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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의 과학카페 300] 발 냄새와 낫토와 청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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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의 과학카페 300] 발 냄새와 낫토와 청국장

2016.11.28 18:00

‘이상하다. 여름도 아닌데...’
며칠 전 방에서 책을 보다가 문득 발 냄새가 솔솔 풍기는 것 같아 고개를 갸웃했다. 사실 필자는 늙어서 그런지 발에 땀이 안 나 한여름에도 발 냄새가 거의 없다. 그런데 발바닥이 갈라지기 시작하는 계절에 발 냄새라니.


방을 둘러보니 열어놓은 문에서 냄새가 들어오는 것 같다. 나가보니 거실에서 어머니가 뭘 드시고 있다. 얼마 전부터 건강을 위해 챙기시는 ‘낫토’다. 그런데 냄새의 진원지를 알게 된 순간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더 이상 발 냄새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사실 방에서 난 발 냄새도 미미했을 텐데 아마 당시 필자의 코가 꽤 예민했었나 보다(필자의 후각이 좀 발달한 편이긴 하다).


그런데 상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어머니가 드시고 있는 나토의 누런 콩 덩어리를 보자 갑자기 청국장이 먹고 싶어졌다. 추울 땐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구수한’ 청국장찌개가 최고라는 생각을 하며 입맛을 다셨다. 조만간 청국장찌개를 맛있게 끓이는 동네 식당에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청국장을 좋아하는 사람은 청국장만 떠올려도 구수한 냄새에 입맛을 다시지만 청국장을 접해보지 못한 사람은 청국장 냄새를 맡으면 코를 막을 가능성이 높다. - GIB 제공
청국장을 좋아하는 사람은 청국장만 떠올려도 구수한 냄새에 입맛을 다시지만 청국장을 접해보지 못한 사람은 청국장 냄새를 맡으면 코를 막을 가능성이 높다. - GIB 제공

커피의 쓴맛은 단맛보다도 감미롭다


사실 후각은 다른 감각들과는 꽤 다른 측면이 있다. 먼저 감각 정보를 얻는 수용체를 보면 다른 감각의 경우 종류가 수~수십 가지인 반면 후각수용체는 무려 400가지나 된다. 즉 수용체 유전자가 400개라는 말이다. 따라서 이 가운데 몇 개가 고장 나도 사는데 별 지장이 없다. 실제 다른 감각 수용체 유전자에 비해 단일염기다형성(SNP), 즉 변이가 많이 일어나 있다. 그 결과 같은 수용체라도 유전자가 A형은 인식하는 냄새분자를 B형은 인식하지 못할 수가 있다. 결국 똑 같은 냄새 환경에 있더라도 우리 모두는 각각 다른 식으로 냄새 정보를 입수하는 셈이다.


이런 감각 차원의 구조적인 문제에 더해 감각 정보가 뇌에서 처리돼 냄새로 지각되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간섭을 받아 왜곡이 심하게 일어나는 것도 후각의 특징이다. 아무 실마리가 없었을 때는 악취가 풍기는 걸로 지각했다가 음식의 냄새라는 정보가 더해지면서 냄새가 사라졌고 비슷한 냄새가 나는 관련 음식이 떠오르면서 이번에는 긍정적인(구수한) 냄새로 이어지니 말이다.


후각은 미각의 지각을 왜곡시키기도 한다. 이는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 늘 겪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커피에서 냄새(향기) 성분을 완전히 빼버리면 쓴맛이 나는 흑갈색 액체일 뿐이다. 따라서 만일 이걸 꼭 먹어야 하는데 옵션으로 설탕이 있다면 단맛으로 쓴맛을 상쇄하기 위해 설탕을 탈 것이다. 그런데 온전한 커피를 마실 경우 필자처럼 설탕을 안 넣는 습관이 든 경우 복잡미묘한 향과 쓴맛이 어울린 상태를 커피의 정체성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설탕 같은 생리적인 감미료를 더하면 균형이 무너지면서 심리적인 감미가 오히려 떨어진다.

