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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 플랫폼의 진화, '애플워치 시리즈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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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19일 13:30 프린트하기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기존 애플워치에 썩 불만은 없었다. 신제품을 크게 기다리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의미가 있다. 일단 시계로서의 애플워치는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게 됐다. 시계를 바라보는 관점으로 보자면 이 디자인은 하나의 라인업이기에 전혀 다른 디자인의 시계가 추가로 나오면 몰라도, 이를 완전히 대체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갈증이 크지 않았다.

배터리와 디스플레이, 프로세서로 돌아가는 IT 기기 입장에서 보자면 지난 두 번의 큼직한 업데이트로 이 기기는 눈에 띄게 빨라졌다. 시간이 갈수록 성능적 갈증이 오히려 줄어든 사례랄까. 어쨌든 쓰는 입장에서는 ‘이제 좀 쓸만하다’라는 찰나에 신제품이 등장했다. 그리고 모두가 아는 것처럼 ‘시리즈2’라는 이름이 붙었다. 미묘한 이름의 차이지만 애플은 여전히 애플워치를 IT기기보다 시계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최호섭 제공
최호섭 제공

애플이 그린 시계의 그림

애플워치가 발표된 지 이제 막 2년이 지났다. 웨어러블 기기가 스마트폰의 뒤를 이어 세상을 지배할 것 같던 시기였다. 그런 상황에서 처음 등장한 애플워치는 안드로이드웨어를 비롯해 기존 스마트 워치와 이렇다 할 만큼 차별된 시나리오를 내지 못했다. 다소 밋밋하게 흐르던 스마트 워치 시장에서 애플은 뭔가 다른 걸 꺼내 놓을 것 같은 기대 때문이었을 게다.

하지만 애플워치를 돌아보면 이 기기에 필요했던 건 시나리오가 전부가 아니었다. 새로운 것에 대한 맹목적 요구는 모두가 아는 시나리오를 어떻게 해석하고, 익숙하게 만드냐의 중요성을 묻어버렸던 게 아닐까. 애플은 애플워치로 그 생각을 차분히 다져왔다. 지난 2년, 그리고 두 번의 큼직한 업데이트를 거치면서 애플은 시계로서의 애플워치를 잘 다듬었다. 기기에 대한 만족은 완전히 새로운 무엇인가를 만든다기보다 스마트 워치의 아주 작고 제한적인 환경을 어떻게 하면 아기자기하게 잘 꾸미냐에 달려 있는 것 같다.

 

 

최호섭 제공
최호섭 제공

새 애플워치는 단순히 성능을 끌어올리고, 디자인을 바꾸는 신제품의 의미보다. 애플이 생각하는 이 시계의 작은 진보다. 동그란 디자인이나 파격적인 디자인 변화를 기다했다면 실망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애플워치 시리즈2를 통해 애플이 이 애플워치를 시계처럼 대하고 있다는 점은 더 확실히 드러났다. 시간이 지나도 질리지 않을 디자인을 뽑아내고, 이를 조금씩 고쳐나가는 건 시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략이다. 애초 몇 만원에서 수십만원씩 나가는 밴드를 계절마다 쏟아낼 수 있었던 것도 일단 이 네모난 디자인과 그 액세서리를 유지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이이기다. 혹시라도 또 신제품이 나오더라도 다른 라인으로 넓히면서 이 디자인은 지속적으로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애플워치 그 자체로 생태계가 됐다는 이야기다.

 

시리즈2 존재의 이유, 워치 OS3

애플은 왜 새 시계를 내놓았을까? 그 답이 바로 애플워치 시리즈2의 달라진 점에 있다. 먼저 성능이다. 애플워치는 애플 제품 중에서 가장 급박한 진화를 하는 제품이다. 애플이 이 극도로 제한적인 기기를 발전시키는 데 뭔가 쾌감을 느끼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정확히는 빨라진 것 처럼 움직인다’는 게 맞겠지만 워치OS3 이후 웬만해서는 로딩 화면을 보지 않아도 되는 게 어색할 정도다.

