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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점을 강점으로 바꾼 무궁화의 생존 전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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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점을 강점으로 바꾼 무궁화의 생존 전략은?

2016.12.20 19:00
위키미디어 제공
위키미디어 제공

‘피고 지고 또 피어 무궁화라네~’

 

노래 가사처럼 무궁화는 개화 기간이 길기로 유명하다. 무궁화가 이렇게 100일 이상 꽃을 피울 수 있는 원인이 밝혀졌다. 무궁화 유전체 정보를 처음으로 해독해 본 결과다.

 

 

FACT - 무궁화의 유전체 정보를 해독해 보았습니다.

 

김운봉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생명연구자원정보센터장 연구팀은 권석윤 생명연 식물시스템공학센터 책임연구원 연구팀, 최도일 서울대 교수팀, 염선인 경상대 교수팀과 공동으로 나라꽃 무궁화의 유전체를 최초로 해독했다.

 

이를 통해 100일 이상의 긴 개화(開花) 기간 등 국내 자생종 무궁화 ‘히비스쿠스 시리아쿠스’의 독특한 유전적 특징을 입증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DNA 리서치’ 3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강원도 강릉시 사천면 방독리에서 100년 이상 자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무궁화의 유전체 전체를 ‘차세대 염기서열 해독기법(NGS)’으로 해독, 총 8만 7603개의 유전자를 분리, 분석했다. ▲카카오, 목화, 애기장대와 모든 꽃의 조상으로 불리는 암보렐라 등 4종 식물의 유전체도 분석해 비교했다. ▲그 결과 무궁화는 같은 아욱과에 속하는 카카오와는 3000만 년 전에, 목화와는 2200만 년 전에 다른 종으로 분화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목화와의 마지막 종 분화 이후 염색체 수가 2배로 늘어나는 ‘배수체화 현상’이 최소 2차례 일어난 사실이 확인됐다. ▲배수체화 이후 무궁화의 유전체에서는 지속적인 유전자 손실이 일어났다. ▲하지만 FAR1 같은 개화와 관련된 유전자는 다른 식물의 유전체에 비해 최대 10배 많이 나타났다. 

 

VIEW - 이 연구는 이런 의미입니다

  

● 국내 자생종 무궁화의 배수체화 첫 입증

 

이번 연구 성과는 국내 자생종 무궁화 히비스쿠스 시리아쿠스의 유전적 특징을 둘러싼 학계의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무궁화에서 배수체화 현상이 발견된다는 것은 진작 알려져 있었지만, 국내 자생종도 배수체인지는 의견이 분분했다. 유전체를 해독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 배수체화란?

비정상적 염색체 분열로 염색체 수가 2배로 늘어나면서 전체적으로 유전체 수가 증가하는 현상이다. 생식세포가 복제와 분열을 반복하며 증식하는 감수분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유전 정보를 담은 염색체가 복제된 상태에서 분열되지 못하고 2배체가 된다.

 

김용민 생명연 국가생명연구자원정보센터 선임연구원은 “한 쌍의 염색체에서 하나의 표현형질에 관여하는 유전자는 2개(1쌍)인데, 자생종 무궁화에선 몇몇 같은 종류의 유전자가 8개(4쌍)씩 발견됐다”며 “유전자 2개가 배수체화를 거쳐 4개가 되고, 이 4개가 또 한 번 배수체화를 겪어 8개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2번에 걸쳐 배수체화가 일어났음을 확인한 셈이다. 본래 무궁화는 21쌍의 염색체를 갖고 있지만 4배체가 되면 염색체가 84쌍이 된다.

 

배수체화 현상의 원인으로는 한반도의 기후 변화를 지목했다. 같은 아욱과에 속한 목화와 다른 종으로 분화된 2200만 년 전 이후 지구의 평균기온은 계속 낮아졌고, 이때 한반도 평균기온도 무궁화가 살기 적당한 온도인 30도 아래로 떨어졌다. 김 연구원은 “온도가 적정온도보다 낮아지면 무궁화의 생식세포가 정상적인 감수분열을 하기 어렵다”며 “복제된 염색체가 분열을 제대로 하지 못해 배수체화 현상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무궁화(빨간색)와 카카오(주황색), 목화(분홍색), 애기장대(녹색), 암보렐라(파란색) 유전체의 개화 관련 유전자 중 광(光) 주기와 관련된 유전자의 계통을 나타낸 그래픽(A)과 무궁화 유전체에서 나타난 개화 관련 유전자의 발현 패턴을 나타낸 그래픽(B). -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제공
무궁화(빨간색)와 카카오(주황색), 목화(분홍색), 애기장대(녹색), 암보렐라(파란색) 유전체의 개화 관련 유전자 중 광(光) 주기와 관련된 유전자의 계통을 나타낸 그래픽(A)과 무궁화 유전체에서 나타난 개화 관련 유전자의 발현 패턴을 나타낸 그래픽(B). -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제공

● 100일 이상 지속되는 개화, 추워진 한반도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

 

배수체화로 4배체가 된 무궁화의 유전체에서는 지속적으로 유전자 손실이 일어났음도 확인됐다. 김용민 연구원은 “비정상적으로 염색체 수가 늘어난 4배체는 구조가 불안정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2배체로 돌아가기 위한 ‘이배체화 현상’의 결과로 유전자 손실이 일어났다는 설명이다. 

 

보통 이배체화 현상은 모든 유전자에 무작위로 일어난다. 그러나 이 무궁화에서는 FAR1처럼 개화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거의 손실되지 않았다. 모든 유전자가 같은 수준으로 감소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무궁화의 경우 개화 유전자가 다른 식물에 비해 2~10배 많이 발현된 것이다(정확히는 개화 유전자가 감소하지 않은 무궁화가 살아남은 것이다). 이에 따라 무궁화는 특정 시기에 일시적으로 개화하는 보통 꽃과 달리 100일 이상 개화가 이어지게 됐다.

 

한반도처럼 무궁화가 살기엔 기온이 낮은 환경에서는 개화를 오래 지속해 더 많은 개체를 수정시킬 수 있는 무궁화가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생존을 위해 개화 기간이 길어지는 방향으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자생종 무궁화는 열악한 환경에서 배수체화와 이배체화를 겪으며 유전자 손실까지 일어나 생존에 불리한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개화 유전자의 손실을 피한 일부는 배수체화를 거치며 개화 관련 유전체 숫자가 늘어나 도리어 추운 한반도 환경에 적응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대한민국의 국화(國花)에 걸맞는 불굴의 진화 과정을 거쳐왔다 하겠다.     

 

이번 연구 성과는 개화 시기를 조절할 수 있는 식물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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