 

냄새 평가 장면. 피험자들은 냄새 시료에 대한 정보 유무에 따라 두 차례에 걸쳐 각각 여섯 가지 냄새를 맡고 평가를 한다. 이때 생리적 변화도 동시에 측정된다. - 화학적 감각 제공
냄새 평가 장면. 피험자들은 냄새 시료에 대한 정보 유무에 따라 두 차례에 걸쳐 각각 여섯 가지 냄새를 맡고 평가를 한다. 이때 생리적 변화도 동시에 측정된다. - 화학적 감각 제공

냄새 정보 영향력 막강


학술지 ‘화학적 감각’(후각과 미각에 관한 논문이 실린다) 9월 21일자 온라인판에는 며칠 전 필자의 경험과 일맥상통하는 연구결과를 담은 논문이 실렸다. 프랑스 리용신경과학연구소와 캐나다 몬트리올신경학연구소의 공동연구자들은 냄새에 대한 지각과 생리반응에 미치는 문화와 정보의 영향을 알아보는 실험을 했다. 몬트리올이 속한 퀘벡 지역은 프랑스어권이기 때문에 언어의 차이라는 변수를 없앨 수 있다.


연구자들은 퀘벡 캐나다인들이 더 친숙한 냄새 두 가지(당단풍, 노루발풀), 프랑스인들이 더 친숙한 냄새 두 종(아니스, 라벤더), 둘 다 친숙한 냄새 두 가지(딸기, 장미)를 준비했다. 당단풍향 시료의 경우 북미 사람들이 즐겨 먹는 당단풍(메이플)시럽의 향이다. 노루발풀향 시료는 주성분인 메틸 살리실레이트의 희석액이다. 아니스향 시료는 주성분인 아네솔의 희석액이고 라벤더 향은 라벤더 정유의 희석액이다. 딸기향 시료와 장미향 시료는 각각 해당 향료의 희석액이다. 


피험자들은 각각의 냄새를 맡고 친숙함, 유쾌함, 식용성, 냄새강도를 9점 척도로 표시한다. 이 때 콧구멍에는 공기흐름센서를 달아 냄새를 맡을 때 들이마시는 공기의 양을 측정했고 왼쪽 눈썹 위 눈썹주름근(추미근)에는 근전도를 측정하는 전극을 붙였다. 또 심박수와 호흡수를 측정하는 센서도 달았다.


첫 번째 실험은 냄새 정보를 주지 않은 채 냄새 용액이 담긴 유리병을 코 밑에 제시한다. 이 경우 예상대로 당단풍향과 노루발풀향은 캐나다인들이 더 친숙하게 느꼈고 라벤더향은 프랑스인들이 더 친숙하게 느꼈다. 반면 딸기향이나 장미향은 차이가 없었다. 다만 프랑스인이 더 친숙할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아니스는 차이가 없었다. 캐다다인 피험자의 절반이 감초향으로 착각해 친숙하게 느꼈기 때문이다.


유쾌함 평가를 보면 다른 시료들은 두 나라의 차이가 없었고 노루발풀향만 캐나다인들이 더 좋게 평가했다. 그리고 식용성 항목에서도 다른 시료들은 차이가 없었고 노루발풀향만 캐나다인들이 훨씬 더 높게 평가했다. 연구자들은 이 향기가 캐나다에서는 주로 캔디의 향으로 쓰이고 프랑스에서는 의약품의 향으로 쓰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냄새강도 항목에서 아니스향과 딸기향에 대해 캐나다인들이 약간 더 강하다고 평가했고 나머지는 차이가 없었다.


두 번째 실험은 “이건 ooo냄새입니다”라며 정보를 주고 유리병을 코 밑에 제시한다. 그 결과 앞 실험과 큰 차이를 보였다. 즉 냄새 정보가 냄새 지각에 큰 영향을 준 것이다. 친숙함 평가를 보면 실체를 알고 난 뒤 대부분 점수가 올라갔는데 유독 노루발풀향만 오히려 떨어졌다. 이에 대해 연구자들은 노루발풀이라는 정보를 알아도 낯선 이름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멀게 느껴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메이플향의 경우 유쾌함과 특히 식용성 항목에서 점수가 많이 올라갔는데 메이플시럽이라는 실체를 알게 된 결과다.