이 작은 기기에 배터리를 넣고, 그걸 다시 하루 종일 버티게 하려면 결과적으로 프로세서에 명확한 한계가 따르게 마련이다. S1 프로세서의 가장 큰 미덕 역시, 저전력이다. 그래서 애플은 백그라운드 메모리를 이용해 소프트웨어적으로 성능 한계를 넘었다. 물론 그건 이제까지의 이야기다.

 

 

최호섭 제공
최호섭 제공

워치OS3에서 애플은 애플워치의 방향성을 조금 바꾼다. 더 많은 그래픽 효과를 입힐 수 있도록 스프라이트킷과 씬킷 등 개발도구가 더해졌다. 1초에 60프레임씩 애니메이션을 뽑아낼 수 있는 소프트웨어적 기반이 다져진 셈이다. 개별 앱들이 스피커에도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스마트폰 같은 기기에서는 당연한 일이겠지만 배터리가 중요한 스마트워치에서는 화려함은 곧 독이다. 애플이 이를 풀었다는 것은 기기적으로, 그러니까 성능과 배터리에 자신이 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새 환경에 더 적합한 하드웨어를 기대할 수 있는 조건이기도 하다.

일단 애플은 듀얼코어 프로세서로 이를 풀었다. S2 프로세서는 코어를 두 개로 늘리면서 CPU 성능은 50% 높이고, 그래픽 성능은 두 배로 높였다. 생태계에 더 화려한 그래픽을 만들어내라는 요구로 해석해볼 수 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 워치OS3과 만난 애플워치는 성능이 부족하진 않았다. 그럼에도 애플워치 시리즈2는 더 빨랐다. 미리 로딩해두지 않은 앱을 띄울 때도 부담이 전혀 없다.


정리해보자면 이 프로세서는 애플워치가 달라지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 초반 애플워치는 앱을 실행하는 용도보다 알림 메시지를 받아보는 목적이 더 컸다. 로딩이 끼친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워치OS3을 올리면서 적어도 자주 쓰는 앱은 더 적극적으로 쓸 수 있는 계기를 열었고 애플워치 시리즈2로 하드웨어를 채운 셈이다. 개발 환경에서도 더 나은 그래픽, 사운드를 낼 수 있다.

 

 

최호섭 제공
최호섭 제공

소리 이야기도 해보자. 이 작은 시계에 왠 그래픽, 사운드냐고 할 수 있는데, 그 차이가 은근히 있다. 애플워치 시리즈2는 스피커가 확실히 좋아졌다. 소리 크기는 비슷하지만 메시지가 더 또렷이 전달된다. 미키마우스 워치페이스에서 나오는 시각 알림 소리만 해도 확연히 차이가 날 정도로 소리가 좋아졌다. 이건 그냥 음질이 좋아졌다는 것보다도, 스피커를 활용한 앱을 위한 개선으로 보는 편이 가까울 것 같다. 그러니까 애플워치 시리즈2는 단순한 새 하드웨어가 아니라, 새 워치OS가 가려는 방향에 기반이 되는 판, 즉 하드웨어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다지는 기기다.

 

시계로서의 진화, 그리고 방수

시계로서의 변화도 있다. 디자인이 달라지지 않아서 실망했을 수도 있지만 개선점이 꽤 크다. 일단 디스플레이 밝기가 1000니트로 환해졌다. 숫자가 잘 와 닿지 않을 수 있는데 밝은 대낮에 햇볕 아래에서 시계를 봐도 어둡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쨍쨍한 가을 하늘 아래에서도 화면이 잘 보인다.

