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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신년기획_그것이 알고싶닭] ④ (팩트 체크) 붉은 닭, “저는 억울한 게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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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신년기획_그것이 알고싶닭] ④ (팩트 체크) 붉은 닭, “저는 억울한 게 많습니다!”

2017.01.04 16:00

붉은 닭의 해가 밝아 오자, 기다렸다는 듯 여기저기서 온통 ‘닭’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냅니다. 닭의 기원부터, 닭이 자라는 환경, 닭의 종류, 달걀의 종류, 치킨의 역사까지, 저 역시 신년기획 시리즈 기사로 닭의 이모저모를 소개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새로운 관점으로 닭에게 접근해 보려고 합니다. 문득 닭은 참 섭섭하고 억울한 점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평소 ‘닭’을 생각하면 근면 성실하다는 이미지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사람들은 주로 닭을 ‘비하 발언’에 소환하기 일쑤입니다.

 

사람들은 부정적인 뜻으로 ‘꿩 대신 닭’, ‘닭대가리’, ‘싸움닭’,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같은 표현을 자주 사용하며, 심지어 한 나라 대통령의 처신을 꼬집어 말할 때도 ‘닭’은 소환되어 끊임없는 의문의 패배를 당합니다.

 

 

[Fact Check #1] 대체 내가 꿩보다 못한 점이 뭡니까?

 

꿩은 닭보다는 날렵한 이미지가 강하다. - GIB 제공
꿩은 닭보다는 날렵한 이미지가 강하다. - GIB 제공

 

‘꿩 대신 닭.’

 

‘대타’를 표현하는 가장 대표적 속담입니다. 주로 최선이 아닌 차선을 택할 때 쓰는 표현이죠. 꿩이 최선, 닭이 차선이라는 이야기고요. 닭은 억울합니다. 닭이 어때서(!) 꿩과 비교를 당하는 겁니까!

 

1) 외모


꿩은 암수 모두 알록달록한 점무늬가 있고, 꼬리가 긴 것이 특징입니다. 긴 꼬리와 잘 빠진 몸매가 날렵한 인상을 줍니다. 특히 수컷인 ‘장끼(암컷은 까투리)’는 푸른색 목과 흰 목줄이 수려한 외모를 돋보이게 합니다.  

 
반면 닭은 암탉은 물론이고, 수탉이라고 해봐야 ‘붉은 볏’만 눈에 띕니다. 물론 관상용 닭 중에는 화려한 꼬리 깃털을 뽐내는 녀석들도 있긴 하지만, 닭 중에 최고일지 몰라도 꿩 외모에는 못 미칩니다. 닭 의문의 1패.

 

2) 가치


꿩은 산이나 들에 사는 대표적인 텃새입니다. 닭과는 달리 날아다니기 때문에 잡기도 어렵습니다. 반면 닭은 아예 우리집 마당에서 ‘닭고기’용으로 사육이 되곤 하죠. 닭보다 꿩을 귀하게 여기는 건 희소성 때문이겠죠? 이렇게 닭은 의문의 2패.

 

3) 맛

꿩고기는 고급 식재료로 그 맛이 일품이다. - GIB 제공
꿩고기는 고급 식재료로 그 맛이 일품이다. - GIB 제공

꿩고기는 닭고기보다 훨씬 맛이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서 닭은 바로 의문의 3패.)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의 유래로 몇 가지 설이 전해지는데, 그중 가장 설득력 있는 이야기는 ‘음식’에 관한 겁니다. 예전에는 설날 떡국을 끓일 때 꿩고기로 국물을 내곤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꿩고기는 일반 서민들은 구하기가 어려워, 꿩 대신 마당에 기르던 닭을 잡아 썼다고 하네요. 뿐만 아니라 꿩고기는 맑은 장국을 만들 때도, 김치를 만들 때도, 만두소를 만들 때도 종종 사용했다고 합니다.

 

서양에서도 오래 전부터 꿩고기를 닭고기보다 좋게 평가했던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19세기 초 대표 미식가였던 프랑스의 장 앙텔므 브리아 사바랭은 자기 책 ‘브리야 사바랭의 미식 예찬(Physiologie du gout)’에서 꿩고기에 대해 “제때 요리하면 그 살코기는 부드럽고 고상하며 대단히 맛이 좋다. 가금과 큰 수렵 짐승의 맛이 동시에 나기 때문”이라고 극찬했습니다.

 

☞ 팩트 1. 닭보다는 꿩이 여러모로 나은 것은 사실이다.

 

 

[Fact Check #2] 난 생각보다 똑똑한 편입니다!