한편 냄새를 맡는 시간과 이 과정에서 들이마신 공기의 양은 줄어들었다. 심박수도 떨어졌다. 냄새 정보를 들었기 때문에 실체를 알기 위한 노력을 할 필요가 없어졌고 긴장감도 떨어졌기 때문이다. 필자가 어머니가 낫토를 드시는 모습을 본 뒤 발냄새를 느끼지 못하게 된 것도 어쩌면 이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처럼 냄새에 대한 정보가 냄새 지각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현상에 대해 저자들은 ‘탑-다운 조절 메커니즘’이라고 이름 붙였다. 즉 냄새에 대한 지각(다운)이 냄새에 대한 기존 정보(탑)에 크게 좌우된다는 말이다.

 

1906년 일본 농학자 사와무라 신 박사는 낫토에서 발효를 담당한 박테리아인 낫토균(Bacillus subtilis var. natto)을 발견했다. 낫토균은 청국장 발효에도 관여한다. 낫토균을 비롯한 여러 박테리아가 발의 각질에 있는 성분을 분해해 특유의 냄새가 나는 분자를 만들어낸다. 낫토균의 전자현미경 사진. - Microbial Cell Factories 제공
1906년 일본 농학자 사와무라 신 박사는 낫토에서 발효를 담당한 박테리아인 낫토균(Bacillus subtilis var. natto)을 발견했다. 낫토균은 청국장 발효에도 관여한다. 낫토균을 비롯한 여러 박테리아가 발의 각질에 있는 성분을 분해해 특유의 냄새가 나는 분자를 만들어낸다. 낫토균의 전자현미경 사진. - Microbial Cell Factories 제공

1906년 냄새 원인 박테리아 규명


그런데 낫토나 청국장에서는 왜 발 냄새가 날까(적어도 음식의 실체를 모른 채 냄새를 맡았을 경우). 답은 간단하다. 발가락에 살며 발 냄새를 만들어내는 박테리아와 낫토와 청국장의 재료인 콩에서 특유의 냄새를 만들어내는 박테리아가 같은 종류이기 때문이다. 즉 냄새 분자의 가짓수와 상대적인 비율은 좀 다르겠지만 비슷한 계열이기 때문에 서로가 연상되는 냄새가 나는 것이다.


즉 고초균(Bacillus subtilis)이라는 박테리아의 한 균주인 낫토균(Bacillus subtilis var. natto)이 푹 삶은 콩을 만나 따뜻한 곳에서 발효를 일으켜 콩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분자들이 만들어진다. 즉 아미노산 류신이 효소의 작용으로 이소부티르산과 이소발레르산으로 바뀌는데 바로 발냄새의 주범이다. 청국장도 발효과정에서 낫토균이 주된 역할을 하므로 역시 발냄새가 나는 분자들이 만들어진다.


한편 진짜 발냄새는 다양한 휘발성 지방산이 주범인데, 당연히 이소부티르산과 이소발레르산이 포함돼 있고 역시 피부에 살고 있는 고초균과 여러 박테리아들이 피부 각질에 있는 단백질과 탄수화물, 지방산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만들어내는 것이다. 참고로 땀은 이 박테리아의 활동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즉 발에 땀이 나는 건 박테리아의 입장에서 밥을 먹을 때 목이 막히지 말라고 물을 갖다 주는 셈이다.


상황(맥락)에 따라 냄새 지각은 크게 흔들리지만 비강의 후각수용체는 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는 말이다.

 

 

※ 필자소개
강석기. 서울대 화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지내고 있다. 지은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4권, 2012~2015),『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나』(2014)가 있고, 옮긴 책으로 『반물질』(2013), 『가슴이야기』(2014)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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