미묘하지만 배터리 지속 시간도 길어졌다. 워치OS3 들어서 기존 시계도 어느 정도 배터리 이용 시간이 늘어나긴 했다. 하지만 애플워치 시리즈2는 이틀을 쓰는 데 스트레스가 거의 없다. 지금 38mm 스포츠 모델을 쓰고 있는데, 아침 7시에 집을 나서 특별히 의식하지 않고 밤 10시에 풀렀을 때 70% 넘게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최호섭 제공
최호섭 제공

사실 새 애플워치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방수다. 애플워치는 디자인부터 마케팅 등 다양한 부분에서 시계의 그것을 따랐지만 딱 하나 빠진 게 있었다. 바로 방수 규격이다. 기존 애플워치는 IPxx 방식의 방수 조건으로 설계됐다. 이 방식은 완전히 검증된 규격이 아니다. 무엇보다 방수라고 하지만 물에서 쓰라고 만든 설계가 아니다. 제품을 물에 빠뜨리거나 수돗물에 손을 씻을 때, 갑자기 내리는 비를 맞았을 때 고장나지 않는 조건을 염두에 둔 설계다. 기존 애플워치도 그렇고, 아이폰7의 방수도 IPxx 방식이다.

그래서 애플워치를 차고 수영하는 것은 금기시되는 일이었다. 물론 물에서 어느 정도 버틸 수는 있지만 수영장에 들어갈 때는 풀러 두는 것이 맞다. 초반에 애플워치를 이용한 수영 앱을 개발한 업체들이 꽤 있었는데, 모두 실패한 게 바로 애플이 수영 관련 앱을 앱스토어에 등록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애플워치 시리즈2는 수영이나 약간의 스쿠버 다이빙 정도의 환경을 버틸 수 있는 시계다. '50미터 방수' 조건을 만족하기 때문이다. 이 방수 규격은 ISO 국제 표준이고, 물에서 쓰는 기기를 대상으로 하는 규격이기도 하다. 아예 애플워치 시리즈2의 운동 앱에는 수영 관련 시나리오가 포함되어 있다. 수영장의 길이를 입력하고, 수영법을 입력하면 운동량을 측정해준다.

 

 

최호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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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건 여기에서 애플의 세밀함이 드러난다는 점이다. 보통 애플워치가 운동량을 측정할 때는 심박수를 함께 재는데, 물에서는 빛을 이용하는 심박 센서가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끈다. 따로 켤 수는 있다. 또한 수중 모드를 켜면 화면 터치 입력도 멈춰진다. 물이 닿으면 정전식 터치 센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수중 모드를 끌 때는 용두를 위로 올리면 되는데, 이때 스피커에서는 삑삑삑 소리가 난다. 이 소리는 스피커에 묻은 물을 털어내는 역할을 한다. 단순히 방수로 물을 막는 데에서 끝날 수 있지만 그에 관련된 시나리오들을 기기에 집어넣은 게 꽤 재미있나.


애플워치의 변화는 디자인이나 성능처럼 IT 기기 관점에서 접근하는 변화가 끼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대신 좀 더 아웃도어에 맞춰진 기기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이게 애플이 시계를 해석하는 구심점이라고 보면 된다. 어떻게 보면 금을 입힌 '에디션'이 사라진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금 애플워치의 방향은 극단적인 럭셔리 이미지보다 나이키 에디션같은 방향성이 더 가까워 보인다. '라도'를 떠올리는 세라믹 재질도 젊고 활동적인 이미지를 고급스럽게 풀어내는 해석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에르메스 에디션은 감당할 수 있는 한도 안의 사치를 부릴 수 있는 옵션으로 남겨 두었다.

 

 

※ 필자소개

최호섭. PC사랑을 시작으로 최근 블로터까지 IT 분야만 팠다. 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아까워서 들여다보기 시작한 노트북과 팜 파일럿 PDA는 순간이 아니라 인생을 바꿔 놓았다. 기술 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역사와 흐름을 읽고자 한다. 세상은 늘 배울 게 많고, 기술은 거짓말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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