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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경 기자의 온도차 ③] 美 대선 D-1, 과학자들도 잠 못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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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08일 17:00 프린트하기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 힐럴리 클린턴 캠프 홈페이지 캡처 제공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 힐럴리 클린턴 대선 캠프 홈페이지 캡처

D-1. 오늘(현지시간 7일)은 미 대통령 선거 하루 전날입니다. 투표권이 없는 거주자 신분이어서 그런 걸까요. 한국 대선 하루 전날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입니다. 대선의 열기를 느낄 수 없다고나 할까요. 필자가 살고 있는 지역이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외곽의 작은 도시여서 더욱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겠습니다. 투표는 8일(현지시간) 오전 8시~오후 7시 진행됩니다.


물론 TV만 틀면 선거철임을 실감할 수 있는 정책 광고는 끝도 없이 이어집니다.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 선거 당일 대통령을 선택하는 것 외에 각종 법률 개정안에 대한 찬반 투표도 해야 합니다.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법안의 경우 TV 광고부터 매우 ‘세게’ 나옵니다. 가령 56조의 경우 담배 한 갑당 세금을 2달러 더 붙여 현행 87센트에서 2달러87센트로 상향 조정하자는 내용입니다. 당연히 찬반이 갈릴 수밖에 없습니다. 사형제를 폐지하고 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바꾸자는 62조의 경우에도 최근 TV만 틀면 ‘YES on 62’와 ‘No on 62’ 광고가 연이어 나오며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합니다.

 

아쉽게도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과학 정책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만한 이슈를 만들지 않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계 주요 이슈에 대해 두 후보가 어떤 시각을 갖고 있는지 짚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미국은 전 세계 과학 연구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 도널드 트럼프 대선 캠프 홈페이지 캡처. 제공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 도널드 트럼프 대선 캠프 홈페이지 캡처

●우주 개발: 열정적인 클린턴 vs. 시큰둥한 트럼프

 

클린턴은 열네 살 때 우주비행사가 되길 원했습니다. 그래서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NASA가 여성 우주비행사를 양성하지 않을 때였습니다.

 

우주비행사의 꿈은 꺾였지만 클린턴은 여전히 우주에 열정적입니다. 우주 개발에서는 미국이 지속적으로 앞서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피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오바마 정부 들어 시작된 유인 화성 탐사 계획에도 적극 찬성하고 있습니다.

 

클린턴은 “유인 화성 탐사가 가능하도록 우리의 능력을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는 NASA를 적극 지지하는 민주당의 당론과도 맞아 떨어집니다.

트럼프 역시 우주 개발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는 “강력한 우주 프로그램이 어린이들로 하여금 ‘스템(STEM)’ 분야를 추구하도록 만들고, 이를 통해 수백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수천만 달러의 투자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스템(STEM)은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수학(Mathematics)의 알파벳 첫 글자를 딴 것입니다.

 

하지만 우주 개발에 대한 트럼프의 진정한 입장은 “우리 사회는 지금 당장 우주 개발보다 더 큰 문제를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트럼프는 사회 간접 자본, 경제, 국방 분야에 대한 투자가 우주 개발보다 앞서야 한다고 수차례 얘기했습니다.

 

현재 미국의 우주 개발은 ‘황금기’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2018년 말 차세대 우주 망원경인 ‘제임스 웹(James Webb)’을 우주로 쏘아 올릴 예정이며, 제임스 웹의 뒤를 이을 우주망원경 ‘WFIRST’ 제작에도 착수했습니다. 그런 만큼 미국 내 우주 관계자들은 다음 정부에서도 우주 개발에 지속적으로 예산이 투입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등 유전자 교정 기술은 최근 생명공학 연구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다.   - 사이언스 제공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등 유전자 교정 기술은 최근 생명공학 연구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 중 하나다. - 사이언스 제공

●유전자 가위: GMO 표기 찬성 클린턴 vs. 침묵하는 트럼프

 

클린턴은 생명공학 분야 정책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힌 적은 없습니다. 다만 유전자변형농산물(GMO)이 아프리카의 기아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또 최근 국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는 GMO 표기 문제에 대해서는 GMO를 원재료로 썼다면 GMO로 표기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냐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트럼프의 경우 생명공학 분야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화당의 입장은 GMO가 이미 안전하고 건강한 작물일 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에 큰 도움을 주고 있는 만큼 GMO 표기 의무화에는 반대하고 있습니다.


현재 생명공학 분야의 뜨거운 감자는 크리스퍼와 같은 유전자 가위 기술입니다. 미 정부는 법적으로 어떤 종류의 유전자 가위 기술을 허용할지 결정하지 않은 채, 유전적으로 변형된 생명체의 경우 개별 건에 대해 허가나 불허하는 방식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가령 올해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은 지카 바이러스의 전파를 막기 위해 유전자를 조작한 GM 모기 사용은 허가했습니다.

 

유전자 교정 기술은 난치병 치료 등 인류에게 큰 도움을 줄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를 통해 아기가 태어날 경우 인간의 우열을 낳고 운명을 결정짓는 등 큰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향후 행보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Flickr 제공
Flickr 제공

●기후변화: 온실 가스 줄이자는 클린턴 vs. 기후변화는 거짓말이라는 트럼프

 

기후변화에 대한 클린턴의 문제의식은 확고합니다. 클린턴은 2025년까지 온실 가스 배출량을 2005년의 30%까지 줄이겠다는 목표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2050년까지 80%를 감축하겠다는 계획입니다.

 

클린턴은 재생에너지 개발 등에 600억 달러(약 68조 원)를 투입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습니다. 10년 안에 미국의 모든 가정의 화석연료 소비량을 3분의 1로 줄이고 나머지를 청정에너지로 채우겠다는 겁니다.

 

반면 트럼프는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라는 개념 자체가 ‘거짓말(hoax)’이라고 비판합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쓸데없는 노력이 미국 경제에 짐이 된다고 강조합니다. 지난해 12월 프랑스 파리에서는 195개국이 모여 유엔 기후변화협약 파리협정을 체결하면서 신(新)기후체제 출범을 알렸습니다. 미국도 당연히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면 상황이 바뀔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트럼프는 한 유세 현장에서 “우리는 파리협정을 취소하고, 유엔(UN)의 지구온난화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도 중단할 것”이라고 얘기했습니다. 트럼프는 “천연가스와 미국의 에너지 자원

사용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늘리도록 권장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pixabay 제공
pixabay 제공

●기초의학 연구: 노화 연구에는 동감

 

클린턴은 연간 20억 달러(약 2조2700억 원)가 투입되는 알츠하이머성 치매 연구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왔습니다. 또 현 오바마 정부의 암 정복 프로젝트인 ‘캔서 문샷(cancer moonshot)’을 지지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클린턴은 지카 바이러스 정복을 위해서도 추가로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트럼프는 기초의학 이슈에 대해 거의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미 국립보건원(NIH)의 역할에 대해 “형편없다(terrible)”고 표현하면서 “언젠가는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만으로 많은 예산을 투입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알츠하이머성 질환에 대해서만큼은 “내 주변에는 알츠하이머로 인해 고통 받는 가정이 너무 많다”며 큰 관심을 나타냈습니다. 트럼프의 아버지도 알츠하이머를 앓았습니다.

 

올해 NIH 예산은 323억 달러(약 36조6700억 원)에 이릅니다. 다양한 기초의학 분야가 연구되고 있지만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알츠하이머성 치매 등 노화와 관련된 연구 비중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주 얼바인=이현경 기자

uneasy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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