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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김기춘 회춘주사' 3600만원…"일본 원정치료 열흘 뒤에 떠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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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김기춘 회춘주사' 3600만원…"일본 원정치료 열흘 뒤에 떠날 수 있어요"

2017.01.07 09:00

[검증안된 줄기세포치료 규제완화 분위기, 문제는 없나?]①

 

※ 편집자 주

알 만한 사람은 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맞았다는 그 주사, 강남의 돈 꽤나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맞아본 적 있다는 사실 말이다. 그래서일까. 정부와 정치권은 아예 한국에서도 떳떳이 면역세포·줄기세포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첨단재생의료법’을 추진하고 있다. 학자들과 시민단체가 강하게 반대하는 이 법이 무엇인지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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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설명] 면역세포? 줄기세포? 첨단재생의료법은 뭐지?

 

매년 수천 명이 면역세포 주사, 줄기세포 주사를 맞으러 일본행 비행기에 오른다. - GIB 제공
매년 수천 명이 면역세포 주사, 줄기세포 주사를 맞으러 일본행 비행기에 오른다. - GIB 제공

 “잘 오셨어요. 폐암이면 특히 면역세포 치료가 잘 듣는 병이죠. 일본 도쿄에 있는 유명한 병원에 2주마다 한 번씩 6번을 갑니다. 가격 알아보고 오셨겠지만 이 정도면 합리적이에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일본에서 맞고 왔다는 ‘면역세포 주사’. 일반인도 맞을 수 있는 건지 알아보려 기자가 직접 강남에 있는 한 업체를 찾아 상담을 받았다.

 

상담사는 치료비와 항공료, 통역 및 가이드 비용까지 다 포함해서 3600만원을 불렀다.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치료를 받으러 가는 환자가 거의 매일 있다고 보면 된다”고 직원이 말했다. 한 병원에서만 1년에 50~60명 정도가 이 이술을 받는 것이다. 상담사는 “(우리나라에서) 면역세포치료를 받으러 일본에 가는 사람이 어림잡아 1년에만 수천 명”이라고 말했다.


지인이 폐암에 걸려서 치료 방법을 찾고 있다고 하자 상담사가 말했다. “폐암 3기면 80% 완치됩니다. 4기에 저희를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 분들도 효과를 보시거든요. 부작용이요?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백 명 중에 한 명, 1%밖에 안 됩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일본 차병원(일본TCC)에서 면역세포치료를 받았다.  - 동아일보DB 제공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일본 차병원(일본TCC)에서 면역세포치료를 받았다.  - 동아일보DB 제공

의료관광 대행 업체를 찾기는 쉬웠다. 포털에 ‘일본 면역세포치료 대행’이라고 광고하는 곳이 꽤 있었다. 제휴를 맺은 일본 병원을 홈페이지에 상세히 소개한 업체도 있었고, 구체적인 비용을 온라인에 올린 업체도 있었다. 한 업체의 상담사는 “지금 예약하면 열흘 뒤에 떠날 수 있다”고 했다.

 
돈 있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갈 수 있는 환경. 김 전 비서실장 입장에선 ‘다들 하는 건데 왜 나만 가지고 이러나’라며 억울해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업체 서너 군데를 돌았는데 시세가 일정했다. 폐암, 전립선암, 항노화 등 종류에 상관없이 3600만원. 가격 협상이 가능한지 궁금해 “사정이 어렵다”고 애걸했더니 “특별히 수수료를 빼준다”며 3000만원에 해주겠단 업체도 있었다.


줄기세포 치료는 좀더 비쌌다. 한 업체 관계자는 “2억셀 (줄기세포 2억 개)이 들어있는 주사 한 번에 1000만원”이라고 했다. 주사를 최소 5~10회는 맞아야 효과가 있다. 비싸다보니 주사 20회를 1억 원에 패키지로 판매하기도 한다. 4주에 한 번씩 주사를 맞으러 일본에 가야 하는데 항공료 등 여행비는 별도다.

 

※ 용어설명 바로가기 : [사이언스 지식IN]면역세포? 줄기세포? 첨단재생의료법은 뭐지?

