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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선에서 생을 마감해야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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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1월 01일 18:00 프린트하기

※스포일러 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의 줄거리 일부가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 ‘패신저스’에서 제2의 지구인 ‘터전2’로 향해 떠나는 초호화 거대 우주선 아발론호. 호텔 객실부터 천문대, 우주 광경을 즐길 수 있는 수영장 등을 갖추고 있다. 총 길이 1000m의 이 우주선은 우주공간에서 얻은 수소로 핵융합 반응을 일으켜 전력을 얻는다. - UPI코리아 제공
영화 ‘패신저스’에서 제2의 지구인 ‘터전2’로 향해 떠나는 초호화 거대 우주선 아발론호. 호텔 객실부터 천문대, 우주 광경을 즐길 수 있는 수영장 등을 갖추고 있다. 총 길이 1000m의 이 우주선은 우주공간에서 얻은 수소로 핵융합 반응을 일으켜 전력을 얻는다. - UPI코리아 제공

‘제2의 지구’가 될 외계의 개척 행성 ‘터전2’를 향해 120년간의 긴 여행을 떠난 총 길이 1000m의 초호화 거대 우주선 아발론 호. 그런데 행성에 도착하기도 전에 5000여 명 중 한 사람이 90년이나 일찍 동면 상태에서 깬다. 다시 동면 상태로 돌아갈 방법을 찾지 못한 그는 우주선 안에서 생을 마감하게 된 자신의 운명을 깨닫는다.

 

4일 개봉하는 영화 ‘패신저스’는 알 수 없는 동면기 이상으로 깨어난 짐 프레스턴(크리스 프랫)의 고뇌로부터 시작된다. 도움을 청하기 위해 승무원 동면실을 열어보려 하기도 하고, 우주선 안에 있는 각종 편의시설과 오락시설을 마구 이용하며 즐거움을 찾으려 하기도 했다. 하지만 1년이 넘도록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고, 그는 사무치는 고독 속에서 몸부림친다.
 

우주선 내 동면 상태로 항해 중이던 5000여 명의 탑승객 중 한 명이 동면기 이상으로 혼자 90년 일찍 깨어난다.
우주선 내 동면 상태로 항해 중이던 5000여 명의 탑승객 중 한 명이 동면기 이상으로 혼자 90년 일찍 깨어난다. - UPI코리아 제공

● 고립감은 우주 여행의 큰 걸림돌

 

삶의 터전이었던 지구와 단절된 채 긴 시간 동안 고립된 공간에서 지내기란 심리적으로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다. 인류가 현재 기술로 5500만~4억㎞ 거리의 화성까지 가는 데는 평균 80~150일이 걸린다.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지구형 행성인 ‘프록시마 b’까지는 화성까지의 17만 배가 넘는 약 4광년(1광년은 약 9조4670억㎞) 거리를 가야 한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미국항공우주국(NASA) 우주비행사들과 함께 생활하며 이들에게 나타나는 심리적 변화에 관해 연구한 문화인류학자 잭 스투스터 미국 아나카파사이언스 회장(수석연구원)은 2014년 “우주 비행사들은 사소한 일에도 자주 짜증을 내거나 끊임없이 과식을 하고, 쉽게 좌절하는 등 우울증의 전형적인 증상을 보였다”며 “지구에 있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e메일을 주고받거나 교신을 하고, 함께 있는 동료들과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눌 때는 상태가 좋아졌다”고 밝혔다. 사람들과의 사적인 대화가 약이 된 셈이다.

 

영화 속 짐 프레스턴도 고독감에서 벗어나게 해 줄 열쇠가 타인에게 있음을 직감했다. 고독한 생활이 1년 여 동안 지속됐을 무렵, 그는 동면기를 수동으로 작동해 다른 이를 깨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동면 상태에 있는 사람들 중 자신이 그려온 이상형, 오로라 레인(제니퍼 로렌스)을 발견한 뒤였다. 그녀를 깨우면 고통에서 벗어나 이상형과 함께 행복한 생을 경험할 기회가 생기지만, 동시에 사랑하는 사람을 자신과 똑같은 운명에 처하게 만드는 셈이 된다.

