린 것이다.

 

학술지 ‘네이처’ 2012년 10월 11일자에 실린 ‘물리학 특별수업’이란 제목의 부록에는 2006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존 매더(왼쪽 아래)와 신참 과학자 민니 마오(오른쪽 위)가 세 차례에 걸쳐 주고받은 편지가 실렸다. - 네이처 제공
학술지 ‘네이처’ 2012년 10월 11일자에 실린 ‘물리학 특별수업’이란 제목의 부록에는 2006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존 매더(왼쪽 아래)와 신참 과학자 민니 마오(오른쪽 위)가 세 차례에 걸쳐 주고받은 편지가 실렸다. - 네이처 제공

호주 태즈메이니아대에서 전파 데이터를 분석해 우주의 진화를 연구한 마오는 4월 박사학위논문을 제출하고 미 국립전파천문대(NRAO)로 와서 박사후연구과정을 시작한 시점이다. 호주에서 호주전파망원경(ATCA)으로 일하다 이보다 훨씬 큰, 뉴멕시코에 있는 잰스키전파망원경(VLA)을 갖고 일하게 됐다며 마오는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그러면서 현재 미항공우주국(NASA)에서 허블우주망원경을 이을 제임스웹우주망원경(JWST) 프로젝트를 지휘하고 있는 매더에게 JWST(2018년 설치될 예정)에서 얻을 가장 중요한 결과가 무엇일지 묻고 있다.

1997년 개봉한 영화 ‘콘택트’ 포스터의 배경에는 안테나가 일렬로 배열돼 있는 젠스키전파망원경(VLA)이 등장한다. - 워너브라더스 제공
1997년 개봉한 영화 ‘콘택트’ 포스터의 배경에는 안테나가 일렬로 배열돼 있는 젠스키전파망원경(VLA)이 등장한다. - 워너브라더스 제공

매더는 답신에서 먼저 앞으로 자신을 존이라고 부르라며(즉 편하게 대하라며) 자신은 물리학과 천문학 장비를 만드는데 열정이 있다고 고백한다. 참고로 매더는 우주배경복사를 관측하는 코베 위성 프로젝트를 이끌었고 우주배경복사 지도를 정밀하게 만든 공로로 2006년 노벨상을 받았다. 글 앞에 인용한 것처럼 매더는 새로운 장비가 있어야 과학이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JWST에 관한 질문에 대해서는 “가장 중요한 발견이 무엇일지 모른다”며 “누군가가 이미 알고 있다면 그건 발견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지는 답신에서 마오는 “대학원 때 ATCA를 속속들이 파악해 프로젝트에서 그 능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었다”며 VLA에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배움이란 단순히 정보를 축적하는 게 아니라 정보를 얻는 과정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는 자신의 철학을 피력하기도 했다.


매더는 답신에서 “장비의 능력을 그 설계의 한계 너머로 밀어붙여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시험한 사람들이 과학에서 진정한 돌파구를 연다”며 마오에게 그런 실험을 설계할 수 있는 과학자가 돼야 한다고 당부한다.


‘관측에 관한 대화(A conversation about observation)’이라는 제목 아래 두 천문학자가 주고받은 편지 여섯 통을 읽으며 ‘이것이 진정한 멘티와 멘토의 관계구나...’라는 감동을 느꼈다.

 

별 형성 시나리오 관측으로 입증돼


지난해 ‘네이처’에는(2월 12일자) 잰스키전파망원경(VLA)의 관측 데이터를 해석해 우주의 가스와 먼지에서 별이 형성되는 메커니즘의 하나를 입증한 논문이 실렸다. 아쉽게도 저자 명단에서 민니 마오는 없었다. 칼 세이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콘택트’(1997년)에도 나왔던 VLA는 해발 2124미터 고지에 지름이 25미터인 안테나 27개가 Y자 모양으로 배열된 전파망원경으로 1980년 완공돼 관측을 해오다 2000년대 들어 대대적인 업그레이드 작업을 거쳐 2011년 재탄생했다. 그 결과 우주에서 오는 전파를 수신하는 민감도와 해상력이 크게 향상됐다.