 

● 왜 일본으로 갈까? 국내에선 안 되나?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면역세포·줄기세포 치료를 받으러 매년 수천 명가량이 일본으로 의료관광을 떠나고 있다. 비용으로 따지면 수천억 원대다. 일각에선 ‘국부 유출’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들 쉬쉬하면서 해외로 나가는 분위기라 어느 병원이 좋은지 신뢰할만한 근거를 찾기도 어렵다. 의료관광 대행 업체들은 하나같이 자신들과 제휴한 병원이 “최고의 병원”이라고 소개했지만, 일본 사정에 밝지 않으면 병원 정보를 찾기가 마땅치 않다.


이런 일이 벌어진 건 우리나라에서 세포 배양을 못하기 때문이다. 환자의 몸에서 빼낸 면역세포나 줄기세포는 극소량이라 실험실에서 수천 배로 증식시켜야 뚜렷한 치료 효과가 생긴다. 배양과정에서 세포가 감염될 위험도 있고, 제대로 증식하지 못해 치료 효과가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한국과 미국, 유럽 등에선 ‘임상시험’이라는 철저한 검증과정을 거친다. 

 

국내 의료기관에서 허가 없이 함부로 세포를 배양해 치료하면 불법이다.  - GIB 제공
국내 의료기관에서 허가 없이 함부로 세포를 배양해 치료하면 불법이다.  - GIB 제공

 

국내에서 임상시험을 통과하고 판매가 허가된 치료제는 극히 드물다. 면역세포치료제는 간암에 쓰는 ‘이뮨셀-엘씨주’ 하나뿐이다. 줄기세포치료제도 큐피스템(크론병), 뉴로나타-알주(루게릭병) 등 4개에 불과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고 국내에서 세포를 배양해 치료하면 불법”이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 참고 : 정확히 말해 제약사가 허가를 받는 것은 치료제 그 자체가 아니라 세포배양과정(치료제 제조공정)이다. 치료제는 각 환자의 세포를 원료로 만드는 것이라 환자마다 제각각이다. 식약처는 제약사가 개발한 세포배양 과정이 안전하고 효과적인지 검사해 허가를 내준다. 자세한 설명은 2회에서.

 

일본은 다르다. 우리보다 규제가 훨씬 약해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고도 신고만 하면 세포를 배양해 치료할 수 있다. 우리도 일본처럼 규제를 낮추자는 주장이 몇 해 전부터 꾸준히 제기된 배경이다.

 

2015년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 완화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 보건복지부와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이 뒤를 따랐다. 임상시험 없이도 세포치료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첨단재생의료법’이 2016년 한해만 세 번이나 국회에 발의됐다.

 

일부 병원과 바이오업체에서는 환영 의사를 밝혔지만 시민단체에선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줄기세포학회는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협”이라고 경고했다. 왜 이렇게 상반된 반응이 나오는 걸까. 누가 맞는 이야기를 하는 걸까.

 

미용 시술의 세계는 끝이 어디일까요? - GIB 제공
미용 시술의 세계는 끝이 어디일까요? - GIB 제공

※ 국내 성형외과에서도 줄기세포 시술하던데?

 

한 가지 헷갈리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국내 성형외과에서 하는 줄기세포 미용시술은 줄기세포 치료와 다르다. 치료와 달리 시술을 할 땐 환자의 몸에서 꺼낸 줄기세포를 배양·증식시키지 않는다. 다만 세포의 생물학적 특성이 달라지지 않는 최소한의 조작(분리, 세척, 냉동, 해동 등)만 해서 얼굴이나 가슴 등 줄기세포가 필요한 부위에 집어넣는다. 이런 의료시술은 안전성과 유효성 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안전한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해 정부가 공식적으로 개입해 확인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시중에 팔리는 줄기세포 화장품 역시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았다.  

 

미용시술은 줄기세포 채취부위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부위에 따라 줄기세포의 분열 능력이 다르고 시술 난이도도 달라서다. 한 업체는 “혈액줄기세포는 550만원, 지방줄기세포는 600만원, 골수혈액줄기세포는 1000만원”을 불렀다. 물론 업체에 따라서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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