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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이 말한 ‘페르미’, 도대체 누구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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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이 말한 ‘페르미’, 도대체 누구신가요?

2016.12.06 13:30

(교정 전) 경찰이 집회 인원 추산하는
GIB 제공

지난 토요일 전국에서 232만 여 명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왔습니다. 헌정사상 최대 인원이 참가했다는 이번 6차 촛불집회(12월 3일)는 서울에만 170만 명(주최 측 집계)의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사실 집회 참가 인원을 정확하게 집계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저마다 집회 장소에 머무르는 시간도 다르고, 집회가 시작하는 순간부터 끝날 때까지 사람들이 쉬지 않고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최 측은 집계의 신뢰도를 높이고자 이번 집계에는 광화문역 지하철 하차 인원을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렇게 보강한 빅데이터 자료와 최신 기술을 더해도 정확한 수는 알기 어렵지요.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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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집회 참여 인원을 굳이 계속해서 집계하는 이유는 집회 참여 인원이 꽤 많은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집회의 규모를 가늠하기에 가장 좋은 도구이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뜻을 함께 했는지 한눈에 알 수 있죠. 인원을 집계하는 방식마다 그 값은 조금씩 다르지만, 유독 주최 측의 집계와 경찰이 추산한 값은 적게는 3배에서 많게는 7~8배까지 차이가 납니다. 왜 그럴까요?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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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학자 페르미가 처음 제안한 추론 방법

 

1940년 어느 날, 미국 시카고대의 한 교수가 학생들에게 "시카고에 사는 피아노 조율사의 수"를 묻습니다. 학생들이 대답을 못하고 당황하자 교수는 다음과 같은 과정으로 답을 찾아갑니다.

 

미국의 물리학자이자 수학자인 엔리코 페르미(1901~1954) - 위키피디아 제공
미국의 물리학자이자 수학자인 엔리코 페르미(1901~1954) - 위키피디아 제공

"시카고에는 약 300만 명이 살고, 한 가구에는 평균 3명이 살고 있으므로, 시카고에는 약 100만 가구가 살고 있다. 피아노가 집에 있을 확률은 10%라 가정하고, 피아노가 집에 있다면 가구당 1대, 따라서 시카고에는 모두 10만 대의 피아노가 있을 것이다."

 

"피아노 조율사는 이동시간을 포함해 1대를 조율하는데 2시간이 걸리므로, 하루 최대 4대의 피아노를 조율할 수 있다. 주 5일, 50주를 일한다고 가정하면, 피아노 조율사 1사람은 1년에 1000대(4×5×50)를 조율할 수 있다. 피아노가 있는 각 가정에서 1년에 최대 1번씩 조율을 한다고 할 때, 조율사는 모두 100명(100000÷1000)이 필요하다." 

  

이 사람이 바로 세계 최초로 원자폭탄의 재료인 원자로를 만든 미국의 물리학자이자 수학자인 엔리코 페르미입니다. 페르미가 근삿값(조율사의 수)은 실제 시카고 전화번호부에 나와있는 수와 비슷한 값이었다고 하니, 아주 얼토당토한 결과는 아닙니다.

 

이렇게 어떤 문제를 누구나 알 수 있는 기초적인 지식과 논리적 추론만으로 대략적인 근삿값을 구하는 방법을 '페르미 추정'이라고 부릅니다. 

 

● 엉뚱한 질문에 답을 찾는 대표적인 방법, 페르미 추정

 

한때 대학 입시 면접 예상 문제로 다음과 같은 유형의 물음이 많았습니다.

 

"우리나라에 설치된 가로등은 모두 몇 개 일까?"

"보통 사람의 머리카락 수는?"

"전세계에서 하루 동안 팔린 휴대전화의 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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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러한 질문은 문제를 낸 출제자도 정확한 답을 알지 못합니다. 출제자가 대답하는 사람이 최소한의 조건에서 답을 얼마나 논리적으로 찾는지 그 과정을 보려고 낸 문제입니다. 이런 문제가 바로 페르미 추정으로 답을 찾는 대표적인 문제입니다.

 

"이번주 촛불집회 참가 인원은 몇 명일까?"

"지난 8월 1일, 해운대 백사장을 이용한 사람 수는?"

"월드컵 한일전, 응원하려고 모인 사람 수는?"

 

같은 맥락에서 페르미 추정으로 답을 찾을 수 있지요. 경찰은 집회 참가 인원을 추산할 때, 3.3m2(1평)당 몇 명이 있는지를 센 다음 광화문 광장 전체 면적을 곱해 전체 인원을 추측합니다. 그러니 기준을 얼마로 정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얼마나 달라지는 지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밀집도도 고려해야 하지만, 아주 간단한 연산으로 계산해 봅시다. 광화문 일대 집회가 진행됐던 거리의 면적을 17만 m2라고 할 때, 3.3m2(1평)당 5명이 모였다고 가정하면 전체 인원은 ‘170000÷3.3×5≒257576’으로 약 25만 명이고, 3.3m2(1평)당 12명이 모였다고 가정하면 전체 인원은 약 62만 명이 되니까요.

 

간단히 계산해 본 결과, 보통 성인 남자 기준으로 3.3m2(1평)당 다닥다닥 붙어 설 경우 최소 15명에서 최대 20명까지도 모일 수 있었습니다. 물론 같은 공간에 앉아서 모인다면 결과는 또 달라지겠지요.

 

● 논리적으로 생각한다면, 답.정.너!

 

페르미 교수는 안타깝게도 말년에 암에 걸려 세상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그는 병상에 누워서도 링거의 물방울이 떨어지는 간격을 측정해 링거의 유속을 계산하는 저력을 보였다고 해요.

이렇게 페르미 교수가 평생 강조한 것은 제한된 시간과 부족한 자료 속에서도 답을 찾아가는 논리의 위대함이었어요.

 

사실 100만 명이 참가했으면 어떻고, 200만 명이 참가했으면 어떻습니까. 집회에 참여한 사람이, 혹은 참여하지 못했어도 그 마음이 그 이상인걸요. 페르미 교수가 평생 강조한 논리가 왜곡되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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