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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의 맥주생활 (8)] 맥주는 양조장 그늘 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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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의 맥주생활 (8)] 맥주는 양조장 그늘 아래서

2016.11.11 17:00

북쪽에서부터 서서히 물들기 시작한 단풍이 이제 남도에서 절정을 맞았다. 관광버스들이 사람들을 전국 단풍 명소로 부지런히 실어 나르는 이 때. H도 전북 고창 선운산으로 단풍놀이를 떠나려 한다. ‘일단 풍천 장어에 복분자주로 힘을 좀 내고, 짭쪼름한 젓갈 반찬으로 한 상 차려주는 젓갈 정식도 놓치면 안 되지. 수박도 유명한데 제 철이 아니라 아쉽네…’


음식 사진들을 보며 입맛을 다시던 중 H의 눈길이 고정된 한 블로그. 고창 수제맥주 양조장 견학 후기가 올라와 있다. 오호 횡재다. 역시 단풍으로 유명한 수많은 명소 중 고창 선운산이 내 마음 속에 들어온 이유가 있었어. 맥주가 기다리고 있었군.


그러고 보니 고창뿐만이 아니라 전국 곳곳에 맥주 양조장들이 있다. 경기 남양주, 충북 음성, 충남 공주, 경북 문경, 부산, 제주… 맥주 만드는 곳이 이렇게나 많았다니. 양조장을 돌면서 전국 일주를 해도 되겠다.


경치 좋고 음식 좋고 게다가 신선한 맥주까지 있다. 신이 난다, 신이 나. 어디 한번 떠나보자~

 

 

코리아크래프트브류어리(KCB) 전경 - KCB 제공
코리아크래프트브류어리(KCB) 전경 - KCB 제공

맥주 양조장 도착. 탁 트인 주변 환경에 마음까지 시원해진다. 양조사의 안내로 공장 이 곳 저 곳을 돌며 견학이 시작된다. 먼저 실제 맥주 제조에 사용되는 보리와 홉을 만져보고 씹어도 본다. 이 보리의 구수한 맛과 홉의 열대과일향, 솔향이 깊게 배어들어 맛있는 맥주가 탄생한다.


본격적으로 맥주가 만들어지는 공간에 들어서자 달큰한 향이 확 다가온다. 어릴 적 명절 때 할머니 댁에 가면 아랫목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식혜에서 이런 냄새가 났었다. 눅진하면서 달달한 향. 이게 바로 싹튼 보리(맥아)의 향이다. 이 맥아에서 나온 당을 효모가 섭취한 후 알코올과 탄산을 만들어낸다.

 

 

(교정 전) [H의 맥주생활 (8)] 맥주는 양조장 그늘 아래서 - 먼데이나이트 브루잉 제공
먼데이나이트 브루잉 제공

계속해서 맥주 제조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맥아에서 당을 추출하는 탱크, 맥주가 발효되는 탱크 등을 거쳐 한기가 느껴지는 숙성실에 다다른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맥주 시음 시간이다. 이 순간만을 위해 장장 몇 시간을 버텼는가…


커다란 숙성 탱크에서 막 나온 맥주가 손에 건네지는 순간, 오렌지와 살구향이 진동을 한다. 맥주의 향이 이렇게 강한 것인지 미처 몰랐다. 향을 음미한 후 한 모금 꿀꺽 넘기자, 온갖 과일들의 맛과 솔잎 향이 입안을 가득 채우고 구수한 단맛과 씁쓸함이 마무리를 한다. 효모를 거르지도 않고 살균도 하지 않은, 그 어디서도 경험할 수 없는 살아있는 맥주의 맛!


가장 맛있는 맥주는 신선한 맥주라더니 역시 그 말이 틀리지 않았다. 오죽하면 ‘맥주의 나라’ 독일의 속담에 ‘맥주는 양조장 굴뚝 그늘 아래서 마셔야 한다’는 말이 있을까.


아, 집에 가기 싫다. 이곳이 천국이구나. 영원히 여기 살고 싶다.