 

사람들은 종종 머리 나쁜 사람을 ‘닭대가리’라고 표현합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닭이 결코 멍청한 동물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닭의 울음소리를 연구한 호주 맥쿼리대 심리학과 크리스 에반스 교수는 “닭은 자신이 처한 상황과 기분에 따라 최소 24가지의 서로 다른 울음소리를 낸다”고 설명합니다.

 

닭은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울음소리로 뜻을 전달한다. - GIB 제공
닭은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울음소리로 뜻을 전달한다. - GIB 제공

 

 

에반스 교수 연구팀은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었습니다. 수탉은 음식을 발견하면 ‘탁, 탁, 탁’ 과 같은 특정한 소리를 냅니다. 또 수탉은 외부 침입이 감지되면 일명 사이렌 소리로 주변에 위험을 알리며, 자신이 좋아하는 암탉을 부를 때만 내는 사랑의 소리도 있습니다. 암탉은 알을 낳으면 평소보다 시끄러운 소리로 우는 등 행복한 순간엔 나름의 노래도 부른다고 합니다.

 

어떤 닭은 소리를 30가지 정도로 구분해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런 닭은 네 살 유아의 지능 수준에 이를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 팩트 2. 닭대가리는 닭대가리가 아니다.

 

 

[Fact Check #3] 난 생존을 위해 싸워야만 합니다!

 

일부 닭은 ‘싸움닭(투계)’으로 품종이 계량됐다. - GIB 제공
일부 닭은 ‘싸움닭(투계)’으로 품종이 계량됐다. - GIB 제공

 

성격이 사나운 사람을 ‘싸움닭’이라고 부릅니다. 닭싸움은 오래 전 중국에서 시작된 놀이로 세월이 지나면서 여러 나라에서 종교의식으로, 때론 싸움에 이길 닭을 예측해 돈을 거는 도박의 한 종류로 이어져 왔습니다.

 

근데 싸움을 위해 품종을 계량한 싸움닭(투계) 외에도 모든 닭은 부화하자마자 바로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살아갑니다. 부화한 지 열흘이 지나면 서로 동료(이자 적)의 얼굴을 익히고, 주특기인 ‘쪼기’ 기술을 사용해 서열을 가리기 시작합니다.

 

실제로 수평아리는 부화한 지 49일째쯤, 암평아리는 63일째쯤 권력 서열이 정해집니다. 서열이 높은 순서대로 낮은 닭을 쪼며 서열을 과시하거나 서열을 지킵니다. 만약 전학생(?)이 기존 서열 1순위에게 복종하지 않으면, 바로 공격에 들어간다고 하네요.

 

☞ 팩트 3. 싸움닭이 아니더라도 닭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산다.


 

[Fact Check #4] 암탉이 울면 다 이유가 있는 겁니다!

 

모성애나 동료애가 전혀 없을 것 같았던 닭에게도 ‘병아리의 아픔을 공감하는 능력’이 있다고 합니다. - GIB 제공
모성애나 동료애가 전혀 없을 것 같았던 닭에게도 ‘병아리의 아픔을 공감하는 능력’이 있다고 합니다. - GIB 제공

 

앞에서 설명한대로 암탉은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울음소리로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합니다. 닭이 냉철하게 ‘싸움’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때론 서로의 아픔을 ‘공감’하기도 합니다.

 

영국 브리스톨대 수의과학대 조앤 애드가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어미닭의 공감 능력’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연구팀이 병아리에게 바람으로 스트레스를 주는 실험을 했더니, 그 병아리를 낳은 어미닭의 심장 박동이 빨라지면서 눈 부위의 온도가 떨어지는 증상을 보였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공공과학도서관 온라인 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발표 됐습니다.

 

☞ 팩트 4. 암닭은 서로 공감하는 능력이 있다. 

 

 

[Fact Check #5] 나는 사람 때문에 서서히 날개 기능을 잃었습니다!

 

‘닭도 분명 날개 달린 새인데, 왜 날지 못하느냐’고 묻는다면, 닭도 할 말이 많습니다. 요즘 양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축용 닭의 조상은 적색야계(Gallus gallus)입니다. 붉은 닭의 해에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적색야계는 약 3000만 년 전에 탄생했습니다. 목 아래와 몸통 부분이 붉고, 꼬리로 갈수록 검은 깃털을 가진 적색야계는 오늘날 순수혈통을 찾아보긴 어렵습니다. 현재 싸움닭이나 가축닭으로 길러지는 품종은 대부분 적색야계의 유전자로부터 시작됐지만, 그들은 집닭(Gallus gallus Domesticus)으로 변형됐습니다.