 

그럼에도 결국 그는 무언가에 홀린 듯 그녀를 깨우고 만다. 잠에서 깨어난 오로라는 짐과 서서히 서로 의지하는 연인이 되지만, 어느 날 자신을 깨운 이가 짐이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진다.

 

● 장기 우주 체류의 핵심, 발전과 인공중력
  
하지만 그것도 잠시, 둘은 우주선에 결함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갑작스럽게 인공중력이 사라지면서 우주선이 무중력 상태에 빠진 것. 우주선 내에 인공중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주선이 중심축을 중심으로 회전을 하면서 구심력을 만들어내야 한다(이 개념은 1960년대 미국의 물리학자 로버트 버사드에 의해 처음 제안됐다). 하지만 전력이 끊기면서 회전이 멈추자,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던 오로라는 수영장 물과 함께 공중에 떠오른다(무중력 상태에서는 물이 구 모양의 물방울로 둥둥 뜨게 되는데, 이는 물 분자끼리 서로 당기는 힘만 남아 액면 부근의 물 분자들이 중심부를 향해 끌려가기 때문이다).
  

우주선 내 인공중력이 사라지면서 무중력 상태가 되자 수영장에서 수영 중이던 오드리 레인은 물방울과 함께 공중으로 떠오른다. - UPI코리아 제공
우주선 내 인공중력이 사라지면서 무중력 상태가 되자 수영장에서 수영 중이던 오드리 레인은 물방울과 함께 공중으로 떠오른다. - UPI코리아 제공

원인은 수소로 핵융합 반응을 일으켜 전력을 생산하는 우주선 원자로의 과열. 냉각장치 고장으로 과열된 핵연료는 원자로까지 녹이는데, 이 경우 원자로 안에 갇혀 있어야 할 수소가 빠져 나와 원자로를 둘러싼 거대한 격납용기 안에 축적된다. 이 수소의 농도가 10% 이상에 이르면 격렬한 폭발이 일어난다. 새로운 삶을 꿈꾸는 5000여 명의 생명이 우주 한가운데서 한꺼번에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원자력 발전은 우주 공간에 있는 수소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실제 심(深)우주 탐사선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원자로의 크기와 무게다. 전력 생산에는 유리하지만, 우주선이 무거워지면 그만큼 더 많은 전력을 소모하는 딜레마에 빠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최근에는 태양풍을 타고 날아오는 양성자를 튕겨내면서 그 반작용으로 우주선을 움직이고 동시에 전력도 생산하는 ‘태양광 우주선’도 개발되고 있다.

 

아발론호 내에 있는 원자력 발전소. 우주선에 치명적인 결함이 생긴 원인은 수소로 핵융합 반응을 일으켜 전력을 생산하는 원자로의 과열이었다. - UPI코리아 제공
아발론호 내에 있는 원자력 발전소. 우주선에 치명적인 결함이 생긴 원인은 수소로 핵융합 반응을 일으켜 전력을 생산하는 원자로의 과열이었다. - UPI코리아 제공

● 인체 동면 가능할까

 

아직까지 인체를 동면 상태로 만드는 기술은 없다. 하지만 트라우마 같은 정신적 충격을 치유하기 위해 환자가 며칠 간 코마 상태에 머물도록 유도한 경우는 있었다. 2015년 우주기업 스페이스웍스는 NASA로부터 ‘인체 정체 유도’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지원받기로 했다. 동물이 몇 개월 동안 겨울잠을 자는 것처럼 동면 상태를 유도하는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이 영화에 등장한 동면기는 스페이스웍스가 제안한 기술과 동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우주공학자 존 브래드포드 스페이스웍스 총괄책임자는 “화성에 가는 6개월 동안 승객들을 동면 상태로 둔다면, 임무에 필요한 식량 공급 문제와 우주에서 느끼는 고립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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