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바로가기본문바로가기

동아사이언스

2017년 새해 첫날, 당신에게 1초의 시간이 더 생긴다

통합검색

2017년 새해 첫날, 당신에게 1초의 시간이 더 생긴다

2016.12.31 09:00

2017년은 365일하고도 1초가 더 있는 ‘윤초’의 해다. 한국 시간으로 2017년 1월 1일 9시에 1초가 추가된다. 윤달과 윤년은 친숙하지만, 윤초는 우리에게 아직 생소하다. 눈 깜짝할 새 지나가는 1초지만, 여기에는 많은 이야기가 숨어있다.

 

GIB 제공
GIB 제공

1분 요약
● 윤초는 원자시와 세계시가 0.9초 이상 차이가 나면 원자시에 1초를 더하거나 빼는 제도다.
● 윤초가 발생하는 이유는 지구의 자전 속도가 불규칙하기 때문인데, 여러 원인 중 달과의 조석 마찰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 미국 등은 윤초가 컴퓨터 시스템에 장애를 일으켜 막대한 피해를 초래하므로 폐지하자고 주장한다. 반면 영국과 러시아는 윤초를 그대로 시행하길 원해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시간의 종류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현재 인간 생활과 크게 관련이 있는 시간은 세계시, 원자시, 세계협정시 등 세 가지다. 세계시는 천문 현상에 기반한 시간이다. 태양이 자오선(천체의 시각을 측정하는 기준선)을 통과하는 평균적인 하루의 길이를 1일로 정의해 사용한다. 하지만 이 간격이 일정하지 않아 사용하기 불편하다.


반면 1967년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원자시는 세슘-133 원자의 진동수(91억 9263만 1770번)를 1초로 정의한 시간이다. 이에 따르면 하루는 정확히 8만 6400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실제 천문현상과 차이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태양이 남중에 위치하고 있어도 원자시로는 정오가 아닐 수 있다.


그래서 현재 우리는 세계시와 원자시를 합쳐 보완한 세계협정시를 사용하고 있다. 원자시와 동일한 1초를 사용해 8만6400초를 하루로 정의하고, 대신 실제 하루 길이를 반영하는 세계시와 비교해 보정한다. 두 시간이 0.9초 이상 차이가 나면 원자시에 1초를 더하거나 빼는 윤초 제도를 사용해 일치시키는 것이다. 원래 시간이라면 59초에서 0초로 넘어가지만, 윤초가 추가되면 59초 이후 60초(양(+)의 윤초)가 되거나 58초 다음 0초(음(-)의 윤초)가 된다. 1972년부터 시행해 현재까지 총 26초의 윤초가 추가됐다. 이번 새해에 추가되는 윤초는 27번째다. 지금까지 음의 윤초가 실시된 적은 없다.

 

윤초가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은 지구와 달 사이의 조석마찰 때문이다. - 과학동아 제공
윤초가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은 지구와 달 사이의 조석마찰 때문이다. - 과학동아 제공

불규칙한 지구의 자전 속도가 윤초 도입한 이유

 

세계시와 원자시 사이에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은 지구의 불규칙한 자전속도다. 박한얼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측지그룹 연구원은 “지구의 자전 속도에 영향을 주는 가장 큰 원인은 달과의 조석 마찰”이라고 말했다. 달은 지구의 바닷물을 밀거나 끌어당기는 조석현상을 일으킨다. 이 힘(조석력) 때문에 지구의 바닷물은 달을 마주 보고 있는 쪽과 그 반대쪽을 향해 움직인다. 하지만 육지는 지구의 자전에 따라 회전하기 때문에 바다와 육지는 마찰이 일어나고, 결과적으로 지구의 자전은 방해를 받게 된다. 이를 조석마찰이라고 하며, 이 때문에 장기적으로 지구의 자전 속도가 감소해 하루의 길이가 길어지게 된다. 영국 더럼대 물리학과 리처드 스티븐슨 교수팀은 2016년 12월 ‘영국왕립학회보A’에 발표한 논문에서 조석력이 지구의 자전 속도를 100년마다 2.3ms(밀리초, 1ms는 1000분의 1초)씩 느리게 만든다고 분석했다(DOI:10.1098/rspa.2016.0404). 기원전 700년부터 2015년까지의 일식과 월식의 기록, 달 가림 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구의 자전 속도 변화를 모델링한 결과다.


이 외에도 지구의 자전 속도를 불규칙하게 만드는 원인은 다양하다. 스티븐슨 교수팀은 논문에서 지구의 자전 속도에 조석력뿐만 아니라 다른 요인이 작용한다는 것도 밝혔다. 연구팀은 지구의 실제 자전 속도가 100년마다 평균 1.8ms씩 느려졌다는 결과를 얻었는데, 이 수치는 조석력 외에 다른 힘이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었다. 이들은 핵과 맨틀 사이의 전자기력 변화와 빙하의 이동이 지구의 자전 속도를 증가시키는 요인이라고 설명하며, 그 주기가 대략 1500년 정도일 것으로 추정했다.