태양처럼 내부에서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 적외선에서 가시광선, 자외선에 이르는 짧은 파장의 빛이 강력하게 나오는 별(표면 온도가 수천 도, 수만 도이므로)은 관측하기가 쉽지만 가스와 먼지에서 별이 형성될 때는 온도가 낮고 따라서 긴 파장인 전파가 그것도 약하게 나온다. 따라서 기존 전파망원경으로 얻은 관측 데이터로는 명쾌하게 해석하기가 어려웠다.


그동안 많은 천문학자들이 별의 형성에 대한 이론연구를 해왔고 그 결과 별은 하나씩 태어나는 게 아니라 몇 개씩 무리를 지어서 형성된다고 결론내렸다. 실제 별들을 관측해보면 태양계처럼 한부모가정(별 하나에 행성 몇 개)은 반 정도이고 나머지는 별이 둘 또는 그 이상이 엮여 있는 상태인 다중성계다. 사실 홀로 있는 별도 태어나는 과정에서 떨어져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


우주 가스와 먼지에서 별이 형성되는 과정을 설명하는 여러 메커니즘 가운데 두 가지가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나는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는 분자구름을 이루는 가스에서 교란이 일어나 커다란 덩어리로 쪼개지면서 각각이 중력수축으로 밀도가 높아지며 결국 별이 된다는 시나리오다.

 

다른 하나는 규모가 작은 분자구름에서 밀도가 높은 원반이 형성되면서 불안정한 중력으로 작은 덩어리로 쪼개지며 별이 형성된다는 시나리오다. 즉 앞의 시나리오에서는 별들이 서로 거리를 두고 형성되고 뒤의 시나리오에서는 서로 가까이에서 만들어진다. 그러나 이들 시나리오를 입증하는 관측결과는 없는 상태였다.

 

‘네이처’ 2015년 2월 12일자에는 먼지(파란색)에 둘러싸인 밀도가 높은 가스구름(흰색) 덩어리에서 별이 형성되고 있는 장면을 VLA로 관측한 연구결과가 실렸다. 빨간 점은 원시별이고 검은 점들은 구름에서 밀도가 가장 높은 부분으로 앞으로 원시별로 진행될 것이다. - NRAO 제공
‘네이처’ 2015년 2월 12일자에는 먼지(파란색)에 둘러싸인 밀도가 높은 가스구름(흰색) 덩어리에서 별이 형성되고 있는 장면을 VLA로 관측한 연구결과가 실렸다. 빨간 점은 원시별이고 검은 점들은 구름에서 밀도가 가장 높은 부분으로 앞으로 원시별로 진행될 것이다. - NRAO 제공

지난해 ‘네이처’에 실린 논문은 첫 번째 시나리오에 따라 별이 형성되고 있는 장면을 VLA로 관측했다는 내용이다.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 천문학연구소 제이미 피네다 교수팀과 다국적 공동연구팀은 지구에서 250파섹(1파섹은 3.26광년) 떨어진 페르세우스 영역의 중심인 바너드5에서 밀도가 높은 기체가 넓은 범위에 걸쳐 네 덩어리로 나뉘어 있음을 관측했다.


이 가운데 한 곳에서는 중력수축이 일어나 원시별(protostar)이 만들어진 상태다. 나머지 세 곳에서는 중심의 기체 밀도가 높아져 중력수축이 일어나기 직전 상태로, 대략 4만 년 뒤에는 별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원시별이 세 덩어리의 중심과 떨어진 거리는 각각 3300AU(천문단위. 1AU는 지구와 태양의 평균 거리), 5100AU, 1만1400AU로 꽤 멀리 떨어져 있다.


원시별의 질량은 태양질량의 10% 수준이고 기체 덩어리 셋은 각각 태양질량의 0.36, 0.26, 0.30배로 추정된다. 기체 덩어리의 30%가 별이 된다고 가정할 경우 가장 가벼운 건 별의 한계인 태양질량의 7.6%를 간신히 넘기는 수준이다. 연구자들은 이 상태가 별 네 개로 이루어진 사중성계가 될 수도 있지만 덩어리들이 서로 더 멀어져 한 두 개가 떨어져 나갈 경우 쌍성계 또는 삼중성계가 될 수도 있고, 심지어 구름 덩어리들이 더 쪼개질 경우 별이 만들어지지 못해 지금 형성된 원시별만 별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네이처’ 10월 29일자에는 원시별 세 개가 가까운 거리에서 형성된 상태를 아타카마전파망원경(ALMA)으로 관측한 연구결과가 실렸다. 밝은 부분 가운데 빨간색 십자표시(+)가 원시별의 중심이다. - 네이처 제공
‘네이처’ 10월 29일자에는 원시별 세 개가 가까운 거리에서 형성된 상태를 아타카마전파망원경(ALMA)으로 관측한 연구결과가 실렸다. 밝은 부분 가운데 빨간색 십자표시(+)가 원시별의 중심이다. - 네이처 제공