 

 

KCB 제공
KCB 제공

수제맥주의 매력 중 하나는 전 세계 어디서나 그 지역 양조장에서 만들어진 맥주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어느 하나 같은 맛의 맥주가 없고 양조장들의 설비도 모두 다르다. 원료, 발효 방식 등에 해당 지역의 자연 환경과 문화가 반영돼 있기에 그것을 알아가면서 맥주를 마시는 것도 묘미다. 맥주가 여행의 좋은 동반자가 될 수 있는 이유다.


영국의 버튼온트렌트 지역에서 왜 페일에일이 탄생했는지, 벨기에 수도원 맥주가 왜 유명해졌는지, 양조장을 방문해 지역 맥주 특색을 알아보고 실제 맥주를 만드는 사람들과 대화도 해보면 여행이 한껏 풍성해진다.


물론 국내에서는 중소 맥주 양조장의 역사가 짧아 유서 깊은 문화를 즐기기엔 아쉬움이 있지만 최근에는 특산물을 가미한 맥주, 국산 보리 맥주 등 지역의 특색을 반영한 맥주들이 생겨나고 있다.


양조장 견학을 위해서는 사전 예약이 필수다. 국내에 견학이 가능한 대표적인 수제맥주 양조장으로는 충북 음성의 ‘코리아크래프트브류어리(KCB)’, 경기 남양주 ‘더핸드앤드몰트’, 충남 공주 ‘바이젠하우스’ 등이 있다. 각 양조장 홈페이지에서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정식 견학 프로그램이 없는 곳이라도 미리 연락하고 가면 양조장 구경을 할 수 있는 곳이 많다.공장을 들여다볼 수 없더라도 맥주를 마시는 공간이 마련돼 있는 곳도 있으니 여행지를 골랐다면 양조장을 찾아보자. 크래프트비어 맹맵에서 전국의 양조장 검색이 가능하다. 

 

 

데슈츠브루어리 제공
데슈츠브루어리 제공

해외 여행에도 맥주가 빠질 수 없다. 맥주로 유명한 도시라면 큰 맥주 공장을 견학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어김 없이 있다. 아일랜드의 기네스, 네덜란드의 하이네켄, 체코의 필스너우르켈, 중국의 칭타오, 일본의 삿포로·아사히 등이다. 미국이나 캐나다, 영국, 독일 등의 주요 도시에는 가이드와 함께 여러 수제맥주 양조장을 돌아보는 투어 프로그램도 잘 갖춰져 있다. 해당 도시의 관광청 홈페이지에서 대부분 정보를 얻고 예약할 수 있다.


오늘은 여행 사진을 보면서 맥주 추억을 되새기며 한잔 해볼까. 아일랜드 킬케니의 작은 양조장에서 만난 코 끝이 빨간 오도넬 아저씨는 잘 계시는지… 한국에 가면 친구들에게 소개해달라며 꾹꾹 눌러 주소를 써 주셨는데… 술 기운에 안부 엽서라도 띄우고 싶다.

 


<’1일 1맥’ 추천맥주>

 

칼텐하우젠 제공
칼텐하우젠 제공

이름 : 에델바이스 스노 후레쉬(Edelweiss Snow Fresh)
도수 : 5.0%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근교 알프스 산기슭에 위치한 양조장에서 만들어진 밀맥주다. 5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양조장의 전통 맥주 레시피에 알프스 허브를 가미해 2006년 탄생했다. 밀맥주에서 맛볼 수 있는 바나나향, 과일향과 함께 민트의 매콤한 향과 허브의 상쾌한 향을 복합적으로 느낄 수 있다.


라벨에 그려진 오스트리아 국화(에델바이스)와 병에 양각으로 새겨진 알프스 산맥 덕에 이국적인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다.

 

 

※ 필자소개
황지혜. 비어포스트 에디터, 전 매일경제신문 기자. 폭탄주와 함께 청춘을 보내다 이제는 돌아와 수제 맥주 앞에 선 한량한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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