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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과 가장 닮은 핵융합장치, 프랑스가 먼저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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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과 가장 닮은 핵융합장치, 프랑스가 먼저 개발?

2016.12.20 18:00

인공태양으로 불리며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각광받는 핵융합 기술 개발을 놓고 과학기술 선진국들의 경쟁이 한창이다.

 

핵융합장치는 수소와 같은 가벼운 원자가 충돌해 무거운 원자로 합쳐지는 과정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이용한다. 태양의 원리를 모방해 설계하는 것이다. 세계 각국은 ‘땅 위의 인공태양’이라 불리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개발을 위해 ‘따로 또 같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각국 연구진이 자신의 기술이 ITER와 가장 유사하다고 홍보한다는 점. ITER는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로 불린다. ITER 실증에 도움이 될 기술을 보유했다는 것은 핵융합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라는 의미로 통하기 때문이다. 또한 핵융합 발전 상용화에도 가장 앞선다는 얘기기도 하다.

 

웨스트 연구진이 지난 8월 실험로 내부의 코일 교체에 성공한 뒤 자축하고 있다. - 프랑스 원자력청 제공
웨스트 연구진이 지난 8월 실험로 내부의 코일 교체에 성공한 뒤 자축하고 있다. - 프랑스 원자력청 제공

● 프랑스 ‘웨스트(WEST)’ 첫 플라스마 발생 성공

 

프랑스 원자력청(CEA)은 핵융합 실험장치인 ‘웨스트(WEST)’가 14일 첫 플라스마 발생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웨스트는 1988년부터 운영된 프랑스의 토카막형 핵융합 장치 토레수프라(Tore Supra)가 수명이 다한 뒤 업그레이드한 장치다. 

 

웨스트의 전신인 토레수프라는 지난 20여 년간 세계 핵융합 연구를 이끌었다. 이 장치로 2만 번 이상의 플라스마 발생 실험을 진행했다. 비록 플라스마의 성능은 낮지만 400초라는 긴 시간 동안 제어에 성공하기도 했다. 웨스트로 탈바꿈하며 내부 코일을 추가해 원형의 플라스마가 D형으로 발생하도록 개조했고, 내부 재료로 ITER와 같은 텅스텐을 배치했다. 

 

CEA 측은 “(웨스트가) ITER와 가장 유사한 환경을 가진 실험로”라고 주장한다. 핵융합로 핵심 장비인 '다이버터'가 ITER에 계획된 공법과 같은 방식으로 제작됐고, 외부 환경 요건도 유사하기 때문이다. 실제 위치도 프랑스 남부 카다라슈 ITER 건설 부지에 맞붙어 있다.

 

한국의 핵융합 실험로 케이스타(왼쪽)과 중국의 이스트(오른쪽)의 진공용기 내부 모습. - 국가핵융합연구소, 중국과학원 제공
한국의 핵융합 실험로 케이스타(왼쪽)과 중국의 이스트(오른쪽)의 진공용기 내부 모습. - 국가핵융합연구소, 중국과학원 제공

●웨스트가 ITER와 다른점과 닮은점

 

그렇다면 CEA의 주장대로 웨스트가 ITER를 가장 닮은 핵융합장치일까? 답부터 얘기하자면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일단 ITER와 건설 목적 자체가 다르다. 지상에서 핵융합 발전이 일어나려면 최소 1억℃ 이상의 초고온 환경이 필요하다. ITER는 플라스마가 닿는 부분인 ‘다이버터’에 최대한 손상이 가지 않도록 플라스마의  방향을 조절한다. 하지만 웨스트는 플라스마가 다이버터에 직접 닿도록 설계됐다. 가장 극한 환경에서 견디는 재료를 찾아낸 뒤, 이를 ITER에 적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중국  등 세계 각국도 핵융합실험로를 보유하고 있지만 개발 목적이 서로 다르다. 케이스타와 이스트는 플라스마의 성능을 ITER 수준으로 높이는 것에 주력한다.

 

그럼에도 웨스트는 현재 ITER의 소재로 활용하기로 계획된 ‘텅스텐’ 금속을 다이버터로 활용했다는 점에서는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기존 설비를 바꿔 ITER와 같은 초전도자석을 활용한장비로 바꿨으며, 원형으로 발생하던 플라스마도 ITER와 같은 D형 플라스마 방출로 변경했다  

 

케이스타는 올해(2016년) 고성능 플라스마 운전모드(H-모드)에서 세계 최장시간인 70초간 플라스마를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웨스트의 전신인 토레수프라는 이보다 성능이 낮은 운전모드(L-모드)에서 2010년 400초 간 플라스마를 제어했다. - 국가핵융합연구소 제공
케이스타는 올해(2016년) 고성능 플라스마 운전모드(H-모드)에서 세계 최장시간인 70초간 플라스마를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웨스트의 전신인 토레수프라는 이보다 성능이 낮은 운전모드(L-모드)에서 2010년 400초 간 플라스마를 제어했다. - 국가핵융합연구소 제공

●[Views] 웨스트, 어떤 의미로 봐야할까?

  

업그레이드된 프랑스의 핵융합장치 ‘웨스트’를 어떻게 봐야할까요? 오영국 국가핵융합연구소 KSTAR연구센터 부센터장은 “(웨스트의) 플라스마의 성능 자체는 케이스타를 따라올 수 없지만 ITER에서 바로 사용할 만한 수준의 재료를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핵융합을 연구하는 국가는 경쟁하면서 실력을 쌓고 있습니다. 아직 한-중 양강 체제라고들 합니다만, 프랑스, 일본의 활약도 대단합니다. 일본은 실험로를 유럽연합(EU)과 함께 개조한 ‘JT60SA’를 이용, 2019년 첫 플라스마를 발생시킬 계획입니다. 케이스타와 같은 토카막 형태 장치지만 크기도 크고 가열 온도 역시 높다고 합니다. 오 부센터장은 “과거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추격하는 일본, 인해전술을 사용하는 중국 사이에서 핵융합 분야 선두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나라 역시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누가 먼저 개발했다’는 것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핵융합장치는 한 국가 수준에서 모든 것을 설계하기에는 너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협력이 불가피합니다. 오 부센터장은 “최종목표인 핵융합 발전을 위해서는 각국의 강점을 살려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웨스트의 개조 과정에 국내 기술이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박현거 KSTAR연구센터장(UNIST 교수)팀이 개발한 첨단진단장치가 대표적 사례입니다. 이 장치는 자기공명영상(MRI)을 촬영하듯 토카막 내부에서 플라스마의 온도가 어떻게 배치됐는지를 살필 수 있습니다. 또한 중국과학원(CAS) 역시 ‘이온 사이클로트론 안테나’라는 기술을 수출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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