원시별 삼형제


‘네이처’ 10월 27일자에는 아타카마전파망원경(ALMA)으로 별 형성의 두 번째 시나리오를 관측하는데 성공했다는 논문이 실렸다. 2013년 완공된 ALMA는 칠레 북부 해발 5000미터 차얀토 고원에 설치된 세계 최대 규모의 전파망원경으로 지름 12미터인 안테나 54개와 7미터인 안테나 12개로 이뤄져 있어 VLA보다도 감도와 해상력이 높다.


미국 오클라호마대 물리학·천문학과 존 토빈 교수팀과 다국적 공동연구팀은 지구에서 230파섹 떨어진 L1448 IRS3B(역시 페르세우스 영역에 속한다)가 중력적으로 불안정한 원반이 쪼개지며 형성된 원시별 세 개(각각 a, b, c)로 이뤄진 상태라고 밝혔다. 나이가 15만 년도 안 된 이 원시별들은(앞의 바너드5보다는 많다) 서로 떨어진 거리가 200AU가 안 된다.


원시별  가운데 a와 b는 61AU 거리로 매우 가깝고, c는 a와 183AU 떨어져 있다. 원시별의 질량은 a와 b를 합쳐 태양질량과 비슷하고 c는 8.5% 수준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c에서 전파가 가장 많이 나와 이미지에서는 가장 밝아 보인다. 원시별들은 원반에서 유래한 나선에 놓여 있다. 즉 분자구름이 여전히 남아있는데 다 합치면 태양질량의 30%는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원시별들은 앞으로도 중력수축을 계속하다가 수백만 년이 지나면 중심에서 핵융합반응이 일어나며 진짜 별로 변신할 것으로 보인다.

 

학술지 ‘사이언스’ 9월 30일자에는 어린 별 주변에서 나선을 이루고 있는 가스구름을 ALMA로 관측해 분석한 논문이 실렸다. 나선 두 개가 별(가운데 밝은 부분)을 둘러싸고 있다. - 사이언스 제공
학술지 ‘사이언스’ 9월 30일자에는 어린 별 주변에서 나선을 이루고 있는 가스구름을 ALMA로 관측해 분석한 논문이 실렸다. 나선 두 개가 별(가운데 밝은 부분)을 둘러싸고 있다. - 사이언스 제공

태양계 이해하는데 도움

 

한편 학술지 ‘사이언스’ 9월 30일자에는 행성이 형성되려고 하는 초기 별을 관측했다는 논문이 실렸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전파천문학) 라우라 페레즈 박사팀과 다국적 공동연구팀은 역시 ]ALMA으로 이 멋진 장면을 포착하는데 성공했다. 지구에서 139파섹 떨어진 거리에 있는 어린 별 엘리아스(Elias)2-27 주위에는 여전히 원반이 남아있는데 이번 관측결과 분자구름이 나선 두 개로 밀집돼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별의 질량은 태양질량의 50~60%로, 나선의 질량은 태양질량의 4~14%로 추정된다. 그리고 매년 달 질량의 5분의 1 정도 되는 질량이 나선에서 별로 유입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별에 가까운 곳에서는 가스를 별에 뺏겨 지구형 행성이 형성될 것이고 먼 곳에서는 가스를 유지해 목성형 행성이 만들어져 태양계와 비슷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관측 장비의 성능이 개선되면서 가설에 머물렀던 천문학 이론들이 속속 실험으로 확인되고 있다. 어느 날 받아본 학술지에 실린 논문을 보다가 저자목록에서 민니 마오라는 이름을 만난다면 무척 반가울 것이다.

 

※ 필자소개
강석기. 서울대 화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지내고 있다. 지은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4권, 2012~2015),『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나』(2014)가 있고, 옮긴 책으로 『반물질』(2013), 『가슴이야기』(2014)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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