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바로가기본문바로가기

동아사이언스

위상수학, 도시를 최적화하다

통합검색

위상수학, 도시를 최적화하다

2016.11.29 18:00

미래 도시의 모습을 상상해 보자.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세련된 느낌의 도시이지 않을까. 그런데 어쩌면 우리가 상상한 것과 다를 수도 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괴상망측한 모습의 도시일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앞서 봤던 그림처럼 괴상하게 생긴 다리가 강 위에 놓여 있고, 이상한 건물들이 거리마다 늘어서 있고, 사람들은 카페에서 희한한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눌지도 모른다. 도시 곳곳을 활주하고 다니는 구멍이 숭숭 뚫린 오토바이와 자동차를 보는 게 자연스러워질 수도 있다. ‘위상최적화’ 때문이다.

 

한국알테어 제공
한국알테어 제공

기존의 한계 뛰어넘은 최적화 기법


최적화란 정해진 조건에서 가장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의자를 만들려고 하는데 쓸 수 있는 돈이 얼마 없다고 하자. 그러면 재료를 줄여 비용을 낮춰야 한다. 이때 최적화 기법을 활용해 지금 예산에 맞는 튼튼한 의자를 만들 수 있다.


위상최적화는 설계하는 도중에 ‘위상’을 바꿀 수 있는 최적화 기법이다. 물체의 위상은 구멍의 개수로 구별한다. 예를 들어, 위상수학에서는 구멍이 하나인 도넛과 손잡이가 있는 컵은 위상이 같다고 한다. 이 둘의 모양은 엄연히 다르지만, 늘리거나 찌그러뜨려서 같은 모양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의자를 위상최적화하면 가장 오른쪽에 있는 모습이 된다. 미래의 카페는 이런 의자로 가득 차 있을지도 모른다. - Marco Hemmerling 제공
의자를 위상최적화하면 가장 오른쪽에 있는 모습이 된다. 미래의 카페는 이런 의자로 가득 차 있을지도 모른다. - Marco Hemmerling 제공

기존의 최적화 기법은 설계 과정에서 위상을 바꿀 수 없다. 만들려는 물체의 구멍을 처음에 1개로 정했다면, 최종 결과물도 구멍이 1개라는 뜻이다. 그런데 구멍의 개수를 늘리면, 들어가는 재료는 줄이면서 튼튼하게 만들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즉, 설계 도중에 위상을 바꾸는 게 가능하게 되면 더 좋은 설계를 할 수 있게 된다.


기계공학자들은 위상을 바꾸며 설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고, 그 결과 위상최적화가 탄생했다. 물체를 만드는 과정은 어떤 물체를 만들지 구상하는 단계, 설계하는 단계, 시제품을 내놓는 단계로 진행한다. 위상최적화는 구상 단계에서 가장 좋은 결과를 찾도록 도와준다. 그동안은 설계자가 머릿속으로만 상상한 뒤 최적화했다면, 지금은 위상최적화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수학적으로 최적의 설계를 찾는다.


이익진 KAIST 기계공학과 교수는 “위상최적화를 이용한 설계는 재료를 낭비하지 않게 해 준다”면서, “위상최적화가 미래에 자원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고 말했다.

 

3D프린팅 전문 회사 ‘AP웍스’는 세계 최초로 3D프린터로 출력한 오토바이 ‘라이트 라이더’를 만들었다. 무게가 35kg밖에 되지 않으며, 시속 80km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 위상최적화를 활용해 최소 무게로 탑승자의 몸무게를 견딜 수 있게 설계했다. - 한국알테어 제공
3D프린팅 전문 회사 ‘AP웍스’는 세계 최초로 3D프린터로 출력한 오토바이 ‘라이트 라이더’를 만들었다. 무게가 35kg밖에 되지 않으며, 시속 80km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 위상최적화를 활용해 최소 무게로 탑승자의 몸무게를 견딜 수 있게 설계했다. - 한국알테어 제공

위상최적화, 어떻게 할까?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 등을 전문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IT기업 ‘알테어’가 제작한 대표적인 위상최적화 소프트웨어인 ‘인스파이어’를 활용해 로봇팔을 설계하는 과정이다. 먼저 다른 부품과 연결되는 부분 같이 빠져서는 안 될 부분을 고정한다. 또 힘이 가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을 설정한다. 그런 뒤 위상최적화를 실행하면 소프트웨어가 자동으로 시뮬레이션해 힘이 많이 들어가는 부분은 재료의 밀도를 높게 하고, 필요 없는 부분은 재료를 빼준다.

 

한국알테어 제공
한국알테어 제공

➊과 ➌은 모양이 다르지만, 사용 목적에 맞는 압력이나 힘이 가해졌을 때 동일한 성능을 낸다. 그런데 ➌이 ➊보다 무게가 적게 나가고 재료가 적게 들어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1 + 3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

    관련 태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