 

야생 닭 시절(?)에는 생존을 위해 이곳저곳을 날아 다니며 먹이를 찾고, 포식자가 공격하면 날아서 피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닭은 점점 가축용으로 특화되기 시작했고, 적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울타리와, 삼시세끼가 제공되는 특혜를 받으며 날개는 점점 퇴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용 횟수가 줄자 크기가 몸에 비해 작아졌고, 근육도 약해졌습니다. 날지 않는 어미닭을 보며 자란 병아리 역시, ‘나는 법’을 배울 수 없었던 거지요. 하지만 지금도 아주 급한 순간엔 푸드덕 하고 아주 잠깐 나는 시늉을 합니다. 

 

닭가슴살은 식감이 퍽퍽하긴 하지만, 유독 뽀얀 우윳빛깔을 뽐낸다. - GIB 제공
닭가슴살은 식감이 퍽퍽하긴 하지만, 유독 뽀얀 우윳빛깔을 뽐낸다. - GIB 제공

 

닭의 날개가 기능을 잃으면서 닭은 자연스럽게 가슴이나 날개 근육을 쓸 일이 없어졌습니다. 덕분에 닭가슴살은 유난히 흰 살코기가 됐습니다. 고기가 붉은 색을 띄는 이유는 근육 세포에 있는 미오글로빈이라는 단백질이 붉기 때문입니다. 미오글로빈은 혈액이 운반해 온 산소를 보관하다가 근육이 운동할 때 필요한 산소를 신속하게 공급하는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산소가 많이 필요한 근육에는 미오글로빈이 많아 더 붉은 색으로 보이는 것이죠.

 

반면 닭이나 꿩, 칠면조처럼 주로 날지 않고 걸어다니는 새들은 다리살에 비해 가슴살이 유독 우윳빛깔을 뽐냅니다. 그나마 꿩(다시 소환) 가슴살이 닭가슴살보다 짙은 이유도 바로 꿩이 닭보다는 날갯짓을 더 많이 하기 때문입니다. (이로서 닭은 꿩에게 의문의 4패를 하게 됩니다.)

 

☞ 팩트 5. 닭이 날지 못 하게 된 것은 사람 때문이다.

 

 

[Fact Check #6] 새벽이 오는 걸 ‘눈보다 뇌’가 먼저 알아차립니다!

 

요즘 같은 겨울철은 새벽 4~5시는 물론, 아침 7시까지도 어둠이 짙게 깔려 있습니다. 겨울철 늦잠을 잘 확률이 높은 것은 해가 늦게 뜨기 때문이기도 하죠. 그런데 닭은 평소 새벽 4~5시에도 감각적으로 ‘해가 뜨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합니다. 어둠 속에서 해를 느끼는 초능력이 있는 건 아니고, ‘뇌’가 빛을 민감하게 알아차리기 때문입니다.

 

나도 모르게 새벽만 되면 꼬끼오를ㅜ_ㅜ. - GIB 제공
나도 모르게 새벽만 되면 꼬끼오를ㅜ_ㅜ. - GIB 제공

 

닭은 감각 신호를 담당하는 간뇌 위쪽에 있는 ‘송과체’라는 기관으로 새벽빛을 감지합니다. 송과체는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호르몬 분비 기관으로, 닭뿐만 아니라 다른 조류나 일부 파충류에도 있습니다. 송과체는 ‘제3의 눈’으로 불리며, 시각 능력은 없지만 빛과 열을 감지합니다.

 

일부 과학자들은 우리의 ‘배꼽시계’처럼 닭의 ‘새벽시계’가 울려 누구보다 먼저 새벽을 알리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참새나 까마귀도 송과체로 누구보다 빛을 먼저 감지해 울곤 하는데, 사람들과 가까이 살아 우리가 확률적으로 울음 소리를 자주 듣는 닭만 ‘새벽마다 울어재낀다’는 오해를 받은 꼴입니다.

 

☞ 팩트 6. 닭은 눈이 아니라 뇌로 새벽이 다가옴을 알아챈다

 

 

닭은 예로부터 상서로운 동물이라 여겨지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흔하다고 천대받고 종종 능력을 저평가 당하기도 했습니다. 붉은 닭의 해에 닭을 재조명해 보며, 생각보다 세계 많은 과학자들이 닭의 진화와 행동을 연구하고 있었고, 지금도 계속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닭이 공룡으로부터 출발했다는 가설을 입증하는 증거도 많이 모였다고 하죠?

 

올 한해 다양한 주제의 닭에 대한 최신 연구가 더 많은 결과를 얻길 응원하며, 신년기획 시리즈를 마칩니다.

 

※취재팀주

붉은 닭의 해가 시작됐습니다. 닭은 예로부터 근면성실함을 상징하며 상서로운 새로 잘 알려져 있지요. 닭의 해를 맞아 닭에 관한 지식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이번 화로 ‘그것이 알고싶닭’ 시리즈를 마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추운 날씨 건강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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