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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미래부의 KISTEP 원장 승인 거부, 그 뒷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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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21일 20:00 프린트하기

박영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원장이 자신의 연임을 승인하지 않은 미래창조과학부에 행정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정부산하기관 원장이 정부 주무부처를 상대로 법정 싸움을 건 셈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과학기술계를 잘 모르는 분은 이번 일이 잘 이해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한번 들여다 보겠습니다.

 

●박영아 원장, 9월 연임 이사회 통과…그런데, 미래부 장관이 거부

 

박 원장은 지난 9월 말 KISTEP 이사회 의결을 거쳐 연임에 성공하는 듯 했습니다. 보통 이사회에서 원장을 선임하면 상급기관장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선임을 했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박 원장은 올해 10월 미래부의 승인 거부 이후 한시적으로 원장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공식적 권한 종료 시점은 12월 23일 오전 열리는 연말 이사회 개회까지라고 합니다. 그의 임기가 이제 며칠 안남은 상황입니다. 아마 이대로 임기 종료 후 새로운 사람이 뽑힐 걸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20일 저녁에 연락이 한 통 왔습니다. 21일 오전에 박 원장이  기자회견을 한다는 것입니다. 정부에 반기를 든다는 내용으로 확인됐습니다. (☞연임 불허된 KISTEP 박영아 원장, 정부에 반기)

 

박 원장은 2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적법한 절차에 의해 원장으로 선임됐음에도 미래부는 알 수 없는 이유를 들어 승인하지 않았다”며 “원장 선임자가 심각한 결격 사유가 있다면 모르지만 정부 입맛에 맞는 인사를 원장에 앉히려는 정치적 판단이며, 이사회의 인사재량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이어 “행정소송을 통해 법적인 절차를 밟아 나갈 것”이라며 “적법한 절차를 밟아 선임된 것이기 때문에 결국 승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2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 중인 박영아 KISTEP 원장 - 전승민 기자 제공
2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 중인 박영아 KISTEP 원장 - 전승민 기자 제공

●박 원장 “불승인 사유 부족” vs 미래부 “상급기관 고유 권한”

 

박 원장의 주장에 따르면 미래부가 ‘불승인’의 이유로 제시한 4가지가 매우 주관적이고 사실 관계고 맞지 않는다고 합니다. 

 

미래부가 제시한 4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연임을 고려할 만한 성과가 없었다.

▽청렴도 평가 점수가 낮다.

▽예산집행 상의 부적정 사례 등 운영상의 문제점이 있다.

▽정부와의 협력 시너지 효과가 낮다

 

물론 박 원장은 이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합니다.

 

▽지난 3년간 기관 평가 성적이 우수했다.

▽청렴도 평가는 받은 사실도 없다

▽예산집행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지만 문제가 되는 사안을 명백히 보여주지도 않았다

▽정부와의 협력이 문제가 된다는 건, 결국 정부 말을 잘 듣는 사람을 뽑겠다는 의도다.

 

●미래부, 즉각 반박

 

박 원장이 기자회견을 마치자, 미래부는 즉각 해명자료를 배포했습니다. 우선  ‘KISTEP 원장은 정관에 따라 미래부 장관의 승인을 거쳐 최종 선임하게 되어 있다’는 법적인 권한을 언급합니다. 그리고는 “미래부의 KISTEP 원장 불승인은 승인권자로서의 합당한 조치였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렇지만 이 같은 불승인 조치가 과학기술계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라는 것을 미래부도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 번도 없었으니까요. 미래부 측은 “미래부에서는 전례가 없지만 산업부나 교육부에선 이사회가 추천한 산하기관 원장 후보를 불승인하는 일이 적잖게 있었다”고 설명을 합니다.

 

그리고 박 원장의 반박에 대해 다시 반박을 합니다. 미래부 관계자는 전화 통화에서 “KISTEP은 2013년부터 국민권익위가 기관의 부패방지 노력 정도를 평가하는 ‘부패방지 시책평가’를 받아왔기 때문에 청렴도 평가를 올바르게 받지 않았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KISTEP의 청렴도 평가 점수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용홍택 미래부 국장은 “이미 소송을 제기한 상태에서 사안 하나 하나를 일일이 공개하긴 어렵다”며 “이미 박 원장이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니, 앞으로 법정에서 사안을 가리면 될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친박-비박 논란 휩싸였던 선임 과정

 

박 원장은 원래 물리학자입니다. 명지대 물리학과 교수를 하다가 18대 국회에 입성합니다. 당시 여당의 텃밭으로 불렸던 서울 송파구에서 당선됐습니다. 비례 대표도 아니고, 지역구에서 당당하게 선출된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19대 국회의원에는 출마를 하지 않습니다. 당시 과학계에서는 정치적인 이유(?) 때문일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그리고는 2013년에 차관급 산하기관 자리인 KISTEP 7대 원장을 맡게됩니다.

 

그리고 이번에 8대 원장으로 연임을 할 것인가를 놓고 이같은 논란이 일어난 것입니다. 이번에는 이인선 전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원장(계명대 교수), 박두규 트라이밸류 대표와 최종 경합을 벌였습니다. 결국 이사회에서 과반수 표를 얻는데 성공하면서 연임이 되는 듯 했지만, 미래부의 불승인 때문에 낙마 위기에 처하게 된 것입니다.

 

과학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정치적인 배경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해석합니다. 박 원장은 18대 국회 진출할때 ‘친MB계’로 분류된 바 있습니다. 그래서 여당이면 비교적 쉽게(?) 당선된다는 강남 송파구 후보로 공천 받았다는 것입니다.

 

사실 8대 KISTEP 원장 선임을 위한 이사회에서 이인선 전 DIGIST 원장이 될 것으로 예상하는 과학계 인사들이 많았습니다. 당시만 해도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이슈가 되기 전이라 ‘친박근혜계’로 불리는 이 전원장이 유력할 것으로 생각됐기 때문입니다.

 

박 원장도 기자회견 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이 같은 뉘앙스의 말을 했습니다. 그는 “KISTEP 이사회엔 정부측 인사도 포함되는데, 정부 입맛에 맞는 사람을 선임하기 위해 이사회 전부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온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 원장은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받아야 할 과학계 기관장을 이처럼 선임하는 일은 앞으로도 있어선 안 돼 소송까지 결심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물론 미래부 측은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원장 불승인은 한두 가지 사안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며, 원장의 역량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결론 내린 것”이라고 말하며,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려보겠다는 입장입니다.

 

과학계 기관장 선임을 놓고 정치적 거래 얘기가 나오면서 ‘낙하산 인사’를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또한 박 원장을 ‘원조 낙하산’이라고 말하며 ‘새로운 낙하산’을 견제하는 것으로 보는 의견도 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까요. 박 원장이 행정소송에서 승리를 하게 될까요? 행정 소송 진행하면서 미래부가 새 원장을 덜컥 선임하지는 않을까요? 여하튼 모양이 좋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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