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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의 맥주생활 (13)] 수제맥주 왜 이렇게 비싼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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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의 맥주생활 (13)] 수제맥주 왜 이렇게 비싼가요?

2016.12.16 17:00

H가 수제맥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지 서너 달. 이제 세계 곳곳에서 만들어진 맥주를 맛 보고  양조장과 맥주에 대해 알아가는 게 가장 큰 즐거움이 됐다. 역시 맥주는 신선함이 최고라며 펍에서 시원하게 들어키고, 마트에서 할인행사 한다고 카트를 가득 채우고 바틀샵에서 새로운 맥주를 욕심껏 담아오고... 마음껏 즐기다보니 어느새 한없이 얇아진 지갑을 발견한다.


만만치 않은 수제맥주의 가격. 국내산 수제맥주도 카스와 비교하면 3~4배 이상 된다. 먹을 만하다 싶으면 작은 병에 1만원이 넘어가고 향을 내는 각종 재료를 넣고 오크통에 숙성까지 시킨 수입 수제맥주는 카스의 40~50배 가격이다. ‘위스키도, 와인도 아니고 그깟 맥주 몇 병인데’라는 생각에 수제맥주로 주량을 꽉 채우다 보면 어느덧 그동안의 소맥 생활과는 확연히 다른 통장 잔고를 목도하게 된다. 이래서 ‘맥덕(맥주덕후)의 신종 알바는 금주’라는 말이 나왔나보다. .


그냥 맥주 좀 먹자는 건데 나한테 왜 이래요. 맘 편하게 수제맥주 좀 마시고 싶은데. 미국 사는 친구는 8.99달러에 6병을 산다는 맥주가 왜 한국에 오면 한 병에 7000~8000원이 되는 건지. 중간에 누가 폭리를 취하는 건가. 늘 사람 좋게 웃던 펍 사장님 주머니로 갔나. 친절한 바틀샵 청년에게 돌아갔나. 우연히 만났던 맥주 수입사 이사님 얼굴이 좋아보인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나.

 

 

바틀샵 - pixabay 제공
바틀샵 - pixabay 제공

왜 수제맥주가 대기업 맥주보다 몇배나 비쌀까? 그 이유는 제조비와 주세율 및 세금 구조에 있다. 기본적으로 수제맥주는 대기업 맥주에 비해 보리맥아, 홉 등 맥주 재료를 더 많이 투입한다. 맥주 재료에서 나오는 본연의 맛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다.


또 품질과 맛을 차별화하기 위해 커피, 계피, 고수 씨, 과일 껍질 등 부수적인 재료도 들어간다. 재료비에서부터 대기업과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에 오크통을 수입해 맥주를 넣어 장기 숙성한다든지 하면 제조 원가가 훅 튀어오른다.


또한 대량생산으로 재료를 싸게 사들이는 등 ‘규모의 경제’를 누리는 대기업에 비해 소량생산을 하는 중소 수제맥주 양조장에서는 관리비를 비롯한 여러 비용이 상대적으로 더 발생하게 된다.

 

 

주류별 주세율 - etaxkorea 제공
주류별 주세율 - etaxkorea 제공

세금은 수제맥주 가격을 올리는 주범이다. 맥주에 붙는 세금은 무려 출고가의 112%에 달한다. 맥주 가격의 절반 이상이 세금인 셈이다. 주세만 72%가 붙고, 교육세(주세의 30%), 또 이를 모두 합한 금액에 10%의 부가가치세가 더해진다.


이는 다른 주류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이다. 맥주보다 도수가 높은 와인이나 청주의 주세가 30%, 교육세율이 10%고 탁주나 약주에는 교육세가 아예 붙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주세가 매겨지는 기준도 중소업계에 불리하게 돼 있다. 맥주 생산량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것(종량세)이 아니라 출고가를 기준(종가세)으로 세금을 정하기 때문에 좋은 재료를 많이 넣어 소량 생산한 맥주에 세금이 더 붙는다. 출고가에는 제조원가, 판매관리비, 운송비, 마진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미국, 일본, EU 등 세계 주요 지역에서 종량세를 채택한 것과 대조적이다.


수입 수제맥주의 경우 현지 맥주 출고가에 운송료와 보험료가 더해진 금액에 관세가 붙고 주세, 교육세, 부가세가 더해지면서 수입원가(출고가+운송료+보험료)의 176% 정도가 세금이 된다. 여기에 유통 마진이 붙어 소비자가격이 되니 현지에서 2000원 짜리 맥주가 한국에 들어와 8000원에 팔리는 게 이해가 된다.

 

 

벨기에 맥주인 ‘베스트블레테렌12’(왼쪽 두병)와 미국 맥주 ‘이클립스’의 국내 소비자가격은 1병당 5~6만원이다. - 황지혜 제공
벨기에 맥주인 ‘베스트블레테렌12’(왼쪽 두병)와 미국 맥주 ‘이클립스’의 국내 소비자가격은 1병당 5~6만원이다. - 황지혜 제공

결론적으로 수제맥주 양조장도, 수입업자도, 펍도, 바틀샵도 폭리를 취하지 않는다. 그저 우리는 세금을 많이 내고 있을 뿐. 주세법이 개정돼 중소 양조장에서 생산되는 맥주의 일부분에 대해서는 낮은 세율을 적용한다고 하지만 종가세라는 과세 체제 아래서는 소비자가 큰 변화를 느끼기 어렵다.


지금보다 싸게 수제맥주를 마실 수 있으면 더 바랄 나위 없겠다. 그러나 기왕에 맥주를 마시면서 내야 할 세금이라면 제대로 쓰이면 좋겠다. 내 비록 살아오면서 사회에 이렇다 할 기여는 못했지만 내가 낸 맥주세가 나라에 보탬이 될 것이라 기대하면서 마신다면 얼마나 흐뭇할까. 비틀거리며 집에 가면서도 마음만은 당당하겠지. 세금 내기 싫어서 맥주 끊는 날이 오지 않길.

 


<’1일 1맥’ 추천맥주>
 

세븐브로이 제공
세븐브로이 제공

이름 : 세븐브로이 임페리얼 인디아페일에일(7 Brau Imperial India Pale Ale)
도수 : 7.0%


국내 중소 맥주 양조장인 ‘세븐브로이’에서 IPA의 향과 도수를 높여 내놓은 임페리얼 IPA다. 짙은 호박색에 감귤류의 과일향과 함께 단맛과 씁쓸한 맛이 드러난다.


너구리가 홉을 들고 있는 라벨만 보고는 선뜻 손이 가지 않는 맥주지만 수입 수제맥주의 절반 가격에 마실 수 있는 임페리얼 IPA로 가성비는 보장한다.

 

 

※ 필자소개
황지혜. 비어포스트 에디터, 전 매일경제신문 기자. 폭탄주와 함께 청춘을 보내다 이제는 돌아와 수제 맥주 앞에 선 한량한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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