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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뇽뇽의 色수다] (ep5) 성에 대한 이중 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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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뇽뇽의 色수다] (ep5) 성에 대한 이중 잣대

2016.12.25 11:00

“성적 이중 잣대(sexual double standard; SDS)란 여성과 남성의 성적 행동이 서로 다른 기준에서 평가되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캐주얼 섹스가 남성은 괜찮지만 여성은 괜찮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이중 잣대는 여성의 성적 자유를 제한하는 장치로서 작용하며 여성의 종속을 반영하는 한편 강화시킨다. 성적 이중 잣대의 결과, 똑같이 섹스를 많이 할 경우 남성은 사회적 지위를 얻지만 여성은 사회의 낙인을 얻게 된다.”

- Rudman et al., (2013) -

 

GIB 제공
GIB 제공

여성과 남성이 성적으로 같은 행위를 해도 서로 다른 평가를 받게 된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원인이나 이러한 차별을 만드는 주체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크게 ‘남성’이 여성의 성을 억압하는 주체라는 주장과 남성보다 ‘여성’이 자신들의 성을 억압하는 주체라는 주장이 있었다고 한다. 전자가 Male Control Theory(MCT)이고 후자가 Female Control Theory(FCT)다.


MCT의 경우 남성이 남성 경쟁자를 줄이기 위해, 그리고 가부장적 파워와 여성의 종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한가지 수단으로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억압한다는 주장이다.


FCT는 성을 일종의 상품으로 보고 남성을 구매자의 입장, 여성을 공급자의 입장으로 놓고 여성들이 자신들의 시장 가치(?)를 높게 유지하려 노력하다보니 스스로 공급을 통제하려 서로의 성적 자유도를 억압한단 주장이다.


그리고 최근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에 실린 한 연구에의하면 현재로서는 FCT보다 MCT를 지지하는 근거가 더 많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일례로 여성이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억압한다는 쪽의 논거로 딸들은 아빠보다 엄마랑 더 성경험에 대해 많이 상담한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반론으로 딸들이 엄마와 상담을 하는 이유는 보통 '아빠'가 엄마보다도 더 딸의 성경험을 심하게 반대하며 딸을 통제하려 들기 때문이라는 지적들이 힘을 얻고 있다고 한다. 즉 딸들이 정말 두려워하는 대상이자, 딸의 성을 더 적극적으로 통제하려는 사람은 엄마보다 아빠라는 것이다.


또한 여성 인권 수준이 낮은 사회일수록 여성이 '살아남기 위해서' 남성들보다 더 가부장적인 가치관을 받아들이기도 한다는 연구들이 있었다. 이들 연구에 비춰보면 여성 인권이 낮은 사회에서 한 여성이 다른 여성에게 몸사릴 것을 조언하는 것은 억압의 ‘결과’에 가깝지 억압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보긴 어려워 보인다.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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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성적 이중 잣대에 관한 인식과 태도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연구자들은 다음과 같은 발견을 했다.

 

1. 대체로 남성이 여성에 비해 성적 이중 잣대를 바람직하게 바라보는 경향을 보였다. 즉 여성들에 비해 남성들이 남성은 성적으로 자유분방해도 좋지만 여성들은 그러면 안 되며, 이러한 이중 잣대의 존재가 ‘바람직’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 또한 같은 남성 중에서도 성차별적인 남성, 즉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존재로 바라보기보다 열등하거나 남성을 ‘위해’ 존재하는 무엇으로 바라보는 남성들이 그렇지 않은 남성에 비해 성적 이중 잣대를 더 바람직하게 바라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결과 성적 이중 잣대에 대한 남녀 간의 태도 차이가 이러한 성차별적 태도에 의해 설명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3. 또한 여성은 대체로 성별에 상관 없이 남녀 모두 캐주얼 섹스를 하지 말라고 조언하는 편인 걸로 나타났지만 남성은 남성 친구와 친척들에게는 캐주얼 섹스를 권장하는 반면 여성 친구와 친척들에게는 권장하지 않는 등 ‘성별’에 따라 태도가 크게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패턴은 성차별적 태도가 강한 남성들에게서 더 강하게 나타났다.


4. 또 흥미롭게도 ‘여성이 같은 여성에게 캐주얼 섹스를 만류하는 이유가 뭘까?’라고 물었을 때 여성들은 '사회적 편견'이 무섭기 때문이라는 데에 제일 크게 동의한데 비해 남성들은 여성들에 비해 '여자가 문란하면 강간당할 수 있어서'에 더 크게 동의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문란한 여성은 강간당하기 쉽고, 또 강간당해도 싸다'는 강간 신화(rape myth)가 남녀 모두에게 받아들여져 여성을 통제하기 위해 사용되는데, 남성들에 의해 좀 더 쉽게 받아들여지고 정당화되는 경향이 있는 듯 하다고 보았다.

 


한계점 또한 많지만 분명 시사점이 많은 결과와 해석들이라는 생각이다. 우리 안의 성적 이중 잣대는 어떨까?

 


※ 참고문헌
Rudman et al., (2013). What motivates the sexual double standard? More support for male versus female control theory.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39, 250-263.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한 주를 건강하게 보내는 심리학을 다룬 <심리학 일주일>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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