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바로가기본문바로가기

동아사이언스

[2016년 사라진 과학계 별들](2)게임이론의 개척차 ‘로이드 섀플리’

통합검색

[2016년 사라진 과학계 별들](2)게임이론의 개척차 ‘로이드 섀플리’

2016.12.13 16:30

지난 네 해 마지막 과학카페에서 필자는 ‘과학은 길고 인생은 짧다’라는 제목으로 그해 타계한 과학자들의 삶과 업적을 뒤돌아봤다. 어느새 2016년도 달력도 마지막 달만 남았다. 올 한 해 동안에도 여러 저명한 과학자들이 유명을 달리했다. 이번에도 마지막 과학카페에서 이들을 기억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과학저널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부고가 실린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했다. ‘네이처’에는 ‘부고(obituary)’, ‘사이언스’에는 ‘회고(retrospective)’라는 제목의 란에 주로 동료나 제자들이 글을 기고했는데 이를 바탕으로 했다.

 

올해 ‘네이처’에는 19건, ‘사이언스’에는 7건의 부고가 실렸다. 두 저널에서 함께 소개한 사람은 6명이다. 결국 두 곳을 합치면 모두 20명이 된다. 이들의 삶과 업적을 사망한 순서에 따라 소개한다. 지난 1월 24일 작고한 마빈 민스키의 경우는 1월 27일자 동아사이언스 기사로 대신한다.

 

★ 로이드 섀플리 (1923. 7.15 ~ 2016. 3.12) ‘아름다운 정신’을 지닌 게임이론의 개척자

 

로이드 섀플리 - 랜드코퍼레이션 제공
로이드 섀플리 - 랜드코퍼레이션 제공

내쉬는 사회적 아이큐가 12밖에 안 되는 악동이었는데, 로이드는 그의 재능을 높이 샀다.
- 마틴 슈빅

 

지난해 불의의 교통사고로 타계한 수학자 존 내쉬의 반평생을 다룬 책 ‘뷰티풀 마인드(A Beautiful Mind)’의 11장 제목 ‘로이드’는 로이드 섀플리(Lloyd Shapley)를 가리킨다. 그가 내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임을 짐작케 한다. 실제 책 제목 ‘아름다운 정신’은 섀플리가 내쉬를 두고 한 말이다.
 
1923년 미국 케임브리지에서 저명한 천문학자 할로 섀플리의 아들로 태어난 로이드는 수학에 뛰어난 재능을 보여 하버드대를 다니다 2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징집돼 장교가 되라는 제안을 물리치고 사병으로 중국전선에서 복무했다. 이때 일본의 기상 암호를 해독해 훈장을 타기도 했다. 전쟁이 끝나고 복학해 학업을 마친 뒤 미국의 민간연구개발기관으로 두되집단을 상징하는 랜드코퍼레이션에 들어갔다. 여기서 게임이론의 아버지 존 폰 노인만의 눈에 들었고 이듬해 게임이론의 요람인 프린스턴대에 들어갔다.

 

한 해 전 프린스턴에 온 존 내쉬는 돌출 행동으로 악명이 높았는데 다섯 살 연상인 섀플리의 환심을 사기 위해 주위를 맴돌았고 섀플리는 너그럽게 그를 대하며 함께 연구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1950년 내쉬가 오늘날 ‘내쉬의 균형 정리’로 불리는 논문을 비롯해 논문 세 편을 단독으로 내면서(그 가운데 하나는 함께 토론하며 연구하던 주제였다) 둘 사이는 멀어졌다.

 

졸업 뒤 랜드코퍼레이션으로 복직한 섀플리는 게임이론을 계속 연구했고 1962년 동료 데이비드 게일과 공저로 ‘대학입학과 결혼의 안정성’이란 독특한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훗날 ‘게일-섀플리 알고리즘’이라고 불리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이 논문으로 섀플리는 50년 뒤인 201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안타깝게도 게일은 2008년 87세로 작고했다).

 

게일-섀플리 알고리즘은 서로에 대한 선호를 지닌 두 집단 사이에 안정적 매칭을 찾아내는 알고리즘이다. 즉 두 집단에 속하는 사람 모두가 매칭에 성공하고 그 결과가 최적인 경우를 찾는 일이다. 예를 들어 미팅을 한 남녀가 짝을 선택할 때 먼저 남자들이 각자 선호하는 여성을 선택하고 둘 이상의 선택을 받은 여성은 그 가운데 선호하는 한 명을 잠정적으로 택한다. 거절당한 남자들은 다시 선택을 하고 여성들은 잠정적인 짝과 새로 자신을 선택한 남성 가운데 고른다. 이런 식으로 모든 여성이 남성을 선택할 때까지 과정을 반복하면 가장 안정한 매칭이 이뤄진다. 1970년대 섀플리는 예일대의 경제학자 허버트 스카프와 함께 물물교환(barter exchange)에 대해 연구했고 훗날 신장이식의 알고리즘을 개발하는데 기초가 됐다.

 

내쉬와 멀어진 섀플리는 그러나 내쉬가 조현병으로 정신이 무너지는 모습을 지켜보며 안타까워했고 1978년 존 폰 노이만 이론상 심사위원이 됐을 때 ‘내쉬에게 뭔가 해줄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생각해 그를 적극 추천해 상을 받게 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199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를 결정할 때 위원회는 게임이론 연구자 가운데(노이만과 모르겐슈테른의 위대한 논문 발표 50주년을 맞아 이 분야로 정한 상태였다) 고민을 하다 섀플리를 떨어뜨리고 내쉬를 선택했다고 한다. 

 


※ 필자소개
강석기. 서울대 화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지내고 있다. 지은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4권, 2012~2015),『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나』(2014)가 있고, 옮긴 책으로 『반물질』(2013), 『가슴이야기』(2014)가 있다.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8 + 4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

    관련 태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