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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촛불시위 승리 원동력은? ‘분노’ vs ‘자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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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촛불시위 승리 원동력은? ‘분노’ vs ‘자부심’?

2016.12.13 15:00

많은 사람들이 몇 가지 목적 아래에 똘똘 뭉쳐 한 목소리를 내게 되는 집단 시위(collective protest)는 심리학자들에게 있어서도 흥미로운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한 두번이 아닌 ‘지속적인’ 싸움이 요구된다. 모든 싸움이 다 그렇듯 집단적인 움직임에 참여하는 것에도 많은 노력과 비용(cost)이 발생하게 된다. 이 때, 어떤 요인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이런 노력을 기꺼이 감내하게 하는 걸까? 어떤 요소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지치지 않고 계속해서 싸우게끔 하는걸까?

 

GIB 제공
GIB 제공

영국 사회심리학 저널에(British Journal of Social Psychology)에 실린 한 연구에서는 2007년에서 2008년 사이 일어난 ‘독일’의 학자금 시위에 대해 조사했다. 연구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해당 사건은 2007년 보수적인 정권이 들어서면서 학생들로 하여금 학자금을 어느 정도는 내게 해야 한다 움직임이 발생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2007년 하반기부터 학생들은 집회, 학자금 정책에 대한 토론, 학자금 보이콧, 학자금을 내는 것이 위법이라는 소송(약 8만명이 청원했다고 한다)을 시작하는 등 집단적인 움직임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듬해 2008년 6월 진보적인 정권이 들어서면서 학자금이 다시 폐지되었고, 이에 학생들은 첫 번째 승리를 맛보게 되었다. 그러나 곧이어 학자금을 내도록 하는 것이 위법이라는 소송에서는 패했고, 따라서 앞으로 정권이 바뀔 경우 다시 학자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위협을 받게 되었다.


연구자들은 독일 학생들의 이런 특수한 상황, 즉 집단 행동의 승리와 실패를 동시에 경험한 상황에 주목했다. 사람들이 집단 행동의 승리와 실패를 통해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가 이후에 집단 행동을 지속할지 여부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연구자들은 약 100명의 동일한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두 번 설문을 했다. 처음은 집단행동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2008년 초였고 두 번째는 승리와 실패를 각각 맛 본 직후인 2008년 7월 이었다.


학생들에게 학자금 폐지를 위한 집단 행동에 얼마나 동의하고 깊게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는지(identify), 집단 행동이 얼마나 효과적일 것이라고 느끼는지(efficacy), 앞으로의 집단 행동에 참여할 의향이 얼마나 있는지(willingness to engage future action)에 대해 물었다.


두 번째 설문에서는 기본적으로 같은 질문에 ‘집단 행동의 성과-학자금 폐지-에 대해 얼마나 자부심(pride)을 느끼는지’, 그리고 ‘실패-소송에서 진 것-에 대해 얼마나 분노(anger)를 느끼는지’에 대해 추가적으로 물었다.


그 결과 우선 쉽게 예측할 수 있듯이 집단 행동에 개인적으로 많이 동의하는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또 집단 행동이 효과적이라고, 즉 함께 뭉쳤을 때 변화를 이루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각종 집단 행동에 참여할 의향이 높았다.

 

GIB 제공
GIB 제공

이어서 연구자들은 ‘감정’에 주목했다. 집단 행동의 성공에 자부심을 느낀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또 실패에 대해서는 분노를 느낀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계속해서 집단 행동에 참여할 의향이 높았다. 특히 ‘자부심’의 경우 함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efficacy)과 연결되어 앞으로의 참여 의향과 관련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일반적으로 ‘자부심’의 경우 우리가 내는 많은 성취의 즉각적인 ‘보상’이 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즉 같은 성취를 내도 자부심을 느낄 때 이후 그 일을 더 열심히 하게 된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성취에서도 자부심을 느낄 때 더 많은 것을 투자하게 되듯 집단 행동에서도 비슷하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생각이다.


‘분노’ 역시 동력이 되지만 화의 문제는 정신적, 육체적 소모가 크다는 것이다. 화르륵 하고 몇 번 타오르는 것은 좋으나 지속적인 화는 정신 건강과 신체적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들이 있었다. 따라서 지치지 않고 오래 싸울 수 있게 해줄 동력이 필요하다면 ‘자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나와 주변 사람들 모두 자랑스럽다며 서로 등을 두들겨주는 것도 좋을 것이다.

 


※ 참고문헌
Tausch, N., & Becker, J. C. (2013). Emotional reactions to success and failure of collective action as predictors of future action intentions: A longitudinal investigation in the context of student protests in Germany. British Journal of Social Psychology, 52, 525-542.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한 주를 건강하게 보내는 심리학을 다룬 <심리학 일주일>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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