화산이나 지진, 계절의 변화도 지구의 자전 속도에 영향을 준다. 이들은 지구의 관성 모멘트(회전운동을 유지하려는 정도)를 변화시켜 지구의 자전 속도에 영향을 미친다. 즉, 지구의 질량 분포가 회전축으로 모이면 지구의 자전 속도는 빨라지고, 반대가 되면 지구의 자전 속도는 느려진다. 화산이나 지진의 경우 아직까지는 실제 영향을 예측하거나 계산하기 쉽지 않지만, 대지진의 경우 지구의 자전 속도에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2004년 인도양에서 발생한 규모 9.1~9.3의 지진해일과, 2011년 발생한 규모 9.0의 동일본 대지진이 지구의 자전 속도를 각각 2.68μs(마이크로초, 1μs는 100만분의 1초), 1.8μs 앞당겼다고 발표했다.


박한얼 연구원은 “북반구를 기준으로 여름에는 지구의 자전 속도가 빨라져 하루의 길이가 짧아지고, 겨울에는 반대로 자전 속도가 느려져 하루의 길이가 길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여름에 눈이 녹아 질량분포가 회전축에 가까워지고, 겨울에는 지표에 눈이 쌓여 질량분포가 회전축으로부터 멀어지는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과학동아 제공
과학동아 제공

과학에서 정치로, 윤초 폐지를 둘러싼 논쟁


이처럼 지구 자전 속도는 다양한 원인에 의해 매우 불규칙하게 변하기 때문에, 윤초는 윤년처럼 규칙적으로 정하기 어렵다. 현재 윤초는 국제지구자전-좌표국(IERS)에서 지구 자전 속도를 예측한 결과를 바탕으로 6개월 전에 결정해 발표한다. 이번 윤초도 지난 7월 6일에 공표됐다.


정밀한 시간이 중요한 금융, 항공, 정보통신 분야에서 윤초는 ‘악몽’으로 취급된다. 일반적으로 컴퓨터의 운영체제는 61초로 된 1분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추가된 1초에 대해 별도의 대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고작 6개월의 기간으로는 윤초를 대비하기가 쉽지 않다. 2012년 호주 콴타스 항공사는 윤초에 대비해 시스템을 수정했지만, 예상치 못한 버그로 발권 시스템이 먹통이 돼 400여 편의 항공기를 출발시키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윤초 제도가 시행되기 시작한 1972년부터 1990년대까지 거의 매 해 윤초가 추가됐지만 그 때는 인터넷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2000년대 초에는 윤초가 2005년, 2008년 총 두 번밖에 없었기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2010년 이후부터 2012년과 2015년, 그리고 올해까지 총 3번 윤초가 추가됐고, 2018년에도 추가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윤초 문제가 계속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구의 자전 속도가 계속 느려질 것이기 때문이다. 달과의 조석 마찰이 지구의 자전 속도를 변화시키는 가장 큰 요인이다(이는 앞서 음의 윤초가 실시된 적이 없다는 말을 설명해준다).


2005년부터 미국, 호주, 프랑스, 독일 등은 윤초를 폐지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윤초 제도 때문에 발생하는 피해와 비용 부담이 막대하다는 것이다. 특히 개발도상국에게는 더 큰 부담이 된다. 윤초 폐지를 지지하는 국가들은 1초는 아주 짧은 시간이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는 이 차이를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원자시와 천문시가 1분 이상 차이가 나려면 100년 이상이 걸리기 때문이다. 사실 윤초 제도는 단 ‘1초’의 차이도 용납하지 않고 메꾸려는 인간의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로 볼 수 있다.

 

반면 영국과 러시아는 윤초 제도를 지금과 같이 유지하고 싶어 한다. 40년이 넘게 별 문제 없이(?) 유지한 제도를 폐지하면 오히려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더 큰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윤초 폐지 논쟁에는, 각국의 보이지 않는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영국은 윤초를 없애면 시간 체계에 대한 기득권이 미국으로 넘어갈까 우려하고 있다. 세계협정시의 기준이 되는 세계시가 영국의 그리니치 천문대를 기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미국과 다른 위성항법체계를 사용해 윤초가 적용되기 때문에 별 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의 경우 아직 정리된 입장은 없다. 아직까지 사회적으로 큰 피해나 혼란이 없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도 천문학적인 관점에서는 윤초를 시행하는 게 옳다고 생각해 큰 이견은 없는 상황이다.

 

윤초 제도는 2023년까지는 유지될 예정이다. 2015년 11월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전파통신회의(WRC)에서 각국 대표들이 윤초 제도의 유지 여부를 논의했지만, 합의를 보지 못하고 일단 유지하기로 했다. 눈 깜빡하면 지나가는 ‘1초’에는, 이토록 많은 사실들이 숨어 있다.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5 + 6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

    관련 태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